귀신 선생님과 또 다른 세계 달고나 만화방
남동윤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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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 나쁜 책은 아니야. 하지만 만화책만 보는 건 나빠! 편식이 나쁜 것과 똑같아. 그래서 학교 아침 독서 시간만큼은 만화책 아닌 책을 읽도록 하자.”
사회 과학 어린이 도서 중 만화가 군데군데 그려진 책들이 애매해진다. 교실 독재자에게 분별을 요청한다. 할 수 없이 용인하니 그런 책들을 많이 본다. 맛없는 채소도 튀기면 다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만화는 흥미를 돋우고 책을 붙들고 있게 하는 힘이 있다. 튀김을 먹일 수밖에 없다면 좋은 기름에 튀긴 걸 골라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양질의 만화를 골라보자.

사실 남동윤 작가님도 귀신 시리즈도 몰랐다. 만화로 고민을 하던 중 엄청 인기 시리즈이고 무려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다는 걸 알았다. 실린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검증된 의미로 신뢰가 생긴다. 시리즈 중 최근작을 먼저 만났다. 표지부터 놀이공원에 입장한 듯 오색찬란 눈을 휘둥그레하게 하며 일루와 일루와 하는 것만 같다. 놀이공원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듯 키득거리며 재미있게 읽었다. 만화를 어떻게 당해! 장르 강점뿐 아니라 캐릭터들이 다 너무 사랑스럽다. 마냥 착하기만 한 아이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과 같다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현실적이다. 성격도 외모도 표정도 생각도 그냥 아이들 그대로다. 이야기도 적당히 교훈적이나 대놓고 훈계하지 않는 미덕이 있다.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다. 다른 시리즈도 찾아 읽어야겠다. 아이들에게 생색내며 요건 봐도 된다고 특별허가해 같이 낄낄대고 싶다. 이미 벌써 다 봤노라 하며 더 알은체를 하고, 이 시리즈는 말이죠 하며 가르쳐주려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이 선생이다. 좀 더 열어두고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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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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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란의 걸을 수 없는 ‘다리‘가 ‘마음‘으로 읽혔어요. 시들병에 걸려 피지 못하고 움츠려져 있는 요즘이라 그래요. 어스름녘을 기다려 소리 내 읽어보았어요. 나도 어스름 나라에서 같이 날아다닌 것만 같아요.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백합줄기 아저씨가 제게도 와주었어요. 고요한 백합의 집에 깃든 햇빛을 쬔 것같아요. 내 교실이 어스름 나라였으면, 내가 백합줄기 아저씨가 된다면.. 게으르고 흉폭한데 꿈만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처럼 꾸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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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이, 루치뇰로 도마뱀 그림책 3
로사리오 에스포지토 라 로싸 지음, 빈첸조 델 베키오 그림, 황지영 옮김 / 작은코도마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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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약하고 외롭고 힘든 아이를 나쁘게 만드는 상황과 나쁘게 비추는 시선이 있을 뿐이다. 아이에겐 지안니라는 이름이 있지만 사람들은 루치뇰로-양초 심지처럼 마른 외양에 따른 별명으로 부른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지안니가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진 사람인지 아무도 관심 두지 않고 그저 겉으로 드러난 모습, 행동으로 판단하고 평가해버린다.

모두 내게 그러면 안 된다고만 말하지, 내게 왜 그러는지 묻는 사람은 없어.

나쁘다고 단정하고 낙인찍고 외면하기는 쉬운 일이다. 왜 그러는지 묻고 그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친구들도 학교도 쉬운 일만 한다. 아이는 관심, 인정이 고프고 그립다. 그래서 잘못된 행동으로 관심을 끌고 나쁜 무리의 꼭두각시가 되기도 한다. 아이는 시험에 든다. 친구이고 양심인 머릿니를 밟으라는 것이다. 아이는 그럴 수 없다. 스스로 시험에서 벗어나 답을 찾는 아이에겐 지극한 아버지도, 꿈같은 요정도 없다. 부러진 연필 한 자루라니. 그러나 아이는 더이상 꼭두각시로 조종되던 실을 휘감고 있지 않다. 자유로이 무언가라도 쓸 수 있다. 이제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품어보는 희망,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써나갈 것이다. 아이의 홀가분해진 표정만큼 가벼워진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주인공 피노키오의 환상 이면에 주변인 루치뇰로의 현실에 관심 가진 작가의 마음이 귀하다. 암담하고 거친 현실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보듬는 그림 작가의 그림도 훌륭하다. 양극화로 아래와 위가 점점 더 아득히 멀어진다. 다들 위만 쳐다보는 와중에 아래에 닿는 시선에 퍼득 깨인다.

아빠처럼 이런 곳에 오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아빠가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네 양심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다 나를 나쁘다고 손가락질해도 스스로는 아는, 내 안에 있는 좋은 마음, 양심만이 시궁창 같은 현실에 침잠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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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과 식탐은 불만족의 원초적 표현이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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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의 공원 사계절 그림책
사라 스테파니니 지음, 정혜경 옮김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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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 사람
아이는 공원 사람들을 관찰하고 나는 아이를 계속 지켜본다. 아이가 흙을 조금씩 퍼담아 집 다락방으로 옮긴다. 계절이 바뀌도록 계속 몰두할 수 있는 일, 시간을 들여 이루는 일은 바람이 들고 생명이 자라고 사람을 부르는 일이 된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 생각난다. 수십년 나무를 심고 또 심는 일, 약빠른 계산 없이 묵묵히 오래오래 할 수 있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스스로 하고자 했고, 의심 없이 해나가는 일로 시간을 채우는 일은 아무나 받을 수 없는 축복이다. 의미와 재미를 못 찾고 꾸역꾸역 사는 사람은 가질 수 없는 행복이다.
#관찰
다시 아이의 시선으로 개와 닮은 사람들을 본다. 재미있다. 마르그리트는 공원 벤치에서 사람들과 그들의 개를 관찰한다. 퍼그와 닮은 할머니의 클로즈업은 푸하핫 한 방이다. 한가로이 공원 벤치에 앉아 있게 되면 가만 관찰해보게 될 것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인 외에도 옷차림, 물건, 걸음걸이, 표정 등 무심결에 시선을 옮기며 관찰할 것은 무궁무진하겠다. 관찰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된다면 난 어떤 인상을 줄까.
#냉장고
집에 만든 공원은 마르그리트와 닮은 공간, 마르그리트의 엄마를 위한 공간이다. 엄마에게 이야기를 나르고 흙을 퍼나르고 오롯한 공원을 선물한다. 아름답다. 내 어머니는 나에게 국과 반찬을 실어나르며 꽉 찬 냉장고를 선물한다. 나와 엄마를 닮은 공간, 나의 냉장고인 셈이다.
#봄연두
봄의 연두는 노랑 분홍 꽃만큼 예쁘다. 몇 번의 봄비로 연두가 짙어져 초록으로 변해가면 아쉬울 정도이다. 짧아서 아쉬운 그 연두를 이 책에 가득 담고 있다. 다양한 연두빛의 변주로 눈이 즐겁다. 짙푸른 여름에 빠알간 가을에 은회색 겨울에 그리움을 담아 펼쳐볼 책이다.

이 책은 많은 상상 꺼리를 준다. 책장을 다음으로 넘기지 못하고 한 장 한 장 멈춤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갖는다. 공원의 소일거리,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 한가로운 낙 아니겠나. 컴퓨터 앞에서 서평 쓰는 자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에도 자꾸 어느 그림 같은 공원에서 앞에 펼쳐진 풍경을 하염없이 넋 놓고 보며 오만 생각을 하다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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