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의 공원 사계절 그림책
사라 스테파니니 지음, 정혜경 옮김 / 사계절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를 심는 사람
아이는 공원 사람들을 관찰하고 나는 아이를 계속 지켜본다. 아이가 흙을 조금씩 퍼담아 집 다락방으로 옮긴다. 계절이 바뀌도록 계속 몰두할 수 있는 일, 시간을 들여 이루는 일은 바람이 들고 생명이 자라고 사람을 부르는 일이 된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 생각난다. 수십년 나무를 심고 또 심는 일, 약빠른 계산 없이 묵묵히 오래오래 할 수 있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스스로 하고자 했고, 의심 없이 해나가는 일로 시간을 채우는 일은 아무나 받을 수 없는 축복이다. 의미와 재미를 못 찾고 꾸역꾸역 사는 사람은 가질 수 없는 행복이다.
#관찰
다시 아이의 시선으로 개와 닮은 사람들을 본다. 재미있다. 마르그리트는 공원 벤치에서 사람들과 그들의 개를 관찰한다. 퍼그와 닮은 할머니의 클로즈업은 푸하핫 한 방이다. 한가로이 공원 벤치에 앉아 있게 되면 가만 관찰해보게 될 것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인 외에도 옷차림, 물건, 걸음걸이, 표정 등 무심결에 시선을 옮기며 관찰할 것은 무궁무진하겠다. 관찰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된다면 난 어떤 인상을 줄까.
#냉장고
집에 만든 공원은 마르그리트와 닮은 공간, 마르그리트의 엄마를 위한 공간이다. 엄마에게 이야기를 나르고 흙을 퍼나르고 오롯한 공원을 선물한다. 아름답다. 내 어머니는 나에게 국과 반찬을 실어나르며 꽉 찬 냉장고를 선물한다. 나와 엄마를 닮은 공간, 나의 냉장고인 셈이다.
#봄연두
봄의 연두는 노랑 분홍 꽃만큼 예쁘다. 몇 번의 봄비로 연두가 짙어져 초록으로 변해가면 아쉬울 정도이다. 짧아서 아쉬운 그 연두를 이 책에 가득 담고 있다. 다양한 연두빛의 변주로 눈이 즐겁다. 짙푸른 여름에 빠알간 가을에 은회색 겨울에 그리움을 담아 펼쳐볼 책이다.

이 책은 많은 상상 꺼리를 준다. 책장을 다음으로 넘기지 못하고 한 장 한 장 멈춤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갖는다. 공원의 소일거리,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 한가로운 낙 아니겠나. 컴퓨터 앞에서 서평 쓰는 자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에도 자꾸 어느 그림 같은 공원에서 앞에 펼쳐진 풍경을 하염없이 넋 놓고 보며 오만 생각을 하다 다시 돌아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