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이동 중 지하철 안에서 읽을 일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표정을 짓는 나를 맞은편 누군가가 봤다면 아마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나보다 했을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이 우주 이야기는 어느 소설가가 지어낸 이야기보다 실제적이며 환상적이었다. 5학년 1학기 과학에 태양계와 별을 배우는 단원이 있다. 천체, 항성, 행성 등 개념을 정의하고, 각 행성의 특징, 태양과의 거리 등등을 배운다. 다른 단원과 달리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지루하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으로 저마다 책과 영상을 통해 탐구한 사전지식이 있어 흥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늦게 만난 아쉬움과 후회가 들었다. 이 책을 진작 읽고 가르쳤다면 좀 더 풍성한 이야기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돋우고 좀 더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이다. 우주의 스케일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데 이 책에서는 일상의 단위로 축소해 이해를 돕는다. 지구와 태양의 상대적인 크기와 거리를, ‘지구가 지구본이라면, 태양은 4km 떨어진 수영장’이라고 알려주는 식이다.이 책은 우주에 대해 막연한 경이감을 갖게 하고 소화하기 버거운 지식을 욱여넣는 과학정보서가 아니다. 피부에 와닿는 비유의 향연으로 실제감을 갖게 하고 최대한 알기 쉽게 풀고 풀어서 일러주는 과학 에세이다. 과학은 철학과도 닿아 정체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최근에 어떤 책을 읽든지 종국에는 ‘살아 있다’로 귀결된다. 이 책 역시 ‘살이 있다’라는 뼈저린 감각을 새삼 환기한다. 우주의 시간 중 고작 백 년에 불과하지만 지금 여기 나는 살아 있다는 사실이 지대하다. 지치고 슬퍼져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을 한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우주보다 내 마음으로 끝 간 데 없이 펼쳐내는 우주가 훨씬 넓고 깊고 멀지 모른다. 먼지, 미생물 같은 위치의 내가 마음으로 어마마한 우주를 품을 수 있다니 참 놀랍고 벅차다.
목탁을 사버렸닷!
혐오는 내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명명백백한 태도 자체, 그 획일적 단순함, 진실의 입체성에 대한 무지가 혐오의 본질일 수있다.치유받지 못한 상처는 당사자의 감정뿐 아니라 인지 기능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자기 상처 안에 매몰된 감정과 인식은 그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만든다. 그런 가해자들은 피해자일 때보다 공감받기 어려워지고 그러다 더 고립되고 외로워지면서 결정적인 피해자가 된다.혐오하던 이도 결국은 혐오 피해자가 되고 혐오 피해자는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과 자신을 덜 공감하는 주위 사람들을 혐오하며 어느새 가해자가 된다. 그런 상태의 가해자는 이내 피해자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피해자로만 수렴되는 것이 혐오의 운명이다. - P20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과 혼란에 선택적 과잉 공감이 똬리를 틀고 있음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초갈등 시대, 우리는 또다시 공감에게 SOS를 친다. 하지만 우리는잊지 말아야 한다. 한쪽에 과잉 공감하는 순간, 다른 쪽에는 폭력이 될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말이다. - P15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나쁜 것은 유대인을 학살했기 때문에 나빴다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괴롭혔기 때문에 나쁜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독일인들이 제대로 반성한다는 것은무조건 유대인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지금 누가 약자인지를 판단하는것이죠. 그렇다면 오히려 팔레스타인 쪽을 지지하는 것이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는 그런 노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무조건 유대인이기 때문에 편을 든다는 것은 무조건 유대인이기 때문에 학살돼야된다는 그 논리와 굉장히 닮아 있죠. 물론 뒤집혀진 형태지만. - P342
그러니까 혐오의 해결책이 어떤 민족이나 집단에 대해 범했던 과오를반성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주 보편적 인간, 한 개인을 보편적 인간으로 볼 수 있도록 가르치고,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게 조금더 나은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P344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분노인지 혐오인지를 알고 싶으면 내가 상대방을 나와 동일한 정신적인 존재로 보느냐, 아니면 나보다 못한 존재로 보느냐를 스스로 물어보면 아마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P357
인간 심리를 설명하는 개념 중에 ‘인지적 구두쇠‘라는 것이 있습니다.한마디로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거죠. 정신적인 에너지도 구두쇠처럼 되게 아껴 쓴다는 거예요.(중략)경쟁도 심화되고 정보가 또 너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모든 걸 다 개별적으로 알아보고 판단하긴 힘들어지고 하면서 인지적 구두쇠 경향이 더 강화되고 기존의 편견이 더 강화되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가 생각해봅니다. - 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