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 - 모두를 위한 쉽고 재미있는 우주 이야기
노다 사치요 지음, 허정숙 옮김 / 케렌시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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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동 중 지하철 안에서 읽을 일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표정을 짓는 나를 맞은편 누군가가 봤다면 아마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나보다 했을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이 우주 이야기는 어느 소설가가 지어낸 이야기보다 실제적이며 환상적이었다.
5학년 1학기 과학에 태양계와 별을 배우는 단원이 있다. 천체, 항성, 행성 등 개념을 정의하고, 각 행성의 특징, 태양과의 거리 등등을 배운다. 다른 단원과 달리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지루하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으로 저마다 책과 영상을 통해 탐구한 사전지식이 있어 흥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늦게 만난 아쉬움과 후회가 들었다. 이 책을 진작 읽고 가르쳤다면 좀 더 풍성한 이야기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돋우고 좀 더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이다. 우주의 스케일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데 이 책에서는 일상의 단위로 축소해 이해를 돕는다. 지구와 태양의 상대적인 크기와 거리를, ‘지구가 지구본이라면, 태양은 4km 떨어진 수영장’이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이 책은 우주에 대해 막연한 경이감을 갖게 하고 소화하기 버거운 지식을 욱여넣는 과학정보서가 아니다. 피부에 와닿는 비유의 향연으로 실제감을 갖게 하고 최대한 알기 쉽게 풀고 풀어서 일러주는 과학 에세이다. 과학은 철학과도 닿아 정체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최근에 어떤 책을 읽든지 종국에는 ‘살아 있다’로 귀결된다. 이 책 역시 ‘살이 있다’라는 뼈저린 감각을 새삼 환기한다. 우주의 시간 중 고작 백 년에 불과하지만 지금 여기 나는 살아 있다는 사실이 지대하다. 지치고 슬퍼져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을 한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우주보다 내 마음으로 끝 간 데 없이 펼쳐내는 우주가 훨씬 넓고 깊고 멀지 모른다. 먼지, 미생물 같은 위치의 내가 마음으로 어마마한 우주를 품을 수 있다니 참 놀랍고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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