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숲 Dear 그림책
조원희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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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펼친 그 자리에서 한 번에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좋은 그림책은 곁에 두고 자주 들춰보며 내내 다른 즐거움과 감동을 얻게 되는 책이다.

처음 읽은 날,
SNS에서 뜰 때부터 계속 궁금했던 책이었다. ‘조원희’ 이름만으로도 봐야 하는데 ‘숲’과 ‘호수’라니! 사계절서평단으로 활동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이다. 택배를 기다리고 오자마자 뜯었다. 천천히 넘겨 읽었다. 평온하고도 뭉클하다.

두 번째 읽은 날,
작은 동물보다 큰 덩치가 요긴하게 쓰이고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이게 지구에 사는 사람의 도리지. 다른 생물과 공존하는 사람의 예(禮)지.

세 번째 읽은 날,
안다. 알아주라고 하는 것 아니고 자연스레 그저 그러는 거지만 다 알고 있다.
왜 근육이고 뚱보인가. 새와 개미의 시선에서 보면 거대한 인간이다.
악한 존재가 없다. 배고파 잠시 나쁜 짓을 저지른 장발장 같은 표범(?)이다.
뒤표지에 잡은 두 손을 본다. 숲에선 아저씨가 손잡아 이끌고, 호수에선 아줌마가 손잡아 이끌며 서로 도와준다. 지상의 모든 남녀가 이러하길.
아담과 이브를 생각한다. 서양 명화 속 하얗고 유약한 존재 이미지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고 싶었던 걸까. 나무처럼 뿌리 내리고 물처럼 스며들어 같이 사는 존재, 다른 생명과 분리되지 않은 존재를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한 장면, 한 장면이 말도 못하게 좋다. 원화 전시회를 가져 마땅한 작품이다. 미술관 한쪽 벽면을 채울 정도로 확대한 아트 프린팅 특별 전시를 해도 좋겠다.
북토크로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 그러나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신비 작가, 조원희 작가님! 언제까지나 꽁꽁 숨어 계셔도 되니 좋은 작품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 여기까지.
네 번, 다섯 번.. 열 번, 백 번도 채울 수 있겠다.

정신 건강보조제로 수시 복용할 참이다. 믿을 수 있는 제약사, 사계절 출판사와 더 믿을 수 있는 조제사 조원희다. 의심하지 말고 드시라. 약효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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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할 거야 사계절 웃는 코끼리 24
유은실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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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편식할 거야」, 「나도 예민할 거야」에 이은 3번째 정이 이야기, 「나는 기억할 거야」가 오랜만에 나왔다. ‘나도’와 ‘나는’의 차이만큼 정이가 훌쩍 자랐다. 오빠 혁이와 비교하며 따라하지 않고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다지는 자람!

유은실 작품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본다. 재미와 감동 보증수표, 사랑하는 나의 유은실 작가님!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빠뜨린 작품이 있었다. 저학년 도서, 정이 시리즈였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앞선 작품을 찾아 읽어봤다. 역시, 역시!! 이제라도 챙겨봐서 다행이다. 「나도 예민할 거야」에서 작가님이 ‘정이 이야기를 쑥쑥 자라는 아이들을 따라가며 중학년 동화, 고학년 동화로 계속 쓰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신 대로 그랬으면 좋겠다. 내내 기다릴 거다.

문제 있는 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식의 이야기라면 편식하는 예민한 아이, 혁이가 주인공일 것이다. 그런 이야기에서 조연으로 나올,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본다. 조금 비틀어 이면의 마음을 살펴주는 작가님 시선에 공감받는다. 나도 정이다. 이름도 마음 움직임도 다 너무 ‘나’라 읽는 내내 기쁘고 좋았다. 다 자란 어른의 깊은 속 저 아래 토라진 아이가 웃는다.

유은실 작가님 작품은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순례 주택」으로 정점을 찍었다. 여기 정이 엄마는 처음엔 힘든 아이 챙기느라 순한 아이 소홀히 하는 현실 엄마의 모습이다. 그러다 슬쩍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을 딱 짚어 달래주는 마음 의사, 아이와 같이 읽는 어른이 뜨끔 반성하며 노력해야 할 모습 같다.

정이 이야기는 착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우리 작가님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계속 추앙하겠다.

+ 이 서평을 쓰면서 단문으로 써봐야지 결심했는데, 어지러이 앞뒤 안 맞는 문장 수두룩, 복문 남발이다. 단문으로 간결히 쓰는 일은 마티스의 펜화 같은 매력과 위엄을 가지는 일이다. 고경력 교사가 저학년 학생을 감당하는 것처럼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계속 노력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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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쪽 읽었는데 벌써 좋아. 하루씩 아껴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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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제자리를 찾아 내려와 날개를 접은 설렘이지만, 날개를 접었다고 모든 움직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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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의 비밀 사계절 동시집 20
이안 지음, 심보영 그림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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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시인을 좋아한다. 시가 먼저 좋았지만 시인을 ZOOM강연, 유튜브 채널 등으로 만나며 더 좋아졌다. 그런 시인이 새 동시집을 냈다니 묻고 따질 것이 무엇인가. 보통 시집은 휘리릭 넘기며 손길 눈길 멎는 대로 읽거나 차례 제목을 보고 끌리는 시를 골라 읽는다. 하지만 이안 시인 동시집은 웬일인지 늘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나가게 된다. 이번에도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시마다 플래그를 붙인다. 붙이다가 만다. 너무 많아서 다 붙일 수가 없다. 갸우뚱 잘 모르겠어서, 오늘은 안 닿아서 별로 안 기쁜 시 찾아 붙여 두는 게 낫겠다. 이 동시집 읽은 이들은 다 공감하겠지만 제목, 삽화 그리고 해설까지도 정말 다 사랑스럽다. 이안 시인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어 기쁘다.

시인은 자연을 가만 들여다보다 흐뭇이 그 속 살아가는 것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준다. 인간의 거대한 몸으로 덮어 그늘을 만들지 않고 앨리스네서 약을 빌린 양 몸이 그들만 해져서 가까이 옆에서 보고 번역 없이 들을 수 있나 보다. 덕분에 편히 그대로 전해 들을 수 있으니, 다정한 MSG로 달달하게 들리니 기쁘다.
시인은 꽃말을 갖고 시를 즐겨 쓴다. 사월이면 시인의 미선나무 꽃말을 어김없이 품게 된다. 이번 시집에도 여러 꽃말을 지닌 식물들이 나온다. 일일이 검색해가며 생김을 찾아본다. 그러면 시가 더 끄덕여진다. 그러다 잊어버리겠지만 알고 새로 또 알아가는 일이 기쁘다.
시인은 분명 기쁘게 살아갈 것이다. 말 없는 것들의 말을 듣고 작은 것들의 소리를 크게 전하며 사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시인처럼 살고 싶다. 난들 어려울까. 00살 시인 선언을 해볼 참이다. 나를 아껴 쓰고, 자면서도 읽고 쓰고 바라보며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연필과 수첩은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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