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성 : 백 년이 넘은 식당 - 2023 뉴베리 아너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리사 이 지음,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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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황금성>, 백 년이 넘은 식당이 있다. 백 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한, 맛있는 요리가 있다. 그리고 백 년이 넘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 그 자리를 지킨 중국계 미국인 가족이 있다.

작가 소개에 중국계 미국인 3세,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이 간결한 소개는 가장 중요한, 어쩌면 이 책 이야기의 전부다. 그리고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없다.” 문구로 시작된다.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것은 없고 의식, 무의식적으로 영감 받은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란 말이구나 했다. 정직한 인정이 인상적이었다. 다 읽고 다시 새기니 조금 다르게 읽힌다. ‘나’라는 존재는 하늘에서 툭 떨어질 수 없다. 나를 있게 한 부모님, 부모님을 낳은 조부모님, 그렇게 거슬러 올라간다. 나와 그들의 삶은 또 여러 사람과 역사, 사회적 풍파들을 겪으며 채워졌고…….

과거와 현재가 액자식 구성으로 짜깁기되며 한 편의 영화처럼 재생된다.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여기저기 공들여 쓴 소설임에 틀림 없다. 표적을 바꿔가며 다양한 혐오가 넘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딸기우유를 연상시키는 표지 색깔처럼 달달하고 예쁘게 엮어냈다.

최근에 <헤이트 hate>란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다른 민족, 나라를 부정하고 배척하는 오랜 역사를 되짚어보며, 다양한 혐오가 만연하는 요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이 <황금성>을 만나게 된 게 우연이 아닌 것 같다. 혐오, 증오라는 감정은 엄청 세고 독하게 표출되지만 실상 그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 민족은 여유 없고, 빈곤한 상황을 겪으며 나약함을 반증한다. 내부의 곤궁함이 애꿎은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라스트찬스, 주배경이 된 장소의 이름처럼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이 지금 이 순간을 그만 차별과 혐오를 멈추고 되돌릴 라스트찬스로 여겼으면 좋겠다. 메이지의 포춘쿠키 글귀를 흉내내 “미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있다”, “진정한 이해로 혐오를 떨칠 라스트찬스” 등등 머릿속 타자기를 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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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특별한 축제 국민서관 그림동화 266
막스 뒤코스 지음, 이주희 옮김 / 국민서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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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버려둬줘요.
마음대로 부술 생각 말아요.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맘껏 꿈나래를 펼치도록,
선생님들이 두려움 없이 오래 도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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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 - 모두를 위한 쉽고 재미있는 우주 이야기
노다 사치요 지음, 허정숙 옮김 / 케렌시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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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동 중 지하철 안에서 읽을 일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표정을 짓는 나를 맞은편 누군가가 봤다면 아마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나보다 했을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이 우주 이야기는 어느 소설가가 지어낸 이야기보다 실제적이며 환상적이었다.
5학년 1학기 과학에 태양계와 별을 배우는 단원이 있다. 천체, 항성, 행성 등 개념을 정의하고, 각 행성의 특징, 태양과의 거리 등등을 배운다. 다른 단원과 달리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지루하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으로 저마다 책과 영상을 통해 탐구한 사전지식이 있어 흥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늦게 만난 아쉬움과 후회가 들었다. 이 책을 진작 읽고 가르쳤다면 좀 더 풍성한 이야기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돋우고 좀 더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이다. 우주의 스케일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데 이 책에서는 일상의 단위로 축소해 이해를 돕는다. 지구와 태양의 상대적인 크기와 거리를, ‘지구가 지구본이라면, 태양은 4km 떨어진 수영장’이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이 책은 우주에 대해 막연한 경이감을 갖게 하고 소화하기 버거운 지식을 욱여넣는 과학정보서가 아니다. 피부에 와닿는 비유의 향연으로 실제감을 갖게 하고 최대한 알기 쉽게 풀고 풀어서 일러주는 과학 에세이다. 과학은 철학과도 닿아 정체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최근에 어떤 책을 읽든지 종국에는 ‘살아 있다’로 귀결된다. 이 책 역시 ‘살이 있다’라는 뼈저린 감각을 새삼 환기한다. 우주의 시간 중 고작 백 년에 불과하지만 지금 여기 나는 살아 있다는 사실이 지대하다. 지치고 슬퍼져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을 한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우주보다 내 마음으로 끝 간 데 없이 펼쳐내는 우주가 훨씬 넓고 깊고 멀지 모른다. 먼지, 미생물 같은 위치의 내가 마음으로 어마마한 우주를 품을 수 있다니 참 놀랍고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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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을 사버렸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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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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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내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명명백백한 태도 자체, 그 획일적 단순함, 진실의 입체성에 대한 무지가 혐오의 본질일 수있다.
치유받지 못한 상처는 당사자의 감정뿐 아니라 인지 기능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자기 상처 안에 매몰된 감정과 인식은 그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만든다. 그런 가해자들은 피해자일 때보다 공감받기 어려워지고 그러다 더 고립되고 외로워지면서 결정적인 피해자가 된다.혐오하던 이도 결국은 혐오 피해자가 되고 혐오 피해자는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과 자신을 덜 공감하는 주위 사람들을 혐오하며 어느새 가해자가 된다. 그런 상태의 가해자는 이내 피해자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피해자로만 수렴되는 것이 혐오의 운명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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