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는 다산의 상징인 고양이 바스테스 여신을 숭배했고, 북구라파인들은 사랑, 모정의 여신 ‘프레이야’가 고양이 수레를 타고 다닌다고 믿었다. 고양이는 실제로도 평균 5-7마리 새끼를 낳으며, 1년에 3번까지 출산 가능한 다발정, 다산 동물이다. 그런데, 여기’ 달랑’ 한 마리 새끼를 본 서운한 고양이 가족이 있었으니…

혼자는 외로워
‘서운이’는 임신한 상태로 타잔 농장에 오게 된 새 식구이다.
어린 나이에 교배, 임신을 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닌 서운한 사연도 있거니와 표정이 꼭 ‘장난감 뺏겨 큰 오빠한테 일러주고 싶은 막내’처럼 서운해 보여 그렇게 이름 지었다. 그런데, 공연히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서운하게도 아가를 딱 한 마리 낳고 말았다.

한 마리를 낳다 보니, 웬지 섭섭한 건 그렇다쳐도 더 아쉬운 점이 있었다. 본래 새끼 고양이들은 한 둥지에서 서로의 체온과 냄새를 나누며 자라야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자라는데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기들끼리 물고, 놀고, 싸우는 동안 사냥방법, 서열 정하기 등 여러가지를 배우는데 그렇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녀석, 혼자라 그런지 유난히 성격이 까탈스럽다. 대개 1달 이전의 새끼들은 어미가 낳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먹고, 자고, 싸기만 하는데, 이 녀석은 제 어미가 잠시라도 외출을 할라치면 자다가도 깜짝 놀라 깨어 애타게 제 어미를 불러댄다. 전화기 너머로 상대방이 ‘이게 무슨 소리냐’며 놀랄 정도니 200g도 안 되는 꼬맹이지만 살겠다고 악쓰는 소리가 기차화통 저리가라다. 이 소리에 화들짝 놀란 서운이는 물도 제대로 못 먹고, 바람 한 번 못 쐬고 허둥지둥 제 새끼를 품기 마련…자기도 어린 녀석이 제 새끼라고 보듬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ㅜ.ㅜ

고양이 마더 테레사
고양이가 모성의 상징이라고 모든 고양이가 새끼를 잘 키울 것 같지만 그것은 모르는 말씀! 낳은 지 하루 만에 새끼를 팽개치고 바로 발정이 오면서 처녀 행세를 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제 딴에는 새끼를 물고 안전한데로 옮긴다는 것이 서툴게 꼬리나 귀를 물고 ‘텅텅텅’문턱을 넘는 바람에 뇌진탕으로 제 새끼를 먼저 보내는 놈도 있다. ㅜ.ㅜ
그러나 여기 모성의 화신, 고양이계의 마더 테레사가 있었으니!

설탕이는 새끼를 세번 낳은 베테랑 아줌마 고양이. 첫 출산 때부터 ‘너희가 본능을 아느냐’의 본보기라도 보여주려는 듯, 혼자 쑥쑥 잘 낳고, 잘 키웠다. 하지만 설탕 마마, 모성이 지나치게 강하셔서 자기 고양이 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새끼 고양이들을 품고 싶어하시는 게 탈이다. 자기가 낳은 새끼거나 아니거나 새끼 고양이 소리만 나면 죄 한 군데 물어다 놓고 나오지도 않는 젖을 빨리고, 핥아주고 가관도 아니니... -,-;; 이 친절이 엄마 잃은 고아 고양이에게는 사랑과 희생일테지만 멀쩡히 어미 살아있는 가족들한테야 …^^; (유괴다, 유괴!!)

설탕이는 요즘 서운이가 제 새끼를 울리는 것도 영 마뜩찮은 모양이다. 언제 어느 때 돌아봐도 서운네 산후조리원 앞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서운이가 물 먹으려고 아주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잽싸게 달려가 아가를 물고 소파 밑으로 가는 양엄마 설탕이-> 깜짝 놀라 허겁지겁 새끼를 질질 물어다 겨우 다시 데려다 놓는 친엄마 서운이 -> 다시 잽싸게 새끼 물고 책꽂이 뒤로 도주하는 설탕이  -> 다시 기를 쓰고 찾아오나 마음이 너무 급하고 서툴어서 새끼를 떽떼굴 굴리며 데려오는 친엄마 …월드컵 준결승이 이보다 더 박진감 넘칠까. -, -

품으려는 마음이야 기특하지만 아기 훔치기 쟁탈전에서 행여나 새끼가 다칠까 혼도 내고, 윽박도 지르건만 잠도 안 자고, 놀지도 않고 아기만 바라보는 설탕이. 낳은 정, 기른 정 따지지 않고 이 세상 모든 아가를 품으려는 고양이계의 마더 테레사시여!

오지랖 넓게 그러지 말고 웬만하면 자기네끼리 살라고 내버려 두시죠. ^^;



<달랑 하나 서운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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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3-12-1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탕이와 서운이의 모습이 상상이 가네요... 타잔님이 너무 글을 잘 쓰셨나부당... ^^

늙은 개 책방 2003-12-1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차님 상상력이 풍부하신 게지요~ *^^* (어린이신가부다, 어린이~)

sooninara 2003-12-1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월드컵이라니...데구루루 굴러다닐 아기 생각하니 빨리 승자가 결정되면 좋겠네요..
그리고 혼자 크는 아이가 까탈스러운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똑 같군요^^
두루뭉실 여럿이 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