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개, 고양이 키우기는 ‘아직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어머~ 난 고양이는 너무 무서워”가,
개 산책을 나가면 “풀어놓지 마세요. 똥 싸잖아”란 말을 종종 듣는다. ^^;;;
때문에 이웃집에 피해가 될까 산책 시 대변용 비닐은 물론이요, 소변 청소용 물뿌리개도 갖고 다니고, 고양이 소리 날까 여름에도 창문을 꽉꽉 닫고 살며 우리 집에 개, 고양이 키우는 걸 철통같이 비밀로 하며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헉…어느 새 나도 모르게 우리 식구들은 우리 동네 스타가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아가씨, 소문났드라. 고양이 ‘마아아않~다’ 고
일요일. 집 앞 마당에서 고양이 화장실 모래를 말리는데 옆 집 아주머니 한 말씀
“아가씨, 그게 모야? 화분 흙이야?”
“아..네..(사실은 고양이 모래인데….왜 그걸 쓰느냐, 어떻게 쓰느냐 귀찮아질까봐)”
“근데, 아가씨 어디 살아. 처음 보네”
“저 2층에요”
“…어머, 그럼 아가씨 그 집이네, 그치?”(옆사람에게)
“그 …집?”
“맞다, 맞어 고양이 ‘마~~~않은’집”(기르는…이 아니라 많은 -, -;;;)
“맞어 그 집 창문 보면 한시간에 한 번씩 까만 고양이, 하얀 고양이, 노란 고양이 돌아가면서 앉아 있드라. 난 총 몇 마린가 세다가 결국 못 셌잖어”
“헉...네. 저…주인 할머니께는 비밀로…”
“무슨 소리야. 할머니한테 처음 들었는데. 가스점검 때문에 그 집 들어가셨다가 고양이 하도 많아서 주저앉고 너무 놀라 가스 점검 못 하셨다는데 호호호~”
헉…럴수럴수 이럴수가…온 동네는 물론이요 집주인까지 소문이 파다했건만 괜히 나 혼자 007작전을 해가며 산책은 신새벽에, 병원은 한 밤중에, 애들 바구니를 보자기로 쌌다, 박스에 넣었다…스파이 쇼를 한 것이었단 말인가. -, -
까만 고양인줄 알았는데 흰 고양이…어, 줄무늬네?
어느 날, 저녁에 온다던 세탁기 AS센터 아저씨가 낮에 갑자기 오신 적이 있었다. 집치울 새도 없이, 고양이 가둘 새도 없이 아저씨를 맞은 나. 다행히 낮 시간이라 모두 냉장고위, 책장 위, 소파 밑에서 잠들어 있을 시간이라 조용했다. (우리집 짐승들은 누가 와도 놀라지도 짖지도 않는다 ㅜ.ㅜ)
아저씨 열심히 일하시다가 고양이 슥~ 지나가자
“어휴…깜짝이야. 난 아까 흰 고양이 본 줄 알았는데 까만 고양이네요 ^^”
(아까 거 흰 고양이 맞아요)
조금 있다 어슬렁~ 나온 한 놈을 또 보곤,
“어, 가까이서 보니까 얼룩이네. 이래서 헷갈렸구나.”
(헷갈리신 거 아닌데)
화장실에서 손씻고 나오다 발판에 누운 개 보고
“어…고양인 줄 알았더니 개구나. 하하 잘못 봤네”
(아까 거 고양이 맞아여. 이건 딴 놈예요)
나가다 문간에 누워있는 개, 고양이 보곤
“아… 한 마리 아니라 두 마리구나. 하하, 내가 정신이 없네요.”
(흑…죄송해요. 아저씨 정신 멀쩡하세요)
어흐흑…이래서 착한 아저씨를 정신병자를 만든 나인 것였다.
To be continued...
<열분들은 누가 누군지 아시겄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