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나와 있을 땐 누가 애들을 봐줘요?”
“애들 밥 주려고 집에 가느라 저녁 약속은 꿈도 못 꾸겠네요?”
개, 고양이하고만 산다고 하면 대개의 분들이 저런 걱정을 해주신다.
하지만 웬 걸! 철없는 30대는 이틀이 멀다 하고 새벽 술을 마시고, 밤마다 심야영화관에서 영화평론가를 꿈꾸며, 주말이면 산 넘고 물 건너 21세기 대동여지도를 그리는 것였다. 그럼 아가들은 누가 돌보냐고? …..혼자서 다 잘 해요 ^^;

가짜 쥐는 싫어, 진짜 파리가 좋아
타잔 농장(^^;) 친구들은 식구가 많아 외로움을 타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사람이 들어와도 ‘어, 왔어…’하는 시큰둥한 반응과 ‘놀아줄게~’하며 덤비면 앞발로 ‘툭’ 치며 ‘귀찮아…’하는 눈빛으로 엄마를 서운하게 하는 게 더 문제랄까. --    
하지만 1년 열 두 달 눈도 비도 안 오고, 은은한 라일락 향으로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없는 집안에서 크는 것이 안쓰러워 집안을 365일 논스톱 테마파크로 만들고 싶은 나였다. 때문에 값비싼 크레이지 서클이며 (동그란 통 안에 쥐가 왔다갔다 하는 장난감), 얌체공이며, 발톱 긁개며, 개 검을 갖고 온갖 재롱을 다 떨며 놀아주려 했는…데!
이 무심한 놈들 --; 엄마 맘은 안중에 없는지 외제 수입장난감은 거들떠도 안 보고, 오히려 매일 보는 우편물, 머리끈, 볼펜, 휴지조각같이 시시껄렁한 것들만 가지고 던졌다, 물었다 침대 밑으로 넣었다, 꺼냈다 ‘생 쑈’를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집 안에 파리 하나만 들어와 보라! 사냥을 하는 정글의 표범처럼 잽싸게 날쌔게 목숨 걸고 ‘집안을’ 뛰어다니는 11마리 짐승들! 그리고 마침내 파리를 잡았을 때의 뿌듯한 표정들이란! (사슴이 아니다. 파리인 것이다 ㅜ.ㅜ) 전리품을 가득 안고 돌아온 징기스칸에 다름 아니다. 
패턴이 정해진 소꿉놀이나 게임보다 언제 어떤 물건을 가지고도 놀 줄 아는 내추럴 본 플레이어! 우리집 애들은 혼자서 더 잘 놀아여! *^^*

밥그릇의 개밥은 싫어, 침대 밑의 먼지투성이 메추리알이 좋아
타고난 놀이꾼들인 개, 고양이. 그들은 놀이시간에만 놀지 않는다. 먹을 때, 쌀 때 가리지 않고 논다. 메추리 알을 삶아서 먹기 좋게 밥그릇에 담아주면 깨작깨작 먹던 놈들이 껍질도 까지 안은 메추리 알을 신발장 밑, 방석 밑에 숨겨 놓으면 보물이라도 찾은 양 흥분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메추리알인데…
‘라라라~’ 제 갈 길 걷던 고양이, 침대 밑 메추리 알을 보고 화들짝! 이름 모를 새의 알이라도 발견한 양 놀란다. (발견한 게 아니다. 원래부터 그냥 보였다.) 머리를 낮게 숙여 주위를 살핀 후, 경계하고, 으르렁대고 먹다가, 긴장하기를 10여 분….(그러나 사실 그 주위엔 아무도 없다 혼자서 그러는 것이다. ㅜ.ㅜ) 먹다먹다 남으면 저만 아는 방 한 귀퉁이에 먹이를 숨기기 시작한다. ‘박박’ 결코 덮여지지 않는 장판 바닥을 긁어가며 ‘나름대로’ 먹이를 감춘 뒤, 주위를 한바퀴 휘~ 돌아본 후 안심을 하곤 그 자리를 뜨는 것이다.
바로 이어 ‘토토토’ 그 곳을 지나가던 강아지. 아무 생각 없이 메추리 알을 홀라당 먹어버리고. 다시 돌아온 고양이는 먹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여기 숨겼나, 저기 숨겼나, 내가 착각을 했나…집안의 모든 귀퉁이는 죄 돌아다니는 것이다. 아~ 사소한 메추리알 하나 갖고도 탐정게임을 즐기는 그대…당신은 시대의 게이머입니다. m-.-m

삶의 소소한 행복
조그마한 벌레 한마리, 구겨진 휴지 조각, 살포시 먼지 내려앉은 물살까지 …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궁금하지 않은 것 없고, 재미없는 것 없이 즐겁게 놀 줄 아는 타잔 농장 가족들. 놀 줄 안다는 것은 시간을 보낼 줄 아는 것이라 했던가. 나는 그들에게서 삶이 남루하다거나 지루하다고 느끼는 듯한 표정을 본 적이 없다.
가장 큰 행복은 삶의 가장 소소한 것들로부터 나온다는 비밀을 알아채 버린 그들. 오늘도 나는 그들에게 인생을 배우러 수행의 길을 떠나리라. 자~ 이제 화장실 10개를 치워볼까요!! *^^*


<파리 쫓는 냥이들 ... 폼이 똑같네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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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3-12-1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동물 참 좋아해요. 벤지라는 16세 먹은 마르치스를 키우고 있지요. 이 녀석이 요즘 좀 기력이 약해진 게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식욕은 여전히 좋구, 팔을 빌려주면 아직도 한창 때처럼 자위를 합니다. 님의 일기 보고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줄 알았는데, 님은 한차원 위이신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부럽네요. 그렇게 20여마리가 같이 모여살면 심심하지 않을 테니까. 벤지는요, 저만 출근하면 인생에 재미가 없어요. 심심함을 타개해 보려고 한마리를 더 샀지만, 미니핀 녀석이 성질도 더럽고, 무엇보다 벤지가 질투를 아주 심하게 하더군요. 그래서...다른 곳에 보내야 했죠. 처음부터 같이 길렀어야 하는데 말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