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바~ 멈멍이 (멍멍이) ….”
“안돼! 더러웟!”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 엄마가 개를 만나면 십중팔구는 이 반응이다. 문득, 엄마들 때문에 애들이 개를 더 싫어하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아가들은 처음엔 개, 고양이를 그림이건, 진짜건 아주 좋아하는데 개와 처음 마주친 순간, 엄마의 반응을 보고 겁을 먹게 되는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가 돌보기는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지만 개가 꼭 더럽고 사나운 것만은 아니지 않나…^^; 친구로 만들어 주는 것이 개는 둘째 치고, 아이에게 더 좋을텐데.
소년,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줍다
‘따르릉~’
“여보세요. 나 회의 중이야, 왜?”
회의란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 조카는 숨 넘어가는 소리로 계속 조잘댄다. 약간 짜증스러워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말 한마디.
“고양이가 숨을 안 쉬어. 어떻게 해?”
허걱. 자칭 동물해결사의 약점이 잡힌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의는 뒷전.
“저, 집에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데요”(어머니, 죄송합니다 ㅜ.ㅜ)
재빨리 빠져 나와 얘기를 들어본 즉, 조카의 친구가 길에서 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를 주웠다는 것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달려가 살려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처지. 이러저러하라고 대충 일러줬지만 어린 애들이 잘할 수 있을까 불안했다. 나중에 들으니 시킨 대로 새끼용 젖병을 사다가 우유를 데워 먹여 고양이는 무사히 살아났다고 한다.
그런데, 얘들이 어디서 새끼는 어미가 자꾸 혀로 핥아줘야 된다는 얘길 들은 모양이다. 혀로 하자니 도저히 못하겠고, 안 하자니 가엾고. 고민하던 아이들의 방법이 기발하다. 비닐 랩을 혀에 씌우고 아가를 쭐쭐 핥아줬대나, 뭐래나. 손으로 살살 만져줘도 될 것을. ^^.그 날, 새끼 고양이는 우유보다도 아이들의 따뜻한 체온과 사랑으로 살아난 것이리라
소녀, 보신탕 집에서 개를 구출하다
“아저씨, 이 개 훔쳤죠?”
“뭐라카노! 썩 집에 가라, 마!!”
시장통을 지나다 안 그래도 마뜩찮던 보신탕집 앞에서 아이가 아무 물증 없이 따졌다. 제 생각에는 묶여있는 개가 털도 복슬복슬한 것이 여느 똥개와는 확연히 달라서 주인이 개장국용으로 판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신탕집 주인은 뜬금없는 꼬마 형사의 혐의에 꾸중으로 응수하고 말았지만, 어린 형사의 집요함이란. -, - 그 길로 소녀는 칼을 사다 줄을 끊고 개를 탈출시키고 말았다.
주인이 볼 새라 비린내 질펀한 시장바닥에 엎드려 50원짜리 면도칼로 두꺼운 끈을 썰기를 30여분, 안타깝게도 줄은 개 목 바로 위에서 잘렸고, 덩치 큰 개를 끌고 열 정거장이나 되는 길을 오느라 아이는 개를 끄는 것이 아니라 끌려오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개를 구했다는 뿌듯함이랴. 집에 와 ‘보신탕 탈출사건’의 영웅행세를 하려고 하니 애 아버지 曰,
“정신나갔냐? 이건 도둑질이야. 그 아저씨가 훔치는 거 네가 봤어? 다시 데려다 주고 와!!”
목숨 하나 살리려는 아이의 마음이 왜 기특하지 않았겟느냐먀는 남의 재산 손대는 거 아니란 걸 가르치려는 아버지의 호통에 아이는 그저 서러울 뿐이었다. 그래도 그 아버지, 호통은 쳤지만 밥이라도 한 끼 먹여 보내라며 고깃국에 밥 말아 내왔더니 뚝딱 한 그릇을 해치우는 개. 굶주린 거 가엾다고 다음엔 오뎅 볶은 기름에 밥을 비벼 내왔더니 이것이 웬 일이냐. 입맛 까다로운 똥강아지, 살아난 게 어딘데 고기 안 들었다고 두번째 밥은 물리는 것이 아닌가.-.-; . 아이 아버지 다시 曰.
“아, 안 데려다 줘!!”
그러나,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개는 계속 음식타박을 해가며 아이 집에서 잘 컸다고 한다. 아이는 아직도 동물에 미쳐 ‘자칭 동물해결사’칼럼니스트가 돼 있고. ^^
애와 동물에 관한 진실
요즘 애들 삭막하네, 정이 없네…해도 아이들은 늘 해맑고, 살아있는 한 인간은 따뜻하다. 아이들은 해맑은 본성과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싶어도 베풀 곳이 없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하지만, 분명 자기보다 연약한 누군가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주고 싶어한다. 그들이 사랑을 하고 싶을 때, 그 마음을 받아줄 작은 친구가 곁에 있으면 그들이 조금 더 크게 자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