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모루아의 나이드는 기술
앙드레 모르와 지음, 정소성 옮김 / 나무생각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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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이드는 기술이란 책을 언제 읽으면 좋을까? 책을 다 읽자마자 처음 떠오른 감상이랄까. 아마 올 해 환갑을 맞이하신 우리 어머니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작년만 해도 몰랐는데 환갑이 지나신 어머니를 보는 올해 몇 번이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아줌마가 아니라 순간 순간 할머니의 모습이 어머니 얼굴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 사람들 만나면 자식들이 돈 좀 있을 땐 그렇게 잘하다가 곶감 빼 먹듯 다 빼어가서는 차비랑 커피값도 없어서 외출도 못하게 되었다는 주변 사람들 얘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며 너희들도 다 똑같지 뭐 하시는데. 늙는 것도 서러운데 나이드는데까지 뭔 기술까지 필요해. 난 그냥 이모양으로 살다갈란다. 너희들이 내게 맞춰야지. 이 나이에 내가 맞추랴. 하시겠지.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인 나의 외할머니는 올해 여든 셋이다. 그렇게 아들 아들 했는데 아들 셋이나 두고서도 지금 큰 딸네 집에 얹혀 사시며 마음 언짢아 하신다. 아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다 며느리가 못되서 그렇단다. 자기 아들 다 빼앗아서 갔다구. 자식들은 모두다 한통속으로 외할머니를 트러블메이커로 규정지어버렸다. 어느 집에 계시건 불난을 일으키고 한달도 안되서 뛰쳐나오신다. 그래도 말씀하신다.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싫은 소리 한마디도 들어 본적 없이 살아왔다. 난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어. 사는게 지옥 같아.

늙은이로 세상의 거울에 비쳐질 때 이 책에게서 아무 도움도 얻을 수가 없다. 아, 나도 예전엔 생각해보지도 못한 나이까지 왔구나하고 느껴질 때 이 책을 만난 나는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나이든 노인네들을 조금은 비웃으면서 난 멋지게 늙어갈거야 하면서 말이다.

나이가 들면 안다. 내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사랑을 갈취하며 살아왔는지,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왔는지, 사랑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면서 살아왔는지, 계산적으로 사랑하며 살아왔는지. 사람의 인격의 무게가 깊이가 그늘이 발가벗겨지는 그 때를 조금은 두려워 한다면 지금 내가 보내는 하루 하루의 방향이 조금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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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사냥을 떠나자
이지유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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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시절엔 요즘 서점에가면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그림책이 없었다. 그래서 일까? 서점에 갈 때마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림책 표지가 보이면 잠깐 그 앞에 서서 끝까지 읽고 넘어가곤 한다. 한 권 보는데 10분도 안걸리니까. 10분도 안 걸리는 그 시간 속에서 난 한번도 가보지 못한 세상 속으로 흠뻑 빠져 들었다가 다시 깨어난다. 굳어진 머릿 속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그림책을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진 못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 책이 있다.

<그림책 사냥을 떠나자>를 읽는 내내 조그마한 소리나 움직임에도 깜짝 놀라 도망치는 멋진 사슴을 쫓는 사냥꾼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일까? 서점에서 한 번 끝까지 탐색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었는데 이 책은 그저 내게 사슴은 잡지 못하고 구경만한 사냥꾼이었다고 말한다. 좋은 그림은 보고 또 봐도 그때마다 새롭다. 하루종일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 그런 그림이 잔뜩 들어 있는 그림책을 한 번 훑어보고 득의양양했다니....

아, 앞으론 좋은 그림책을 만나면 사지 않고 못배기게 될 것같다. 내 안에 만족 할 줄 모르는 어린애와 내 주위에 있는 어린 조카들에게 세상 살아가는 재미로 가득찬 얘기를 해주고 싶어서 말이다.

그림책 속에는 어른들도 꿈을 꾸게 만드는 비밀스런 그림이 숨겨져 있다. 아이와 함께 찾아 서로가 발견한 비밀을 속삭여 보는 재미을 놓치지 말자. 다행이야. 어른이 되어서도 그림책 보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어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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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냉월 1 - 드래곤 북스 036
풍종호 지음 / 시공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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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냉월이라! 꽃은 정을 듬뿍 담고 있는데 이를 비추는 달빛은 냉냉하기 그지 없다는 뜻인가? 무언가 애틋한 사랑이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협소설이 아닐까 싶었는데.... 제목에 걸맞는 주인공은 나오질 않고 기생의 의문사에 얽혀드는 그저그런 인물들이 진열대 물건처럼 나열대어 있지만 선뜻 누구하나에게도 끌리지 않아서 몇 번을 읽다가 그만두었다.

정말 이렇게 빈약한 인물들만 나올것인지 궁금해져약 끝내 포기는 못하고 일주일 걸려서 1권을 끝까지 읽었고, 2권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나머진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가 1권에 시장 좌판처럼 늘어놓기만 했던 문제들이 단순하지 않게 다른 사건들과 얽히면서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그 문제거리의 원인이 되었던 임천생과 함께 하는 3권이 화정냉월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4권은 능력 많고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한 것에 비해 사건해결이 어이없을 정도로 시시하게 끝나 작가님이 결말을 내고 싶어 안달이 난것은 아니었는지 궁금해진다.

포석을 1권에 걸쳐서 둔 무협소설은 처음봤다.추리무협소설의 치밀함을 위한 준비였음을 알자 1권을 포기하지 않고 본 것이 정말 다행스러웠다.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놓칠 뻔 했다고 생각하니.... 음, 나름대로 앞서 리뷰를 다신 분의 궁금증에 제 나름대로 답을 드려본다면

-> 개방대호법의 신물에 별 뜻은 없다. 봉무진의 사부가 개방대호법이라 그 신물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부가 죽은후에 그 신물을 물려 받은 봉무진은 신물이 금붙이라는 것 이외의 용도가 있었는지 몰랐다. 쪼개든가 가루를 내서 생활에 보탰는지 신물인 금패가 조금밖에 남지 않아있었다.

-> 분신이라는 말은 임천생이라는 캐릭터가 다중인격이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죽은 사형의 성격이 드러날때도 있고....

-> 1권 도박장에서의 일은 화기가 잔뜩 들었을 것이라고 예측한 상자 안엔 봉무진 친구의 부인이 벌거벗은 채로 들어있었을 테고 이에 당황한 틈을 타서 임천생은 도망을 갔을테고... 뭐 그렇게 끝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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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 - 애장판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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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란 뭘까? 마야는 3시간이나 되는 연극을 딱 한 번만 보면 배우의 연기와 대사를 완벽하게 흉내낸다. 쓰잘데 없는 멍청한 짓으로 엄마에게 언제나 야단을 맞아도 마야에게 사는 즐거움은 드라마나, 영화, 연극에 있다. 중국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엄마와 살고 있는 마야는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삶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주변 사람에게는 좀 이상한 아이로 보였던 마야를 쯔키가케는 천의 얼굴을 가진 천재적인 배우로 보았다.스스로 자신이 천재임을 발견해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마야처럼 누군가에 의해 천재로 발견이 되어지는 경우도 있다.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천재라고 어느 발명가는 말했다. 어느 화가는 천재는 노력이 아니라 자신도 어쩔수 없는 광기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 두가지에 다 해당되는 주인공인 마야을 를 보고 있노라면 마스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떻게 그렇게 연극에 빠져들 수 있지? 그렇게 좋은가? 타인을 연기하는 것이...? 좀 더 즐겁게 행복한 자기 자신의 인생을 연기하고 싶지는 않냐? 남자 친구를 만들어 데이트도하고,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즐거운 학ㄱ 생활도 하고, 보통 여자아이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지는 않은가?'

'모르겠어요.난 뭐가 행복이고, 뭐가 그렇지 않는건지. 알고 있는 것은 연극을 하고 있노라면 뭔가 가슴속이 뜨거워지고 용기가 끓어오른다는 것.... 아, 난 이걸 할 수 있어하는 생각이 몸속을 뜨겁게 만들고. 아, 난 살아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거예요. 알고 있는 것은 그 뿐....'이라고 마야는 대답했던가?

나도 또한 마스마처럼 그런 마야가 부럽고, 웬지 곁에 있으면 힘이 날것 같고, 사랑스럽다. 우린 모두 자신을 잊어버릴만큼 빠져버릴 을 원하면서도 막상 나를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한다. 마야는 무대라는 공간에 서서 자신을 잊지만 잃어버리는 일은 없다. 그러기에 언제나 깨어지기 쉽지만 맨얼굴 그대로 훤희 들어나는 맑고 투명한 유리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겠지.

하루하루 사는 일이 연극이라면 나는 마주한 상대앞에서 투명하지 않은 색유리가면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언제나 내 자존심이라 색유리는 상대를 오해하게 만들고 진심을 가린다. 천재란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상대방에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연극에서든 삶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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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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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들은 연주를 하기전에 피아노를 자신의 귀에 맞는 소리가 나도록 조율한다. 동네마다 한두 개씩 있는 피아노 교습소에 다니는 아이들은 손가락아래서 두들겨 지는 소리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악보에만 관심이 있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사람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마음내키는대로 두드려 댄다. 다른사람은 결코 알아듣지 못할 소리이지만 나름대로 피아노를 두들겨대면서 치는 이는 만족하지만 피아노의 음은 부서져간다.

'호출'이란 제목을 단 김영하의 단편집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피아노앞에선 세가지부류의 사람들로 나누어진다. 십자드라이버와 총이라고 붙여진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피아노을 마음대로 두들겨대는 한 번도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질 수록 점점더 피아노가 내리는 소리는 소음이 되어간다.

그래서 그들은 피아노를 십자드라이버로 분해버리든가 총으로 쏴버린다. 다른 사람도 연주할 수 없도록.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을 파괴한다. 버스나 전철 속에서 5분 간격쯤으로 울려대는 사람들의 핸드폰 벨 소리에 이제 더 이상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이제는 핸드폰이 없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사람의 욕망이 핸드폰 가지는 것 정도에서 멈출 수 있는 거라면...... 세상은 16화음에 칼러액정의 핸드폰으로 바뀌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피아노 기분과는 상관없이 연주자는 피아노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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