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피아니스트들은 연주를 하기전에 피아노를 자신의 귀에 맞는 소리가 나도록 조율한다. 동네마다 한두 개씩 있는 피아노 교습소에 다니는 아이들은 손가락아래서 두들겨 지는 소리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악보에만 관심이 있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사람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마음내키는대로 두드려 댄다. 다른사람은 결코 알아듣지 못할 소리이지만 나름대로 피아노를 두들겨대면서 치는 이는 만족하지만 피아노의 음은 부서져간다.

'호출'이란 제목을 단 김영하의 단편집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피아노앞에선 세가지부류의 사람들로 나누어진다. 십자드라이버와 총이라고 붙여진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피아노을 마음대로 두들겨대는 한 번도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질 수록 점점더 피아노가 내리는 소리는 소음이 되어간다.

그래서 그들은 피아노를 십자드라이버로 분해버리든가 총으로 쏴버린다. 다른 사람도 연주할 수 없도록.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을 파괴한다. 버스나 전철 속에서 5분 간격쯤으로 울려대는 사람들의 핸드폰 벨 소리에 이제 더 이상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이제는 핸드폰이 없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사람의 욕망이 핸드폰 가지는 것 정도에서 멈출 수 있는 거라면...... 세상은 16화음에 칼러액정의 핸드폰으로 바뀌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피아노 기분과는 상관없이 연주자는 피아노를 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