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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 나는 사실 이런 것들을 외면하고 싶었다. '도가니', '한공주' 같은 영화는 유명해도 보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굳이 불쾌감 느끼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처음에 이 책을 보곤 궁금한 마음 반,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반이었다. 후자의 마음은 바로 그 불쾌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샘플북을 읽고 나니 우려했던 마음보단 저자 서혜진 변호사님의 사이다 발언들이 속 시원하게 해 주었다.
-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회에서 '성희롱'이란 이름으로 지금 불리는 것들이 그냥 농담조가 되었던 시기가 있다. 특히 여사원들에게는 가혹했다. 그들은 직급으로 불리지도 않았고, 성적 농담도 참아야 회사에 붙어 있을 수 있었고, 큰 목소리를 내는 순간 피해자가 오히려 숨게 되는 이상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 이 책을 읽다 보니 불과 2012년, 2013년이 되어서야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법률조력인' 제도, 국선 변호사 제도 등이 도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국가가 보호를 시작한 것이 불과 10년이 겨우 넘었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투 사건이나, N번방 사건을 뉴스에서 막연히 보면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왔다고 어렴풋 느꼈던 내가 부끄러웠다.
- 이 책을 보면 불편하고, 분명 잘못된 행동과 사회적 분위기가 법 테두리에 들어오기까지 저자와 같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수고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나는 법조인도 아니고, 사회운동가도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없으나 이렇게 책을 읽고 관련 사건에 관심을 꾸준히 가지는 것만으로도 가해자를 부끄럽게 하고 피해자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그렇기에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다.
우리 사회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가?

- 출판사로부터 샘플북을 제공 받았으나 솔직하게 서평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