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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카페에서 오롯이 혼자 앉아서 심각하지 않게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자세로 곰곰하게 나의 인생커피가 뭐였지?
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을 발견했다.
책을 읽자마자 선반에 꼭꼭 숨겨두었던 자기로 된 핸드드립 기구를 꺼내서 커피를 마셨다. 그냥 그러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카페를 가득 메운 이들의 기분 좋은 소음, 따뜻한 커피 한 잔, 달콤한 토스트 한 조각이 만드는 풍경이 이다지도 아름다울 수 있다니.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154p
3인조 인디그룹 '스탠딩에그'의 에그 2호님이 쓴 커피에세이. 사실
옥상달빛, 제이레빗 등과 같이 섞어 잠자기 전에 돌려 들었던 음악의 가수라 그런지 혼성그룹인 줄 몰랐었다. 아내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남성분인 줄 이제 알았다는. 5년 전쯤
배우 공유가 추천해줘서’ 넌 이별 난 아직' 이란 곡을 듣고
심취했는데, 그런 가사를 쓴 사람이 쓴 글이니 잘 썼을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카페에서 읽기 권유하는 이유는 바로 휴대성 갑이라는 사실이다.
카페에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고 싶으니 하드커버가 아니었으면 하고, 또 크기도 콤팩트
했으면 좋겠는데... <서.완.시>는 가방에 넣고 다니기 완전 딱이다.

본격적인 책 소개를 시작한다면, 에그 2호님의 인생 커피 혹은 사연 있는 커피 20개가 소개된다. (실은 19개) 사실은
한국이 좀 많았으면 했는데,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 외국이 좀 많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나도 생각해보니 기억에 남는 커피와 카페는 일본에서가 많았다.
혼자 다니다가 좋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시그니처 메뉴를 시켜보고, 사진을 찍어댔었다.
실제로 매일 수십 잔의 커피를 만들다 보면 똑같은 원두, 똑같은 방식이라
하더라도 매번 그 맛이 미묘하게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는다. 그렇다. 만약 당신이 어느 날 평생 잊지 못할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된다 하더라도 당신 또한 그날의 커피와 똑같은 커피를
다시는 마실 수 없단 이야기다. - 60p
평생 잊지 못할 커피 한 잔 속에는 진짜 그 때의 습도, 음악, 분위기, 사람들... 모든
것이 함께 섞이고 녹아있다는 의미가 가득한 책. 카페에서 가볍게 읽는다면 내 몸에서까지 커피향이 솔솔
날 것만 같았다.
에그 2호님의 글과 더불어 감성 충만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도 한다는….

1분만 더 있다가 드세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에 섞는 거잖아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물과 에스프레소는 서로 다른 성분이라서, 서로에게 완벽히 섞이고 녹아들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야 진짜 아메리카노가
되죠. -138p
나도 이제 1분 여유를 가지고, 아메리카노를
꼭 마셔야지.비단 커피 뿐만 아니라 나의 몸 회복에도, 타인과의 관계에도, 서로에게 완벽히 섞이고 녹아들 시간이 필요하구나. 싶어지는 책이였다.
설탕을 넣은 에스프레소를 대하는 에그 2호님의 글로 마무리 하고 싶어지는 기분 좋은 책.
오늘 하루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겠지만, 결국 끝은 달콤하게 마무리되길.- 19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