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번째 인류 - 죽음을 뛰어넘은 디지털 클론의 시대
한스 블록.모리츠 리제비크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가 한 때 화제였다. (검색해 보니까 지금도 계속 제작중이었다.) 사망했던 딸 아이를 가상 현실에서 다시 만나는 엄마를 보고 시청자들도, 나도 모두 울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거북이도 다시 만난 멤버들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주었다.
이처럼 육체의 죽음을 뛰어 넘어 다시 디지털로 부활하는 현실을 우리가 방송에서 마주할 만큼 바로 코 앞에 온 듯하다. 하지만 정말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한 찰나에 '두 번째 인류' 저자들이 이 나라, 저 나라를 넘나들며 관련 개발자를 만나 현주소를 명쾌하게 적어놔서 고마웠다.
사실 '디지털 클론'이란 단어가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데, 전반적으로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이를테면 지금처럼 이렇게 책 리뷰를 쓰는 것도, SNS에 올린 많은 글들도, 만약 본인이 죽게 된다면 이 많은 정보는 어떻게 처리해야 옳을까? 고인의 의사 없이 남겨두거나, 혹은 삭제해도 되는건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책 표지만 봐선 무조건 '디지털 클론'에 대해 옹호하는 내용일까봐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걱정하는 목소리도 같이 올려줘서 좋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고인과의 대화나 조우 등이 가능하게 되지만, 이런 기술이 죽은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상상을 강화하고 슬픔을 지속시키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꼬집었다.
책 초반 부에 나온 흥미로운 내용이 있는데 케임브리지 연구진에 따르면 페이스북에 누른 '좋아요' 300개만 있으면 그 사람의 성격을 그 사람의 배우자보다 더 잘 알게 된다고 하니 얼마나 우리가 디지털에서 활동하고 남기는 모든 정보들이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거기다가 뇌 기능을 백업 혹은 복제하는 기술이 더운 진보함에 따라 급진적인 '트랜스 휴머니즘'까지 가능한 불멸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하니, 조금은 섬뜩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이별한 고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희소식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꼭 고민해봐야 할 제목임을 느낀 좋은 신간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솔직하게 평합니다 -
앞으로의 변화는 명백하다. 디지털 시대에는 죽음과 애도를 둘러싼 사회 문화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 P1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