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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내가 가지고 있던
혐오가 드러나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나는 옳은 척, 나는 바른 사상을 가진 척, 하고 있었으나 그 내막에는
이 시대가, 정치가, 업계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수치심 머신'에 길들여진 것일지도 모른다.
[도전 FAT 제로] 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2020년까지 시즌 18까지 나온 것을 보니
나만 즐겁게 본 것이 아닌 것 같다. 고도비만의 사람들이 나와 서바이벌로 다이어트를 했다. 다른 사람의 수치심을 이용해 돈을 버는 극단적인 프로그램임을 이제야 자각했다.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은 것은 살이 빠진 참가자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후 참가자 대부분은 요요가 왔다. 방송사와 관련 업체가 가져가는 막대한 수익이 남았을 뿐,
사람들은 비만인 그들을 보고 그들이 특별히 게으르고, 의지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고, 누군가가 도와주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셰임 머신으로작동되는 산업 생태계의 일환이라면?
이런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 책을 읽고 난 후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사람들은 조롱하는 것을 좋아한다. SNS에서 판만 벌려 놓으면, 득달 같이 달겨들어서 악플을 남긴다. (물론 좋은 일에 돈쭐 내주고, 선플을 다는 일도 있긴 하지만 증오와 조롱에 훨씬 가볍게 동조하고 행동한다.)
그리곤 정의감에 휩싸인다.
도대체 왜? 그럴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과연 누가 이득을 취하는가?
언젠간 생각했어야 하는 이야기지만,
다소 위험한 이야기이도 하다.
누군가에게 수치심 머신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
극단적 갈등과 분열된 사회에서
약자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가
에 대한 대답도 나와 있어서 좋았다.
단순히 시대적 변화라고만 생각했던 일본 '히키코모리'와 미국 비자발적 독신자(Involuntary celibates) '인셀'도 수치심에 의하여 생긴 것이라는 흥미로운 내용도 잘 읽혀졌다.
우리는 너무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닐까. 그 칼날이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르니까. 우리는 현재 곳곳에 숨어서 작동하고 있는 '수치심 머신' 에 대해 잘 이해하고,
또 잘 동작시킬 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솔직히 평했습니다 -
수치심은 언어나 종교처럼 내면에 깊게 자리 잡는다. 또한 머릿속에도 장벽을 세운다. 그 장벽을 넘어섰다가는 창피함에 고통받을 수 있으므로, 우리는 어떤 기회나 즐거움, 사랑이 와도 몸을 움츠린다. 수치심은 그렇게 삶을 잠식한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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