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을 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

성덕일기 - 오세연의 필름 에세이
오세연 지음 / 이봄 / 2022년 11월

어느 날 오빠가 범죄자가 되었다.

나는 실패한 덕후가 되었다.

 정준영(이하 J) 가수를 덕질했던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면서 쓴 일기와 인터뷰, 그리고 관객들과의 대화의 대답을 통해 ’성덕‘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에세이였다.

 나도 지금 소소하게 덕질하는 가수가 있다. 그렇게 유명하진 않지만,  TV나 어디선가 그 가수가 나오면 보다가 내 생각이 났다며 다들 연락이 온다. 뭔가 가수의 전도자가 된 기분이랄까.

 그렇게 때문에 오세연 감독님의 마음이 더욱 이해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매체에 좋은 식으로 등장하든 나쁜 식으로 등장하든 덕후들은 주변인들에게 ‘ 나 = 그의 팬’ 으로 자연스럽게 떠올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감독님이 배신감이 컸을지 이해가 충분히 갔다.

이 책은 총 3 부로 나뉘어져있다.

- 1부 성덕일기

 감독님의 일기를 엿볼 수가 있는데 특히  J에 대한 배신감과 정리에 관한 감독님의 마음을 고스라니 느낄 수 있었다.

- 2부 우리들의 인터뷰

 빅뱅의 S의 팬, 감독님 어머니(배우 조민* 팬이었다고 함)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연예인들의 팬들과의 인터뷰들이 모두 흥미로웠다. 

 가장 흥미로운 건 J 사건을 가장 먼저 다뤘던 기자님하고 인터뷰를 했던 것인데 팬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기사화를 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본 시선으로 양쪽을 다 대변해줘서 좋았다.

​- 3부 관객과의 대화

 영화 GV에서 자주 들은 질문 다 말하지 못했던 대답을 정리해서 적어놓았는데 결국 관객과의 대화 끝자락에 감독님의 간절한 생각이 보인다. 거기에 나는 100% 공감하며 이 책을 접었다.

 그냥 우리 모두가, 열렬히 지지했던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돌아서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아낌없는 응원과 사랑을 커다란 상처로 돌려받지 않으면 좋겠다.

쏟아 부은 돈과 시간만큼 행복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나 무조건 나를 웃게 만드는 존재와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덕후들은 큰 걸 바라는 것이 아니다.

같이 성장하고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늙어가기를 바라는 것인데,

이 쉬운 거 하나 지켜주지 못한 연예인이 실패한 것이다.

실패한 덕후는 없다.

성장하는 덕후만 있을 뿐.

-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고, 솔직하게 평합니다. - 

슬프다. 슬프다. 내가 아주 오랫동안, 아주 많이 사랑했던 사람을 증오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 P49

연예인에게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우린 인간이기 때문에 다 불완전하잖아요. 그런데 스타에게 완전한 인간이기를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하고요. - P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