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홀로 노래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지혜 1
박세현 지음 / 예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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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우경보가 내려 비 내리는 소리가 세게 틀어놓은 샤워기 물소리와 같고, 물받이를 타고 떨어지는 빗물소리는 하염이 없다. 빗소리 듣기모임 준회원인 박세현님이 좋아하실만한 날씨인가.

산문집을 쓰신 박세현님은 1953년생이시니... 현재 67세? 선생님은 나이를 많이 먹었다, 시를 오래 썼다, 이렇게 오래 시를 쓰고 강의를 해도 알아보는 사람 없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고 퇴물들은 물러나야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나 나는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보다 더 젊으셔서 놀란다. 굳이 '백세시대'란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요즘엔 8,90세가 되어서도 왕성히 활동하는 분들이 참 많이 있다. 박선생님에게도 활동한 기간만큼의 시간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렇게 쓰면 너무 존경심이 없고 건방지게 들릴까? 하지만 나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 사람이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으니 거기에 맞추어 삶을 계획하는 게 맞다고. 나에게는 아직도 내가 살아온 날들 만큼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더욱 분발하자고 말이다. 나이타령 같은건 배부른 소리다. 인생이란 마라톤에서 나는 아직도 결승점을 겨루는 경기 중인 거니까.

요즘 세상은 시로 넘쳐나는 것 같다. 시 뿐인가 에세이도 넘쳐난다. 선생님 말씀대로 '시는 읽는 장르가 아니라. 쓰는 장르' 그래서 다들 '손가락 힘 있을때 열심히들 쓰'는 것일까. 사람들은 모두가 사연을 갖고 있고 말하고 싶어한다. 관심받고 싶어서 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정말 쓰지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쓰는 사람도 있다.

시인이 쓰고싶어하는 이야기는 평생 대여섯가지 밖에 없어.

우린 그걸 다른 형태로 반복할 뿐이지.

보르헤스의 말, 하루키 대담집'여긴 어딥니까'중

선생님 역시 시란 무엇인지, 시를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자문자답을 반복하며 계속 시를 쓰고 계신다.

각자에겐 각자의 삶이 있듯이 시인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시가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게 시 쓰는 작업은 세상에, 언어에, 의미에 속지 않으려는 몸부림입니다. 아니 언어부림이지요. 되묻습니다. 시를 잘 쓸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기만입니다. 대충 쓰면 되는 것이지요. 안자이 미즈마루 어법으로 최선을 다해 대충 쓰는 시. 잘 쓴 시들은 널려 있지요. 그런 시들을 읽고 나면 그래서 뭐? 거기까지거든요.

박세현, 거미는 홀로 노래한다

그리하여 나도 쓰는 일에 동참하기로 한다. 시에 대해 쓴 글을 읽고 시를 써보고싶은 마음이 들게하였다면 그 글은 성공한거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성공했다. "짝짝짝짝짝~" 홀로 부르시는 그 노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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