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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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 우울증 비슷한 증상을 겪은 적이 있다.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건 그 때 내가 병원을 가지 않아서 이다. 하지만 스스로도 내 기분이 뭔가 깊은 수렁 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가 있었다.

기분이 좋지않을 때 내 해결방법은 무언가 다른 것에 몰입하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다육이등 식물키우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아파트베란다에 크고 작은 화분들로 가득 했다. 작은 잎하나만 흙에 얹어 놓아도 금새 뿌리를 내리고 새순을 내미는 다육이들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제라늄 씨앗을 싹 틔워서 키우는 일에도 도전하고 천냥금 열매도 심어 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꽃이나 열매를 잘 맺지못하고 잎만 푸르게 살아있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초겨울에 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화분들도 물론 다 가지고 왔지만 이젠 실내에 키울 장소는 없었다. 손바닥만한 앞마당과 현관 유리창 앞이 이들의 새로운 거처가 될 터였다. 밖에서 추운 겨울을 지나고 살아남은 다육이들은 이제 옥상 계단위에 새로운 자리를 잡게 되었고, 현관 옆편에 자리했던 아이들은 관심과 눈길을 잘 받지못해서 메마른 환경에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여러개의 화분이 비워지고 또 새로운 식물이 채워졌다. 몇번의 겨울을 지나고 이제는 제법 제 터를 지키게 된 식물들은 금년 봄에도 성긴 꽃을 피워 집순이인 나의 눈을 즐겁게 한다.

지난 봄 데려온 왕보리밥나무는 올해도 진딧물과 사투를 벌이는데 주인인 나는 약을 이용하지 않으려고 마늘액이나 요구르트를 뿌리거나 손으로 일일히 잡아보기도 하고, 담배 우린 물과 막걸리를 뿌려보기도 하며 함께 몸살을 하고 있다. 나무가 진딧물을 이기든지 진딧물이 나무를 이기든지 판가름 날때까지 소리없는 전쟁은 계속 될 것이다.

이 책 '야생의 위로'에서 저자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자신을 챙기지 못할 만큼의 우울증이다. 반려견과 함께 숲길을 산책하고 채집하며 그 병을 견딘다. 집 밖에도 나갈 수 없는 날엔 자연도감을 펼치고 새와 바다생물, 식물을 보기위해 먼길을 찾아가기도 한다. 자연과 야생에서 위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어떤 점이 그렇게 위안이 되었을까? 그저 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이 그 이유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 조화와 생명력에 경이로움을 느껴서 일 것이다.

나만 혼자 힘든게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어려움을 이기고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단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다.

마당앞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면 바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눈을 뜨면 나무는 푸른 손을 가만히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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