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리오스 폴립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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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는 장르를 가장 잘 살려낸 책이다.

적당한 비유와 글씨체의 차이,

배치의 상황과 색감... 모든 것이 독특하게 다가온다.

(더 놀라운 건 책 속에 페이지가 없다.

 만족스러운 문구를 뽑아 쓰려고 책 페이지를 아무리 찾아봐도........없다;;;)


각각의 인물들에게 어울리는 글씨체가 

각자의 대화를 보여준다. 

그 다양한 글씨체를 보다보면

사람들이 어떤 목소리를 가졌는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상상하기가 좋다.


그의 쉰 살 생일, 갑자기 집에 불이 나면서 모든 것을 잃은 아스테리오스.

비를 맞는 그에게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을 지녔고, 사실상 모든 것을 읽었고 기억에 저장'할 수 있는 사람이다. 

쌍둥이로 태어나면서 한 아이가 죽고 아스테리오스가 살았다고 한다.

태어나면서 시작된 혈육의 부재 때문에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한 건 아닌지....

머릿 속은 철저히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랑하는 여자-하나를 만나면서도 그런 못된 버릇(!)이 나온다.

아니 그 못된 버릇이 모든 이야기에 숨겨진 큰 핵심?!

(여자다 보니까...하나와 많은 취향이 맞다 보니까....

아스테리오스를 보면서 괘씸한 마음이...쿨럭;; 힝.)


하나:   당신이 보기엔 내가 멍청한 것 같아?

아스테리오스:   뭐?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전혀!

하나:   그런데 당신은 왜 맨날 내가 틀렸다고 보는 건데?


건축가이지만 그가 설계한 집은 아무 것도 지어진 적이 없고

사랑은 했지만 그 사랑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새로이-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아이러니'같은 것이.... 이 작품이 가진 독특한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이 책을 읽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으려나? ^^;;;)



만약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이 단순히 자아의 연장이라면 어떨까?

그렇다고 하면 각 개인이 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서,나는 이런 질문을 할 자격을 지닌 셈이다. 그렇게 보면 잘 설명이 되리라. 어째서 어떤 이들은 별 어려움 없이 서로 잘 지내는 듯 보이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안 그런지.

하지만 그런 개인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한 사람의 세계관이 다른 사람의 세계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모른다. 이는 결국 어떤 사람은 자신의 현실 인식을 자유자재로 변형시켜, 다른 사람의 현실 인식과 중첩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나의 성장기가 드러날 때

'스포트라이트'의 밖에 물끄러미 뒷짐을 지고 고개를 아래로 두고 있는 장면, 

서로 다른 색과 면으로 있던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 하나의 형체가 되어가는 장면....

연극적인 요소가 도입되면서 하나와의 이야기가 드러나는 장면들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감탄하기도 했고! ㅎ.ㅎ)


훌륭한 단편소설을 읽은 것 같다는 사람들의 표현에 비할만큼

더 멋진 재주로 이 책을 평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독특하고 고고하게 좋았는데... ^^;;



 

p.s.

스티븐: 천문대에서는 하나같이 자기네 망원경을 먼 우주에만 맞춰 놓고 있지, 정작 지구인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없는 거야!


우리는 먼 곳을 보느라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무관심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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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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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무엇이 그를 창문에서 스스로의 몸을 밀어내도록 만들었을까.

그 사실을 '나'는 알 것 같다고 했다.

'화자'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로 변해간다. 


90세 노인이 5층에서 뛰어내린 '현재'에서

4층, 3층, 2층, 1층... 어린 시절에서부터 지금으로

나의 이야기는 하나씩 펼쳐진다.


나는 고향 시골마을에 산다.

사람들이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담'을 점점 높이 올리고 있다.

그런 욕심도 사람들도 너무 싫었고....무작정 도시로 간다. 

젊은이의 패기로 꿈과 같은 자동차 면허를 따지만

혼란스러운 세상은 운전자가 필요가 없다.


주변의 사람들을 겪고 보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가져본다, 아나키스트?!

아나키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나는

군대에 들어가도 그냥 군인이 아니다.

사람람을 죽이는 것이 싫어 총을 못 쏘는 척 하고

전쟁 중에 힘든 사람들을 위해 군수물자들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책임진다.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 물씬 풍기기는 한다, 

결말 자체가 비극이니까.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전쟁, 배신, 사랑, 불륜...뭐 그런 것 모두가 자연스러운(!)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니까.


그렇지만 유.해.매.체.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이 온당하지 않은 분류는 뭐란 말인가!!!!!

'성'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였기 때문에 유해매체라고 한다.

실제로 그런 장면은 많지도 않고, 이야기에 흐름에 아무런 영향도 없는 흐름 중 미약한 하나일 뿐인데.

(오죽하면 원작자가 한국측으로 연락을 하여서

전세계 모든 곳에선 별 어려움없이 출간이 되었다며 유감이라고 말하였다고.)



가볍다 싶은 '만화'는 아니다,

충분히 '그래픽노블/로망 그래픽roman graphique'이어서 가치있는 작품.

원작자 안토니오 알타리바가 자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구성해놓은 것에 
능력이 있는 만화가 킴이 훌륭한 기법으로 만들어주었다.      
감히 만화가 아니면 시도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를..... 자연스럽게(놀라운 상상력으로) 살려주었다.
가슴 팍의 두더지 씬은.....묘하게 무섭고도 와닿았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원제는 <El Arte de Volar, 비상의 기술>이라 한다.

자동차를 타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뭔가를 전해주고 싶었던

소박하고 욕심없는 아나키스트는 죽어서야 행복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p.s.

에필로그에 등장한 아들의 고백... 그걸 읽은 후에야 좀 더 개인의 삶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다.

(첫번째 읽을 때엔 나도 모르게 '스페인의 역사'에 주목하였던 것 같다.;;)





에필로그


아버지는 2001년 5월 4일에 자살했다. 그 후로 그분은 모든 것에서 해방될 수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지옥 같은 날들이 시작됐다. 사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옥에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15년 전부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우울증을 앓아본 사람이나 가족들만이 그 병이 마음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 알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토록 고대했던 죽음을 맞자, 또 다른 것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망령처럼 매일같이 나를 찾아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했다. 마치 고아가 된 것 같은 공허함과 커다란 죄의식이 나를 덮쳤다. 나는 아버지께 더 많은 것을 해드려야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만약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내지 않았더라면… 무엇보다도 그토록 비통한 모습으로 자살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 받아들였더라면… 아버지에겐 나밖에 없었다. 그분은 나하고만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 몇 년 간은 오직 나만이 고통으로 굳어버린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고, 또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더 중요한 일들’이 있었으며, 또한 아버지를 슬픔의 심연 속에서 꺼내려 애쓸 때마다 너무나 힘겨웠기 때문이다. 처음에 의사인 친구에게 아버지의 자살을 도와줄 수 있는 약을 부탁했을 때 거절당한 이후로는 두 번 다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내게 나타난 그 고통의 이유는, 아버지가 나를 위해 했던 만큼 나는 그분에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우리의 피의 동맹을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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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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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집을 '열심히' 읽어갔다.

귀에 스치듯 자주 만났던 것 같은데

관심없이 지낸 시간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했다.


최승자 시인을 '읽어야겠다' 결심한 건

신형철의 '문학동네 채널 1(팟캐스트)'에 등장한 김민정 시인의 목소리를 만난 후였다.

이동진의 '빨간책방(팟캐스트)'에서도 얼핏 '제목'으로 만난 적도 있었던 터라

몇몇 스친 곳에서 만나는 시인들이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 올라가다 

결국 '최승자'를 만나곤 했다.

왜, 자꾸 손꼽을까.........너무 궁금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무작정 여정을 떠난 아이 마냥 두근거렸다.

몇 장을 지났을 뿐인데 코 앞을 스친 강렬한 훅 한방을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뭔가가 뜨겁고 강하고

그러면서도 치열하게 가혹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직은 내 표현이 -수련이 덜 되어서 그런가- 내 마음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 ㅜ_ㅠ)


<개 같은 가을이>나 <버려진 거리 끝에서>,

<가을의 끝>, <장마> 등등의 몇몇의 시들을 옮겨 적어왔다.

(그 외에 뽑아온 시들은 <이 시대의 사랑>,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 

<허공의 여자>,<크리스마스 이브의 달>, <무서운 초록> 정도.)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p.14)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 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바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그런데 '빨간책방'에서 한 시간 가량 이 시집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는데

제때 옮겨 담아오지 못한 좋은 시들이 귀에 걸렸다.

아, 맞다... 저런 시가 있었지...하는 후회 비슷한 것.

다시, 꼭 한번 더 읽어봐야지. (좀 더 詩를 알게 된 후에!)


++ 시집을 전체적으로 읽고 나중에 옮겨 적기 작업을 했는데

이상하게 첫부분의 시들이 자꾸 '더' 끌리길래

내가 이상한 건가, 시집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책이 편집되면서 1부, 2부, 3부의 구분을 시대의 역순으로 했다고 들었다.

(그걸 '빨간책방'에서 확인하면서 알게 되었다. ^^부끄럽다;;)

내가 '1부' 즉, 

이 시집의 초반 시들이 쓰여진 

그 나이대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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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 시인선 276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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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집을 또 만났다.

도서관, '대학생 추천'의 스티커를 붙이고 

책장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첫장부터 천천히 읽으면서

-직전에 최승자 시인의 옛 시를 읽다가 왔으므로-

참 영롱하고 예쁘구나,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


몇 페이지를 더 넘기다가

'이미지가 살아있구나'를 느꼈다.


가령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는 구절(p.37, <첫사랑>)에서

<그림 일기>(p.42~43)에서 (이건 전문을 노트에 옮겨 왔다).


시인의 시들을 다 읽다가 

끝내....마지막에는.... 

시인을 끌어안은 기분이 들었다.

<달팽이(p.41)>나 <벌레가 되었습니다(p.66~67)>를 읽으면서

그 안에서 등장하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생이

자꾸 어떤 '이미지'를 버리고 벌떡벌떡 일어나고 있었다.



한 순간이라도

저 시인의 마음에 일체되었다가 나왔던 것 같다고,

그렇게 시와 소통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느끼고 싶다.


저 좋은 리뷰로, 시집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



첫사랑                   -진은영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

              세 마리 고기떼를 따라

푸른 물살을 헤엄쳐갔다   (p.37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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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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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소설이어서 되려 엄두를 못 냈던 소설이었다. 

<허삼관 매혈기>라는 한문투의 제목이 입안에서 겉도는 느낌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추천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뭔가 복잡하고 관념적인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 같았고 

왠지 중국에 대해 잘 알아야 잘 읽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며칠 전에 소설가 김영하의 목소리로 ‘조금’ 맛을 보았다. 

책의 일부였지만 끌렸다. 

피를 팔러 나서는 근룡과 방씨를 따라 병원에 갔고 ‘승리반점’에 갔다 나왔다, 

-아마도 기억이 맞다면- 허삼관이 일하는 생사 공장에도 들러볼 수 있었다. 

‘혈두 바지 앞단추 사이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속옷이 정말 여자의 것이었는지 봤어야 했는데, 

승리반점에서 탁자를 크게 두드리며 ‘돼지간볶음 한 접시하고 황주 두 냥‘을 시켜봤어야 했는데, 

꽈배기 서씨가 “아이야…”하고 교태를(?) 부리는 목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이런 마음이 들었다.

 피를 판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자꾸 생각하게 되었고.

-엉뚱하지만- 헌혈을 하면 ’봉사 4시간‘을 쳐주는 헌혈의 집 시스템도 떠올려보게 되었다.

자꾸 자꾸 생각이 났고 허삼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먼지 냄새가 자꾸 나를 불렀다.


그리고 잠들기 전, 침대에서 책을 펼쳤다. 

허옥란이 아이를 낳던 부분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피를 파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강렬했다. 피를 뽑으면 잊지 않고 돼지간볶음과 황주가 떠오를 만큼. 

돼지간볶음 세 접시와 황주 한 병, 그리고 두 냥짜리 황주 두 사발을 앞에 두고 

빙긋 웃고 있는 허삼관을 보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아오는 새벽이었다. 

(이런! 자고 일어나는 사이클이 좀 뒤틀렸다.;;)

 

허삼관 매혈기, 

이름이 허삼관인 남자가 피를 팔아가며 살아온 인생 이야기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영화 <마지막 황제>나 <패왕별희> 등등에서 살짝 스친 

‘문화혁명’에 대한 짧은 지식만 있어도 별 어려움이 없는 책이다. 

아니, 사실은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도 술술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다. 

중국의 것이라곤 해도 뭔가 우리네 옛날 이야기같은 구석이 있다. 

(허삼관 매혈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들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각색한다고 했다. 나만 ‘우리네’ 냄새를 맡았던 건 아니었나 보다.)



허삼관이 사람들에게 ‘자라 대가리(엄청난 욕이라고 한다)’라 손가락을 받지만

세 아들,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를 보살피는 마음만큼은 따뜻하다. 

아니, 몸속에 흐르는 피처럼... 추운 날 업혔던 아빠 등처럼... 뜨뜻하다.

일락이를 가라고 등을 떠밀면서도 역시 내 아들이라 흐뭇해하는 그를,

아이들에게 맛난 음식을 냄새 맡게끔(!) 어떤 메뉴건 뚝딱 만들어내는 그를,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피를 팔러 먼 곳으로 헤매는 그를

우리가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심각하지 않고 묘하게 구수하면서도,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옛날 이야기처럼 한 번, 두 번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제각각 또다른 해법이나 반응들이 등장하고, 

미신에 가까운 믿음도 등장하고... 재미있다. 


작가 김영하는 허삼관이 바보 캐릭터라고 했지만, 동의할 수 없다. 

그가 아버지이기 때문에...가족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랬던 거라고 

괜히 허삼관을 대신해 편들어 주고 싶다. ^-^



 

위화가 지은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이 소설의 매력을 -남들보다 미리- 알아내고 크게 흥행(?)하지 않아도 꾸준히, 표지를 바꿔가며 책을 열심히 펴내 준 편집자에게 새삼 감사하다. (대단하신 분들이다, 감탄할만한 열정이신 듯.)


곱씹을수록 ‘많이 괜찮은’ 소설이라며 흐뭇해할 수 있다. 

이 묘한 흐뭇함... 궁금하다면 추천.

 



p.s.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에 하정우와 하지원이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허삼관의 능청스러움(?)이 하정우의 등판에서부터 묻어나는 것 같다. 개걸스럽게 돼지간볶음을 먹는 장면을 벌써 본 것만 같고.(새로운 먹방이 출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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