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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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무엇이 그를 창문에서 스스로의 몸을 밀어내도록 만들었을까.

그 사실을 '나'는 알 것 같다고 했다.

'화자'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로 변해간다. 


90세 노인이 5층에서 뛰어내린 '현재'에서

4층, 3층, 2층, 1층... 어린 시절에서부터 지금으로

나의 이야기는 하나씩 펼쳐진다.


나는 고향 시골마을에 산다.

사람들이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담'을 점점 높이 올리고 있다.

그런 욕심도 사람들도 너무 싫었고....무작정 도시로 간다. 

젊은이의 패기로 꿈과 같은 자동차 면허를 따지만

혼란스러운 세상은 운전자가 필요가 없다.


주변의 사람들을 겪고 보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가져본다, 아나키스트?!

아나키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나는

군대에 들어가도 그냥 군인이 아니다.

사람람을 죽이는 것이 싫어 총을 못 쏘는 척 하고

전쟁 중에 힘든 사람들을 위해 군수물자들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책임진다.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 물씬 풍기기는 한다, 

결말 자체가 비극이니까.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전쟁, 배신, 사랑, 불륜...뭐 그런 것 모두가 자연스러운(!)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니까.


그렇지만 유.해.매.체.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이 온당하지 않은 분류는 뭐란 말인가!!!!!

'성'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였기 때문에 유해매체라고 한다.

실제로 그런 장면은 많지도 않고, 이야기에 흐름에 아무런 영향도 없는 흐름 중 미약한 하나일 뿐인데.

(오죽하면 원작자가 한국측으로 연락을 하여서

전세계 모든 곳에선 별 어려움없이 출간이 되었다며 유감이라고 말하였다고.)



가볍다 싶은 '만화'는 아니다,

충분히 '그래픽노블/로망 그래픽roman graphique'이어서 가치있는 작품.

원작자 안토니오 알타리바가 자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구성해놓은 것에 
능력이 있는 만화가 킴이 훌륭한 기법으로 만들어주었다.      
감히 만화가 아니면 시도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를..... 자연스럽게(놀라운 상상력으로) 살려주었다.
가슴 팍의 두더지 씬은.....묘하게 무섭고도 와닿았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원제는 <El Arte de Volar, 비상의 기술>이라 한다.

자동차를 타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뭔가를 전해주고 싶었던

소박하고 욕심없는 아나키스트는 죽어서야 행복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p.s.

에필로그에 등장한 아들의 고백... 그걸 읽은 후에야 좀 더 개인의 삶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다.

(첫번째 읽을 때엔 나도 모르게 '스페인의 역사'에 주목하였던 것 같다.;;)





에필로그


아버지는 2001년 5월 4일에 자살했다. 그 후로 그분은 모든 것에서 해방될 수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지옥 같은 날들이 시작됐다. 사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옥에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15년 전부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우울증을 앓아본 사람이나 가족들만이 그 병이 마음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 알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토록 고대했던 죽음을 맞자, 또 다른 것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망령처럼 매일같이 나를 찾아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했다. 마치 고아가 된 것 같은 공허함과 커다란 죄의식이 나를 덮쳤다. 나는 아버지께 더 많은 것을 해드려야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만약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내지 않았더라면… 무엇보다도 그토록 비통한 모습으로 자살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 받아들였더라면… 아버지에겐 나밖에 없었다. 그분은 나하고만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 몇 년 간은 오직 나만이 고통으로 굳어버린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고, 또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더 중요한 일들’이 있었으며, 또한 아버지를 슬픔의 심연 속에서 꺼내려 애쓸 때마다 너무나 힘겨웠기 때문이다. 처음에 의사인 친구에게 아버지의 자살을 도와줄 수 있는 약을 부탁했을 때 거절당한 이후로는 두 번 다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내게 나타난 그 고통의 이유는, 아버지가 나를 위해 했던 만큼 나는 그분에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우리의 피의 동맹을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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