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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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집을 '열심히' 읽어갔다.

귀에 스치듯 자주 만났던 것 같은데

관심없이 지낸 시간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했다.


최승자 시인을 '읽어야겠다' 결심한 건

신형철의 '문학동네 채널 1(팟캐스트)'에 등장한 김민정 시인의 목소리를 만난 후였다.

이동진의 '빨간책방(팟캐스트)'에서도 얼핏 '제목'으로 만난 적도 있었던 터라

몇몇 스친 곳에서 만나는 시인들이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 올라가다 

결국 '최승자'를 만나곤 했다.

왜, 자꾸 손꼽을까.........너무 궁금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무작정 여정을 떠난 아이 마냥 두근거렸다.

몇 장을 지났을 뿐인데 코 앞을 스친 강렬한 훅 한방을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뭔가가 뜨겁고 강하고

그러면서도 치열하게 가혹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직은 내 표현이 -수련이 덜 되어서 그런가- 내 마음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 ㅜ_ㅠ)


<개 같은 가을이>나 <버려진 거리 끝에서>,

<가을의 끝>, <장마> 등등의 몇몇의 시들을 옮겨 적어왔다.

(그 외에 뽑아온 시들은 <이 시대의 사랑>,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 

<허공의 여자>,<크리스마스 이브의 달>, <무서운 초록> 정도.)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p.14)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 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바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그런데 '빨간책방'에서 한 시간 가량 이 시집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는데

제때 옮겨 담아오지 못한 좋은 시들이 귀에 걸렸다.

아, 맞다... 저런 시가 있었지...하는 후회 비슷한 것.

다시, 꼭 한번 더 읽어봐야지. (좀 더 詩를 알게 된 후에!)


++ 시집을 전체적으로 읽고 나중에 옮겨 적기 작업을 했는데

이상하게 첫부분의 시들이 자꾸 '더' 끌리길래

내가 이상한 건가, 시집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책이 편집되면서 1부, 2부, 3부의 구분을 시대의 역순으로 했다고 들었다.

(그걸 '빨간책방'에서 확인하면서 알게 되었다. ^^부끄럽다;;)

내가 '1부' 즉, 

이 시집의 초반 시들이 쓰여진 

그 나이대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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