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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에서 청탁받아 썼던 글이 

그간의 다른 특집글들과 함께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글이 쓰여졌던 그때를 생각하면 갑갑하기만 한데,

이상하게도, 다시 볼 기회가 자꾸만 생기네요.

 

함께 실린 다른 글들의 면면을 보니, 이 시대 교육현장이 생생히 보일듯 합니다.

책 정보와 목차를 아래에 옮겨놓으니 참고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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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가능의 시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회 (엮은이) | 교육공동체벗 | 2011-10-10



오늘날 학교 현장의 교육 불가능을 말하다. 오늘날 지옥으로 변해 가는 교육 현실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1부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교육에 미친 영향과 교육 주체들의 내면의 변화를 추적한다.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는 경쟁과 자기 계발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며 신자유주의적 주체로 거듭난다.

2부에서는 주류 경쟁 속에서 소외되고 추방당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는 경쟁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저항하는 이들을 밖으로 쫓아내면서 체제를 유지해 왔을 따름이다. 학교가 표면적으로라도 모든 아이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3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공간인 대학의 교육 불가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시장의 논리가 학교를 지배하면서 대학은 더 이상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 아니게 되었다. 천문학적인 등록금을 대기 위해 알바를 하느라 정작 해야 할 공부를 하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이 부지기수다. 치열한 생존경쟁은 학생들을 원자화하여 연대할 수 없게 한다. 대학 문제에 대한 바른 진단과 처방 없이는 교육개혁의 방향을 잡기도 어렵고, 대안적 삶과 사회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도 없다. ‘교육 불가능’을 이야기할 때 대학 교육에 대한 비판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신자유주의는 우리 내면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나
014 오늘날 학교 현장의 ‘교육 불가능’에 대한 사유 | 이계삼
031 달리는 신자유주의 열차에 ‘우리’라는 좌석은 없다 | 정용주
050 ‘매니저 엄마’의 탄생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 | 박소진
062 신빈곤, 혹은 외환 위기의 아이들 - 비유예, 비훈윤적 문화 | 민가영

2부 모두를 위한 학교는 없다
076 학교가 버린 아이들, 학교를 버린 아이들 | 채효정
095 문제아 홀로코스트 - 남양주 K고 무더기 퇴학 사태 |혜원
111 “선생님, 우리 반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 장애 학생들이 학교에서 경험하는 배제와 차별 | 류경원
122 학교에 학습 부진 학생은 없다! - 학교 부진아 정책 실태 보고서 | 정용주
141 아이들은 실패할 권리가 있다 - 흔들리는 아이들, 하지만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 | 이미연
160 될성부른 떡잎들만을 위한 세상  - 명품교육도시 K군에서 보낸 비교육적 나날들| 최은정

3부 대학의 교육 불가능
174 학문하지 않는 대학 | 문수현
184 대학, 악마와 거래하다 -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 그 이후 | 노영수
199 ‘잉여’들의 반란과 명륜동의 봄 -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들이 보낸 ‘475시간’에 대한 기록| 오혜진
208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가난할수록 공부할 수 없는 | 서유정
224 괜찮다, 안 괜찮아도 괜찮다 - 어느 운 좋은 예비 졸업생의 취업 성공기 | 최은정
236 카이스트의 유령들 - ‘동시대인’의 죽음, 동시대인의 ‘죽음’ | 엄기호

에필로그 : 교육 불가능의 시대, 가르친다는 것은
260 이계삼 선생님께 | 안준철
273 안준철 선생님께 | 이계삼
284 ‘교육 불가능’과 《녹색평론》적 사유에 대한 소고小考 | 윤지형

 
<책 내용 소개>


오늘날 학교 현장의 교육 불가능을 말하다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경쟁과 자기 계발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는 교육 주체들,
살벌한 경쟁에서 낙오하고 학교에서 배제되고 추방당하는 학생들,
더 이상 학문은 하지 않고 취업 학원으로 변한 대학….
오늘날 한국 교육은 사실상 교육 불가능한 현실에 처해 있다.
하지만 교육 불가능을 넘어 희망의 페다고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바로 이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오늘날 학교 현장의 교육 불가능을 말하다

오늘날 학교는 사실상 ‘교육 불가능’의 공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수업을 외면하고, 교사에게 대들고, 잠을 잔다. 아이들끼리의 먹이사슬은 더욱 공고해지고, 폭력과 일탈은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간다. 우등생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열등생은 친구들 만나는 재미 하나로 학교에 간다. 한 해에 7만 명이 학교에서 밀려나는데, 이렇게 밀려난 아이들의 상당수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알바를 하며 연명하거나 성性산업에 편입된다. 학교는 좌절의 공간이고, 세상은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할 정글이다.
교사들도 학생들만큼 무기력하다. 교사 집단을 관통하는 안락의 정서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교사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을 통해 ‘자기 혁신’이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되고, 강화되는 평가 시스템 속에서 지식인으로서 정체성도 교육자로서 책무감도 내버린다.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학교 간 경쟁이 강화되면서 교사들은 오로지 학생들의 성적으로 평가를 받게 되고, 결국 거대한 경쟁 시스템의 부속품이 된다. 전인교육은 고사하고 입시 교육에서도 주도권을 학원에 빼앗긴 교사들은 그저 학생들 스펙이나 정리해 주는 관리자로 전락했다.
그러므로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가 방기한 몫을 떠맡아야 한다. 학부모는 아이가 일탈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야경夜警이자, 학교 안과 밖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스펙 쌓기에 전념할 수 있게 스케줄을 관리해 주는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 놓지만 정작 아이들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른이 된다.

아프지만 솔직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들

이 책은 오늘날 지옥으로 변해 가는 교육 현실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1부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교육에 미친 영향과 교육 주체들의 내면의 변화를 추적한다.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는 경쟁과 자기 계발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며 신자유주의적 주체로 거듭난다. 2부에서는 주류 경쟁 속에서 소외되고 추방당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는 경쟁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저항하는 이들을 밖으로 쫓아내면서 체제를 유지해 왔을 따름이다. 학교가 표면적으로라도 모든 아이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3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공간인 대학의 교육 불가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시장의 논리가 학교를 지배하면서 대학은 더 이상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 아니게 되었다. 천문학적인 등록금을 대기 위해 알바를 하느라 정작 해야 할 공부를 하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이 부지기수다. 치열한 생존경쟁은 학생들을 원자화하여 연대할 수 없게 한다. 대학 문제에 대한 바른 진단과 처방 없이는 교육개혁의 방향을 잡기도 어렵고, 대안적 삶과 사회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도 없다. ‘교육 불가능’을 이야기할 때 대학 교육에 대한 비판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교육 불가능을 넘어 희망의 페다고지로

이 책은 ‘교육 희망’이 아니라 ‘교육 불가능’이라는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것은 좌절의 언어가 아니라 ‘래디컬한 희망’의 언어다. 희망은 현실을 정직하게 보는 데서, 현실의 교육 불가능성을 고통스럽지만 인정하는 데서, 그리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교육 불가능의 공간이 되어 가는 상황은 이런 현실이라도 유지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 이들이나 학교를 통해 무언가 물질적 이득을 챙기려는 이들에게는 확실히 재앙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정한 교육의 의미와 한국 교육의 현실 사이의 괴리로 괴로웠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교육 불가능을 넘어 희망의 페다고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바로 이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글쓴이>

혜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soul1905@hanmail.net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며 십대의 끝자락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권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반짝이는 사람입니다.

최은정 교육공동체 벗, 오늘의 교육 기자 eunja17@naver.com
30분에 한 번 있는 버스를 놓치면 읍내까지 40분을 걸어가야 하는 시골에서 19년을 살고 서울에 왔습니다. 대학 4년 동안 친구들과 교육 잡지 같지 않은 교육 잡지를 만든 게 대학에 와서 연애 다음으로 잘한 일 같습니다. 재밌는 교육 잡지를 만들고 싶다던 꿈의 첫걸음을 <교육공동체 벗>에서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채효정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 measophia@naver.com
공부하는 사람, 실천하는 사람, 그리고 ‘엄마’입니다. 셋을 다 하려니 셋 다 늘 제대로 못하고 삽니다. 그래도 그 셋으로 살고자 합니다. 2000년부터 <학벌없는사회> 활동을 시작하여 10년째인 2010부터는 ‘학교 밖 청소년과 함께하는 인문학교실 - 삶은 달걀?’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정용주 서울 백석초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edcom234@hanmail.net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점점 세상에 대한 질문이 사라져 버리지만 그렇다고 습관처럼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완성된 무엇을 만들어 인정받기보다 시도하고 그러다가 깨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미연 전 중등교사 oliveyeon@hanmail.net
21년 6개월을 끝으로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말았습니다. 퇴직을 결심하고 지낸 지난 몇 달 동안 이별할 것을 알고 사랑하는 일이 참으로 슬프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학교를 떠나간 수많은 제자들의 심정이 비로소 날것으로 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가지 말라는 아이들의 부름을 뒤로하고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결국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폴 발레리)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이제 뚜벅뚜벅 새로운 길을 찾아 걸어가려고 합니다.

이계삼 경남 밀양 밀성고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ygs0720@hanmail.net
경남 밀양에 있는 밀성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며,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입니다.
여러 매체에 교육과 사회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이를 묶어서 몇 권의 책을 냈습니다.

윤지형 부산 내성고 교사 besanson@hanmail.net
‘진리를 등불 삼고 나를 등불 삼으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생각하곤 하는 부산의 국어 교사입니다.

오혜진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ohae@hanmail.net
식민지 시대 문화론 같은 걸 공부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하루 종일 손바닥이 노래지도록 귤 까먹으며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지상낙원을 꿈꿉니다. 등록금 투쟁을 하면서 착하고 똑똑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크게 고무됐습니다. 운동이 존재를 바꾼다는, 그 말을 믿습니다.

엄기호 연세대 문화학 박사과정 수료,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uhmkiho@empal.com
최근까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세계 민중들의 싸움을 한국에 알리는 일을 주로 해 왔습니다. 여전히 저항과 교육을 연결시키며 아이들을 자율적인 주체로 키우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문화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며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인권연구소 ‘창’과 우리신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으며 급진적인 인권 담론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펴낸 책으로 《닥쳐라 세계화》,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등이 있습니다.

안준철 전남 순천 효산고 교사 jjbird7@hanmail.net
남녀공학인 전문계고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년이 5년도 채 남지 않은 늙다리 교사지만 정신연령은 그보다 한참 아래입니다. 저는 학생들 앞에서만 제 자신이 안심이 됩니다. 하여,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한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은,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낭만파 교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서유정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예비 졸업생 chloecre@gmail.com
너무 용감하고 씩씩해서 무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소녀 감성. 가끔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사는 게 힘든 스물넷. 결국은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원을 꿈꾸며 고군분투.

박소진 연세대 강사 sojin618@gmail.com
일리노이대학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그동안 연세대학교 등에서 문화인류학, 여성학, 질적연구방법 등을 강의해 왔습니다. 한국 어머니의 자녀 교육, 대학생의 해외 연수 등 자기계발 실천에 대해 신자유주의적 변환과 연결하여 연구를 해 왔고, 최근에는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치유하면서 자기 삶을 변화해 나가는 여정에 대해 호기심이 많습니다.

민가영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 gendertrouble@hanmail.net
신자유주의 시대 언더클래스 10대들의 주체에 관한 연구를 했고 그 문제의식을 이어 받아서 인간들 간의 관계성을 끊어 버리고 개인화시키려는 새로운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한 대안을 ‘인간 존재에 관한 조건’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구체화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문수현 서울대 영문과 석사과정,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anfuq@naver.com
2004년에 대학에 입학해 지금은 영문과 대학원생으로, 학교에 머문 지 7년째입니다. 학회와 동아리 활동에서 배운 것들이 수업에서 얻은 것들보다 유익했고, 논문을 쓸 때보다 학생자치언론 《교육저널》에 글을 쓸 때 더 많은 성장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학문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대한 깊은 애증 속에서 더 올바른 배움을 향한 갈망을 길어 내길 희망하면서.

류경원 서울 영남초 특수학급 담당 교사 jayunari@hanmail.net
특별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특수교사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 중입니다.

노영수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학생 dogmaspiel@hotmail.com
지난 2010년, 중앙대의 기업식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퇴학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바로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채 다시 14개월의 정학 처분을 받았고 징계 기간이 모두 지난 2011년 2학기부터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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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2호(2011. 5)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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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반란과 명륜동의 봄

-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들이 보낸 ‘475시간’에 대한 기록


 

지난 겨울을 생각하니 벌써 온몸에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 한결같은 찬바람을 맞아도 그게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던 겨울이었고, 나는 그때 기상예보를 유난히도 열심히 챙겨 봤다. 약한 바람, 센 바람, 더 센 바람, 비바람……. 나는 바람의 소리와 결, 그 속도와 세기를 열심히 관찰하게 됐고, 그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람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이 이야기를 언젠가 꼭 글로 쓰고 싶었다.

   2011년 2~3월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들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뭐부터 써야 할까. 아와 피아彼我, 주관과 객관이 뒤섞인 시간. 먼저 우리의 ‘투쟁 아닌 투쟁’의 경위를 말해야겠다. ‘등록금 투쟁’, 약칭 ‘등투’, 속칭 ‘개나리 투쟁’. 아, 다 아는 얘기인가.

 

전야前夜, ‘마음이 소금밭’

 

   전쟁 같은 학기를 마친 후 겨우 만난 꿀 같은 방학이건만, ‘마음은 소금밭’이다. 휴가를 가거나 귀향한 사람은 없다. 세미나와 논문, 그리고 중단 없는 일, 일, 일……. 4,749,000원이라는 금액이 적힌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 든 두 손은 떨렸고, 마음은 급했다. 작년에 비해 4.2% 인상된 금액이었고, 학부 인상률 3%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였다.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도 학교 당국은 학부 등록금은 동결한 반면 대학원 등록금은 5.1%나 인상해 놓고, 등록금 동결을 통해 학생들의 고통을 분담했다며 대외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 숫자는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였지만, 우리가 당면한 상황은 꽤 구체적이었다. 누군가는 대출 절차를 알아보느라 분주했고, 누군가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유로 세미나에 자주 결석했으며, 누군가는 소리도 없이 휴학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대학원에서 보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웠지만, 아무도 그들을 붙잡거나 나무라지 못했다. 교내 장학금은 등록금에 비해 턱없이 적고, 그나마 있던 인문학 장학금 제도도 폐지됐다. 학부 등록금 인상률은 정부 권고안에 따라 3% 미만으로 제한되어 있다지만, 대학원 등록금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제도 없다. 그런 가운데 5년간 등록금이 무려 100만원이나 올랐다. 그런데도 달라진 건 없다. 학교 건물은 늘어만 가는데, 연구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고, 개설된 수업 수는 적으며, 학생 복지는커녕 도서관에는 책도 없다.

 

   대학원생들이 등록금 투쟁을? 그런 말은 들어본 적 없다. 그나마 조금 불평이라도 할라치면, 곧바로 ‘대학까지는 국민 정서상 의무교육에 가깝다지만, 대학원? 니들이 선택한 거잖아!’라는 핀잔만 돌아올 뿐, 아무도 대학원생에게 관심 갖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안 움직이는 나약하고 안이한 부류들. 아무도 안 읽는 글을 읽거나 쓰는 데 홀로 만족하고, 교수의 심부름을 하느라 온 청춘을 다 보내도 끝내 저항하지 않을 자들.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가까운 미래인 줄 알면서도 그저 참는 자들. 대학원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꼭 죄짓는 것만 같다.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등록금을 대기 위해 일하다가 쓰러지거나, 대출 빚을 갚다 못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보도 기사는 거짓이 아니다. 우리는 죽어 가고 있다. 그래서 어느 날 누군가가 “뭐라도 좀 해봅시다!”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놀라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가칭 ‘박카스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월 10일 즈음이었다. 모두들 힘들겠지만, 박카스라도 마시고 힘내 보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우리는 대학원생들이 더 이상 학교 당국의 부당한 요구에 순순히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간 읽었던 책에 적힌 혁명과 진보에 대한 앎을 총동원해 우리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1980~1990년대에 격렬했던 투쟁 사례들이 떠올랐지만, 우리는 그 기억에 쉽게 몰입하지 못했다. 우리는 ‘싸움’ 또는 ‘투쟁’이라는 역사적 용어의 사용을 의도적으로 꺼렸고, 대신 우리의 움직임을 ‘운동’이라 부르며 ‘혁명’과 유비했다. ‘투쟁’이 정의에 대한 열정과 특유의 배타적 폭력을 동시에 상기시키는 말이었다면, ‘혁명’은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지의 것이었고, 그 내용은 우리가 채워 나갈 것이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정서에 걸맞은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하게 책정된 문과대 대학원 등록금액인 4,749,000원에 반대하는 의미로 2월 16일부터 3월 7일까지 ‘475시간’ 동안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기로 했다. 장소는 학교 본부가 있는 곳이자, 이 학교에서 가장 비싸고 상징적인 건물인 600주년 기념관 앞으로 정했다. 20일간의 짧지 않은 여정이 될 터였지만, 한 명이 하면 475시간, 10명이 하면 47.5시간, 20명이 하면 24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 교대 시간표’라는, 세상에 없는 표를 만들었다. 각자의 시위 시간대가 적힌 네모 칸에 빼곡히 배치된 26명 동학들의 익숙한 이름들이 왠지 다르게 보였다. 그건 시각적으로 무척 아름다웠는데, 마치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불온한 ‘성좌’처럼 보였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목표는 2011년도 등록금 동결, 대학원 연구 환경 개선, 총학생회의 반성과 쇄신! “춥고, 따분하고, 불쌍해 보일 수도 있지만 ‘즐겁게’ 해보자!”

 

싸움 혹은 축제의 시간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 일동’의 이름으로 총장 및 각 부서 처장에게 우리의 운동 취지와 요구 내용을 담은 길고도 열렬한 편지를 발송했다. 어떤 말이든 좋다. 일단 답하시라.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일동’이란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라는 참으로 촌스러운 물음이었다. ‘주동자’, ‘배후’ 운운하는 걸 보니 근 십 년간, 이 학교의 일천한 운동 역사를 알겠다. 학교 당국이 이런 구닥다리 매뉴얼을 갱신할 수 있는 기회를 그동안 우리는 거의 주지 않았던 것이다.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2월 16일. 드디어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의 시작을 알리는 성명서가 교내 게시판에 나붙었다. 첫 타자가 별 어색함도 없이 거대한 건물 앞 벌판에 홀로 서 있고, 학우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지나간다. 좋은 시작이다. 그런 격려가 ‘우리의 힘’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등록금은 학생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와 협의로 결정한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등심위 자료 공개는 대학원 총학생회의 소임이므로 학교는 그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 등심위 자료의 산출 근거를 학생들이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 신임 총장이 부임한 이 시기에 국문과 대학원생들의 움직임은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 등록금 동결이나 재협상은 절대 불가능하며, 대신 국문과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들어주겠다는 것이 학교 측의 주장이었다. 학교 측은 학생 대표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구조화된 등심위 제도를 십분 활용했으며, 학생들의 소통 요청에 대해 고압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거나, 국문과에 특혜를 주겠다는 식으로 우리를 교묘하게 회유하려 했다.

 

   그날 이후,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위하고 밤에 집으로 돌아와 온라인 선전을 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나는 매일 시위 내용과 그에 대한 소회를 학과 게시판 및 각종 포털 사이트와 블로그, 트위터 등에 기록했다. ‘공감’과 ‘추천’, ‘좋아요’와 ‘리트윗’에 기댄 밤들이 외롭지 않았다.

 

   둘째 날. 영하 2도의 날씨에 시위 현장에 오롯이 서 있자니 어제에 이어 학교 측이 또 부른다. 어제와 똑같은 얘기를 하며 앉아서 커피 좀 마시란다. 하지만 이미 배부른 걸요. 밖에 서 있을 때, 학생들이 주고 간 캔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요. 3일째 되는 날에는 대대적인 학회가 있었다. 여러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이 행사장으로 들어가며 우리를 본다. 웃으며 눈인사를 나눈다. 평소라면 우리도 학회장에 들어가 선생님들의 논문 발표를 열심히 들었겠지.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나. 아아, 만물이 흔들리는 금요일이다.

 

   시위가 계속되자, 현장에 놓아둔 서명철에 우리의 운동을 지지하는 이름들이 빈틈없이 적힌다. 낯모르는 학우들이 따뜻한 음료와 핫팩을 슬그머니 쥐어 주고, 홀로 선 내게 이런 저런 말을 건넨다. 그 감동을 전할 길이 없어, ‘1인 시위’ 말고 ‘프리 허그’를 할까 잠시 생각해 본다. 동아시아학과, 철학과, 사학과, 교육대학원 원우들이 앞 다투어 연대를 선언하며 지지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부하고 싶다. 먹고는 살아야겠다. 이 어디쯤에 대학원생들의 현실이 있습니다.” ‘날 것’의 분노가 담긴 이 격문과 투서들이 교내 게시판을 사정없이 메웠다.

 

   6일째 되는 날에는 복잡다단한 절차를 거쳐 등심위 회의록을 ‘겨우’ 열람했다. 학교는 학부 3.1%, 대학원 4.1% / 학부 3.0%, 대학원 4.2%의 두 안을 등심위에 참여한 학부 총학생회장과 대학원 총학생회장에게 제시하며 선택을 요구했다. 이 안에 따르면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마치 일종의 ‘부채 공동체’ 같다. 학교 측은 대학원 총학생회장에게 ‘선배로서 후배에게 양보할 것’을 제안하고, ‘의좋은 형제’는 그에 따르기로 한다. 뜨거운 모교애와 형제애가 흘러넘치는, 참으로 감동적인 텍스트다.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학부 등록금을 3% 이상 올릴 경우, 우리 학교가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며, 등심위를 통해 이 사안을 결정하지 못하면 등록금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총장이 더 높은 인상률로 등록금을 책정해버리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22일, 졸업식을 앞두고 학교 측은 또 한 번 우리를 부른다. “졸업식 날만이라도 시위를 중단해 달라. 너희가 외롭게 시위하는 모습이 학교의 대외 이미지를 해친다.” ‘브랜드 이미지’, ‘미래지향적 융복합 학문 지향’ 같은 학교의 과잉수사는 언제 들어도 허무개그 같아서 우리에게 아주 작은 충격도 주지 못하지만, 대신 역설적으로 큰 영감을 준다. 그렇다. 외로움은 우리의 무기다. 우리의 외로움이 부를 상식적인 동정과 행동이 학교는 많이 두렵다.

 

   27일에는 비가 많이 왔다. 텅 빈 교정에서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소리만을 벗 삼아 서 있자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비장해진다. 과연 이 짓이 정말 ‘변혁의 무브먼트’인지 아니면 그냥 ‘개고생’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오들오들 떨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잘 안 나와서, 일단은 그냥 뜨거운 김이 훅훅 나는 엄마손 칼국수 같은 걸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내 앞 주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릴레이가 끝나면 꼭 물어봐야지.

 

   3월 2일. 믿을 수 없지만 개강이다. ‘학생은 사실 개강을 위해 있는 건데, 난 왜 자꾸 학교가 답답하게 느껴질까. 나쁜 학생! 나쁜 학생!’ 하며 현장에 서 있자니, 신입생들이 와르르 와서 서명철에 꼬물거리는 글씨로 잘 못 알아보겠는 메시지를 써 놓고 간다. 무른 손가락을 가졌어도 실은 제법 단단한 이들이겠지. 한편, 우리의 면담 요청을 한사코 외면하던 신임 총장의 발언이 학교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려 우리의 전투력을 진작시킨다. ‘등록금 없으면 학자금 대출 받으라’(“비전을 통해 글로벌 리딩 대학으로 도약해야” <성대신문> 2011년 3월 2일)는 말씀. 대출 권하는 대학 총장이라니! ‘글로벌 리더’라서 그런지 과연 범인凡人들의 상식을 초월한다.

 

   드디어 3월 7일.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 종료 선언식’이 있는 날이다. 어젯밤에 게시해 둔 3차 성명서의 제목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아침부터 집에서 각종 자료를 준비하고 여기 저기 연락하느라 출발이 늦었다. 급히 택시를 잡아타니,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끝도 없이 나온다. 아, 내리고 싶지 않다!

 

   우리의 운동을 지지해 준 모든 연대 단위들과 함께할 종료 선언식을 알리는 초대장에 나는 이렇게 썼다. “475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만큼 상식적인 시간 감각을 교란시키는 참으로 신비롭고 이상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또한 추위와 긴장, 침묵과 소란, 분노와 외로움 등 그 시간을 구성하는 그 모든 성분들이 우리 몸에 각인된, 가장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시간이기도 합니다. (……) 비바람 몰아치고, 가끔은 엷은 햇볕에 서 있는 등이 따뜻하곤 했던 475시간 동안 우리가 나눈 이야기와 눈맞춤, 그리고 희망을 기념하려 합니다.”

 

   색색깔의 피켓을 들고 도열한 우리 모습은 흔히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전혀 무질서하지 않았고 질서와 조화 그 자체로 보였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는데, 그래도 그게 끝이라면 아마 울었을 게다. 하지만 우리의 움직임은 교내외에 널리 퍼졌고,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학부생 모임’이 결성되어 우리의 시위를 잇겠다고 하니, 마냥 아쉽지만은 않았다. 내가 600주년 기념관 앞에 언제나 ‘홀로’ 서는 데도, 쉽게 내 자리를 알아보고 늘 같은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건, 그들이 항상 내 옆에 투명하게 함께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끝나도 끝나지 않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열정은 더디게 자라고 냉정은 빠르게 온다. 이른 봄의 꽃샘추위도 늦겨울의 칼바람만큼 매서워서, 많은 이들이 지치고 상처받았다. 낯선 이들과의 연대에서 오는 긴장감, 점점 제도의 심층으로 육박해 가는 운동 방식, 학업과 생업, 그리고 운동의 병행으로 인한 부담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누군가에게는 휴식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국문과는 이제 더 이상 혼자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운동을 지지해 준 여러 단위들과 함께 ‘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연대회의’를 출범했다. 이 기구는 등록금 최종 납부 기간인 3월 8일부터 11일까지 본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등 2차 행동을 전개했고, 3월 22일에는 대학원 등록금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안을 접수했다. 이제 남은 일은 비민주적인 기존 질서와 깊이 밀착되어 개인주의가 극도로 만연한 대학원 사회를 바꾸는 일이다. 식물화된 총학생회에 우리의 권익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대학원생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학생 자치 기구를 만드는 일이 절실하다. 그리하여 학교와 사회가 조장하는 구조악에 맞서 학생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각종 미디어가 보도하는 고학생 드라마는 안 봤으면 좋겠다. 대학의 윤리와 정치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하고 행동하지 않는 한, 대학원생은 여전히 ‘잉여’의 존재이며 그것이야말로 책에 대한 배반이다. 이것은 역설이 아니라 진실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늘의 교육 05+06월호 차례

 

 





 

여는 글 선의의 경쟁은 없다  | 박복선

 

이계삼 선생님께 - 창간호 특집 ‘오늘날 학교 현장의 교육 불가능’에 대한 사유‘를 읽고 | 안준철

안준철 선생님께 | 이계삼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동시대인’의 죽음, 동시대인의 ‘죽음’ - 당대 정치공동체 구성의 위기로서의 대학의 위기 | 엄기호

 

특집   대학의 교육 불가능

2011년 한국 교육, 야만의 지형도를 그리다 2

 

● 학문하지 않는 대학 | 문수현

● 대학, 악마와 거래하다 | 노영수

● ‘잉여’들의 반란과 명륜동의 봄 | 오혜진

●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가난할수록 공부할 수 없는 | 서유정

● 괜찮다, 안 괜찮아도 괜찮다 | 최은정 기자

● 기업화된 대학 : 잔인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야만 | 정용주

 

인터뷰  정광필 전 이우학교 교장

이우학교, 8년의 실험을 이야기하다| 박복선, 이진주, 최승훈 기자

진보 교육감 취임 1년, 교육은 진보 중인가- 진보 교육감 시대와 교육운동 | 한만중

 

기획 - ‘가르치는’ 인권을 넘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인권 교육 |민진(한낱)

인권적인 학교를 향한 한 교사의 고군분투기 | 이재익

  어느 새내기 교사의 죽음 | 김요한

학교부터 비정규직 없애야죠? | 조영선

“우린 괜찮다. 괜찮다” | 조용진

필요하면 네 곁에 있어 줄게 | 김윤희

일만 킬로미터를 돌아서, 다시 여기로 | 김정현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따라 움직인다 | 장덕균

 

리뷰

교육의 역할을 고민하다 -《왜 잘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나?》| 석영

천국으로 가는 모든 길이 천국이다 -《환대하는 삶》| 전성원

교과서 ‘너머’를 위한 교과서 다시 읽기 - 《교과서를 믿지 마라!》| 박진환

‘다른 세상을 위한 수사학’ 사용 지침서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박보름

슬픈 ‘개쉐이들’의 섬세한 내면, 그러나 까칠한 소통에 관하여 - 영화 〈파수꾼〉| 안정선

 



교실수업 이야기

교과서를 통해 보는 수업 풍경 | 이혁규

 

온고지신

불량정신의 찬란함 - 전쟁 중 ‘비행’에 관하여 | 후지타 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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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4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윈터 2011-06-05 17:19   좋아요 0 | URL
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신다는 책 기대됩니다. 꼭 써주세요! 요즘 불붙고 있는 등록금시위가 더 커져서 큰 횃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뭘 더 할 수 있나 고민중입니다.
 

어머나, 경향신문에서 무려 '사설'로 써주었습니다. ㅎㅎㅎ

열독해주십시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232113425&code=990101

 

[사설] '인권침해' 논란까지 부른 대학 등록금 

입력 : 2011-03-23 21:13:42수정 : 2011-03-23 21:13:43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대해 무분별하고 폭력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고 한다. 고액 등록금으로 학생들의 학업과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등록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바람에 교육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이 고액 등록금과 등록금 고율 인상에 대해 경제적 차원을 넘어 인권 침해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이는 인권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와는 별도로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웅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인권위 진정은 대학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에 한숨만 내쉬던 대학원생들이 제 목소리를, 새로운 시각에서 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학부생의 등록금에 관심이 쏠려 있는 동안 대학원 등록금은 거침없이 올랐다. 성균관대의 경우 지난 5년새 등록금이 100만원 인상됐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있지만, 대학원은 예외나 다름없다. 대학은 학부에서 덜 올린 등록금을 대학원에서 벌충할 궁리만 하는데도 정부는 팔짱 끼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청년실업의 사회적 위기를 ‘학위 장사’의 호기로 삼는 대학들은 불안한 학생들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으로 살인적인 등록금 고지서를 발부하기 일쑤다. 이런 점에서 대학원생들이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 것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어느 모로 보나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입이 아프도록 지적되어 왔다. 현금을 쌓아놓고도 등록금만 올리려는 사립대들과 고등교육 지원을 늘려 등록금을 낮추기는커녕 물가인상률보다 등록금을 더 올리게 해준 정부가 공모한 결과다. 그렇지 않다면 학생·학부모의 아우성이 이처럼 외면당하지 않을 터이고, 등록금 현실화를 요구하기 위한 학생·시민 대회가 금지될 리도 만무하다. 인상률 상한제를 어긴 대학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이나, 등록금 인상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대학이 징계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학부모와 학생의 생존권과 교육권을 위협하고 있다. 인상률 숫자 놀음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대학을 강권하는 사회다. 이번 인권위 진정을 계기로 등록금과 학생 인권문제에 대한 활발한 공론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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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부당인상 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안 제출했습니다.

 

1. 이번 인권위 진정안은 저희 <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연대회의>가 실시한 제1차행동(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 2월 16일-3월 7일), 제2차행동('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 : 외치기', 3월8일-3월11일)에 따른 제3차행동입니다.

 

2. 인권위 진정 취지

1)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고액등록금과 학자금 대출빚을 갚느라 목숨을 끊는 등 안정적인 생계와 학업을 위협받는 대학원생들의 현실이 수없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성균관대는 이를 방기하며 터무니없이 지나치게 높은 금액의 등록금을 책정하여 학생들의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  

2) 특히 성균관대는 별도의 고지나 합의 없이 학부 3.0%, 대학원 4.2%로 등록금 인상율을 차등 결정하여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차별하고 양자간의 갈등관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

3) 이는 정부가 학부 등록금 인상률에 관해서는  3% 상한선을 제시한 반면, 대학원 등록금에 관해서는 방기, 묵인했고, 학교 당국은 이를 명백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번 대학원 등록금 인상안은 국가적 차원에서 개입하고 저지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

 

3. 인권위는 본래 국가기구의 인권침해 건을 다루는 기구이므로, 이번 저희의 진정안은 사실 인권위가 직접 다루는 대상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마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번 안과 관련한 선행 사례는 없다 하더라도, 인권위 진정을 통해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대학원 등록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환기력을 높여보고자 합니다. 특히 이제 더이상 대학원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생들의 기본적인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고, 이는 바로 대학 당국과 정부 간의 '공모'의 결과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현재 고액 등록금 때문에 자살까지 하게 되는 대학원생들의 실태는 '인권' 차원에서 조명받아야 하고, 인권위도 '인권' 개념에 대한 보다 확장적이고 성찰적인 인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안

 

 

 

* 이름 : (단체) 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연대회의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명륜동 3가 53 성균관대학교

 

* 제목 : 성균관대의 부당한 등록금 인상에 따른 대학원생들의 인권 침해 고발안

 

* 내용:

 

현재 한국의 대학원생들은 고액의 등록금 때문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평균 물가인상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는 대학의 등록금 때문에 많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균관대는 별도의 고지나 등록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대학원과 학부의 등록금을 차등 인상하여 대학생과 대학원생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성균관대는 2010년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대학원은 5.2% 인상안을 적용했고, 2011년에는 학부는 정부 권고안에 따라 3%를 인상하면서 대학원은 4.2% 인상안을 적용하였습니다. 이는 대학원생들의 열등한 지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대학 당국의 엄연한 차별 행위입니다. 대학원생들은 학위 논문과 교수와의 관계, 또한 학업 이외의 생계 문제 때문에 학교의 정책이나 제도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학원생들은 아무런 저항이나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고 학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매년 급격히 상승하는 대학원 등록금 때문에 학업 현장에서 이탈하여 노동 현장으로 강제 편입되는 대학원생의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액의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해 피를 뽑거나, 고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다 몸을 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뉴스를 전해들을 때마다 우리는 대학원생의 인권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이러한 ‘등록금 지옥’ 속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대학원생들의 소식이 언론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학은 별다른 대책 없이 이 문제들을 계속적으로 방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사태를 책임져야 할 정부 당국자와 대학 관계자들은 현재의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것을 종용하는 식의 발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현재의 학자금 대출 제도는 고율의 이자와 대출을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원금 부담 때문에 청년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물론 이렇게 조악한 학자금 대출 제도일지라도 이것이 국가가 고등교육권을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보조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현행 학자금 대출 제도 역시 대학원생을 차별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학부생과는 달리 대학원생들은 정부가 주력하여 홍보하는 ‘취업후상환학자금대출’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원생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인 경우에도 불구하고 일반학자금대출에서 시행하는 ‘저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경제적 형편과 상관없이 정책적으로 결정된 고율의 이자를 동일하게 지불해야 합니다. 대학원생에 대한 인권 침해 요소는 이처럼 국가가 시행하는 ‘정부학자금대출제도’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가와 대학 당국은 대학원 등록금이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책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고액의 등록금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대학원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허울뿐인 말입니다. 실제로 대학원생들은 학부생들에 비해 훨씬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수업권이나 연구환경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학금의 경우도 학부생들의 경우보다 훨씬 수혜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등록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만을 지급하는 성균관대의 장학금 제도는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와 서울시에서 시행하던 대학원 장학 사업도 점차 중단 ․ 축소되고 있습니다. 월 40~80만 원짜리 연구보조원 자리를 얻기 위해 동학들끼리 신의를 저버린 아귀다툼을 해야만 하는 것이 대학원생들의 현실입니다. 이처럼 학문후속세대인 대학원생은 학업에 대한 경쟁력을 쌓기보다 당장의 생계와 등록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국가와 대학 당국이 방치하고 자행하는 대학원생에 대한 엄연한 인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학원생들의 문제는 한낱 개인이나 일개 대학 당국에게만 책임을 지워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온갖 불평등과 차별이 대학원생에게는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만연하고 있는 한국 교육의 현실과 이러한 대학원생에 대한 착취 구조가 대한민국 대학사회의 구조적 요인으로 정착해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입니다.

 

대학원생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의 해결과 조정이 필요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고액의 등록금 문제와 대학원생들의 열악한 사회적 조건 등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충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입니다.

 

특히, 성균관대는 한국 대학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악질적인 등록금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간섭하고 관리하는 학부 등록금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인상 권고안인 3% 상한선을 준수하고, 정부와 여론의 관심과 보호의 대상이 아닌 대학원생들의 등록금은 터무니 없이 올려버렸습니다. 이렇게 국가가 방임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라는 사회적 공백과 빈틈을 대학 당국은 교묘하게 파고들어 악질적인 등록금 차별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성균관대의 이러한 처사를 보더라도 대학원 등록금 문제는 반드시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국가 기구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의 등록금 차등 인상안이 확정 고지된 지난 2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학교를 상대로 차별적 대우를 폐기하고 공정한 거래를 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성균관대의 총장과 주요보직자를 상대로 공개 서한을 보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른 등록금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우리는 학교의 부당한 행보에 대응하여 20일이 넘는 시간동안 성균관대의 대학본부 앞에서 2011년 확정고지된 일반대학원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액 475만원에 해당하는 상징적인 시간인 475시간 동안 일인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학교는 여전히 부당한 등록금에 대한 인하조치는커녕 대학원 등록금 인상요인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나 설득도 회피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끈질긴 요구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협하는 고액의 등록금 문제에 관해서는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학교를 상대하면서 우리는 대학원생들의 비참한 처지와 열악한 상황에 대해 또 다시 뼈아픈 인식을 하게 됐습니다.

 

정부가 방관하고 대학이 만들어낸 ‘미친 등록금’이라는 괴물 때문에 가장 높은 단계의 교육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의 교육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이 같은 모순된 현실을 절박하게 고발합니다. 지금까지 학부에 비해 사회적인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던 대학원 등록금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꼭 살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첨부파일은 지난 겨울부터 최근까지 성균관대학교를 상대로 등록금 관련 공개서한, 일인시위 내용, 각종 언론보도, 등록금 인상 반대 온라인 서명에 관한 증빙자료입니다. 등록금 인상 반대를 원하는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오프라인 서명철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탑재하지 못한 자료들에 대한 추가 제출은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 첨부파일 : 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별첨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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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 인상반대 연대회의> 공식 카페 주소입니다.

http://cafe.naver.com/noraising

 

여기서

- 지금까지 및 앞으로의 활동 내역

- 후원금 입출금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유게시판을 통해 질문, 건의, 제안 등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대회의> 스텝 내부 보고용 카페로 운영했던 터라

아직 많은 자료들이 내부게시판에 있습니다.

계속 카페 관리, 점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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