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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시대 - 생존을 위한 통찰과 해법
기디언 래치먼 지음, 안세민 옮김 / 아카이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0. 이런 책은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민주적 평화, 경제적 자유, 신기술, 구원...... 등등의 거대한 낱말들이 어지럽게 부유하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누가 말하고 누가 듣는가. 이 피부에 전혀 와닿지 않는 큰 말들을 지혜롭게 엮어 그것이 '지금-여기' 우리의 이야기임을 설득하는 것이 이런 거시 담론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그게 과연, 시대의 아이콘으로 간주되는 여러 지도자들의 일화를 잠깐 언급해놓는다고 될 일인가. 이 책의 대표적인 미덕이라고 이야기되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는 뭘 위해 동원된 건가. 

 

1.' 전환의 시대-낙관의 시대-불안의 시대'. 이처럼 역사를 세 시기로 구분하는 것. 단박에 도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게다. 그럼에도 이 서양인 저자에게 이처럼 '시간을 분류하려는 의지'는 중요했다.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안정화를 주도하고 있는 그들의 자기이해에 필수적으로 요청되기 때문이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낙관'과 '불안'은 전지구적 자본주의의의 비인간화가 초래한 인류 공통의 과거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명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바로 그러한 체제를 주도하는 미국을 위시한 서구 지배블럭이 당면한 상태를 지시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이런 결말로 치닫는다. "강하고, 성공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미국의 모습이 안정과 번영을 약속하는 세계를 위한 최선의 희망이다."(374)  경제적 자유화가 정치적 자유화를 견인한다는 이론으로 무장하고 '세계화'라는 가치를 무리 없이 맹신할 수 있었던 그 '낙관의 시대'의 지표들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그들이 당면한 '불안의 시대'를 극복하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글로벌한 문제들을 글로벌하게 해결하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미국의 새 지도자 오바마보다도 훨씬 더 걱정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미국이 '강하고, 언제나 옳은' '초강대국'이라는 유아적 미몽을 확고한 자기정체성으로 확립하는 데에 확신을 주려고 이 책을 쓴 것일까.  

 

2. 번역자는 자, 그럼 이 책이 서구의 입장에서 비전을 제시한 책이란 것을 감안하며 이제 우리만의 비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라는, 다소 안이하고 무책임한 문장을 역자의 말 마지막에 남겨 놓았다. 도대체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가. 서구 지배블럭이 당면한 불안의 내용과, 그를 극복하여 더욱 강해지기 위해 이러한 이론적 준비를 하고 있음을 엿보고 그것에 대비하는 것? 최대한 생산적으로 읽어내도 아마 그 정도 이상으로 의미 부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자. 서구 신자유주의 동맹의 정치경제사적 담론이 '불안의 시대'라는 시대정신(과 그를 가리키는 언어)을 선점하고, 그러한 '수사'가 한국의 독자들을 쉽게 유혹하는 이 현상에는 어쩌면 한국 사회과학 담론의 편중된 성향('식민화'라고 썼다가 지운다;;)이 조금은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이 책을 추천한 눈 인문/사회/과학 신간서평단의 몇몇 분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후회와 자탄의 코멘트를 적어놓은 것을 봤는데, 눈 밝은 그들은 왜 그리 쉽게 이 책에 낚였는가....^^ 분명 '불안의 시대'라는 제목이 초래한 착각과 오해에 기인한 것일텐데, 이 책이 대표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사회과학 담론은 바로 그러한 수사가 초래하는 착각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그들은 담론 시장에서의 그들의 독점률을 높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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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1-08-0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눈밝은 그들은 왜 그리 쉽게 낚였을까요ㅠㅠㅠ 그러게나 말입죠.. 저도 사실 추천을 한 책이라 괜스레 고개가 숙여지네요, 큭. 지금 생각해도 참 당황스러운 책...

윈터 2011-08-03 23:43   좋아요 0 | URL
ㅎㅎ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실 그런 경험을 하는 게 신간평가단 본연의 임무인 것도 같습니다. 미리 읽어보고 일반 독자들의 기대지평을 고려하여 책을 소개하는 것. 그렇게 볼 때, 이번 책이야말로 신간평가단의 존재이유를 여실히 증명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 이 더운 날, 그런 의미부여라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책을 읽는단 말입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