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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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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무어라 규정해야 할까. ‘에세이’라는 하나의 장르에 예속시킬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소설’로 읽는 기분도 맛보았다. 저자는 자신의 개인사를, 내면의 고백을, 치부를, 상처를, 고통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 할 수도 있었다. 묘사와 문체, 문장력과 구성 모두 소설의 그것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왜 에세이를 택했을까. 그것은 ‘용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허구라는 소설의 형식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아니다. 어쩌면 상상력이 소설가보다 부족해서 에세이를 택했을 수도 있다. 딱 에세이를 쓸만큼의 상상력은 발휘할 수 있었으나 소설을 쓸만큼의 상상력에는 못 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소설가보다 용감하기에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내용과 소설같은 문학성을 지닌 책이다. 


내가 리베카 솔닛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병권의 [철학자와 하녀]를 읽은 후였다. [철학자와 하녀]를 펼치자마자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병권은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읽으며 철학의 거처랄까 사명 같은 것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것은 지옥에서 아름다운 공동체를 짓는 일을 말하는 것이며, 깨달음은 천국에서 일어나지 않고, 그리하여 천국에는 철학이 없으며 철학은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라고 말한다. 고병권의 글을 읽은 이후로 리베카 솔닛은 내가 주목하는 한 명의 저자가 되었고,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라는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인 키워드로 절묘하게 이루어진 이 책을 만났다. 


우선 목차에 주목하자. 부드러운 호를 그리며 배열한 목차는 13개의 챕터<1.살구/ 2.거울/ 3.얼음/ 4.비행/ 5.숨/ 6.감다/ 7.매듭/ 8.풀다/ 9.숨/ 10.비행/ 11.얼음/ 12.거울/ 13.살구>로 구성되어 있고, 정확하게 가운데 7번째의 챕터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룬다. 7번째 챕터의 제목은 ‘매듭’이다. 그 앞에 ‘감다’가 있고 그 뒤에 ‘풀다’가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대칭이나 ‘매듭’이 내용의 전환점임을 알 수 있다. 목차는 조형적으로 아름다우면서 의미까지 긴밀하게 본문과 연결되어 있다. (감탄)


저자는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라는 마음을 뒤흔드는 질문으로 독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녀의 이야기는 100파운드의 살구 더미가 도착한 후, 침실의 바닥을 차지하면서 떠올리게 되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시작한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 때문에 빚어졌던 갈등은 동화의 본질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지다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불러오기도 하며 중국의 3대 현자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당나라의 화가 우다오쯔와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체 게바라와 나병 환자, 프로이켄의 책 [북극 모험]에 실린 아타구타룩의 일화, 우물에 빠진 맥클루어라는 아이의 실화 등 풍성한 이야기를 불러온다. 여기에 저자가 겪은 유방암의 치유 과정이 덧입혀지면서 이야기는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진다. 


마치 한 걸음 한 걸음이 바느질의 한 땀 한 땀인 것처럼, 마치 내가 바늘이 되어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내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세상이 꿰매지고 있는 것 같은 상상. 다른 이들이 만들어 내는 길과 교차하기도 하면서, 비록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방식으로 그 모든 길이 누비이불에서 보는 것처럼 하나로 엮인다. 꾸불꾸불한 선이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하나로 합쳐 나가는 것이, 마치 그 걸음이 바느질이고, 바느질은 곧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며, 그 이야기가 바로 당신의 삶인 것 같다.(p193)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제각각 퀼트의 조각보처럼 다른 무늬와 색을 가지고 있지만, 솜씨 있게 꿰매어 놓아 하나의 의미 있는 그림을 가진 누비이불이 되어 읽는 이의 마음을 감싸준다. 언젠가 내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풀어 놓아야 한다면 나도 리베카 솔닛의 이 책처럼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 치우쳐서 더 슬퍼하고 더 미워하고 더 분노하는 대신, 나와 나의 이야기 사이에 풍성한 사유를 끌어들여서 감정의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하며 내 삶의 본질을 발견하게 해주는 글쓰기. 


셰에라자드가 풀어 놓은 이야기는 기대로 가득한 고치처럼 술탄을 감싸고, 결국 그 안에서 그는 조금은 덜 잔혹한 사람이 되어 나온다.( p14)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 책이 말하는 방식으로 ‘감정이입’을 이해한다는 것은 셰에라자드가 해주는 이야기처럼 우리 안의 술탄이 조금은 덜 난폭해지고 더 치유되어 나오게 하는 일이다. 멀고도 가까운 당신께 이 책을, 나는 마음을 다하여 권하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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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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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고전이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한다. 다양한 단체와 기관의 권장도서 목록에 수록되고 저명 인사들이 추천하지만 어렵거나 지루해서 읽어보지도 않고 훌륭한 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책이 고전이다. 읽었다 하더라도 거기에 대해 감히 다른 의견이나 비판을 하면 비난을 받을까봐 입을 다물게 만드는 책 역시 고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거벗은 임금님’을 모시는 신하나 백성처럼 읽지도 않은 고전 앞에서 박수치고 찬사를 보낼 때 ‘벌거벗은 임금님’의 실체를 큰 소리로 외치는 아이 같은 존재가 바로 이 책, [책의 정신]이다.


이 세상 모든 책은 하나하나가 다 하나의 편견이다. 인간은 모두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들을 뿐 아니라 쓰고 싶은 것만 쓴다. (p8)


재작년에 출간되어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팔리는 책 중에 아들러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쓴 책이 있다. 지인 중에 자신의 감정을 제때 표현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했던 순간을 상처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데, 베스트셀러로 팔리던 그 책을 읽고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그때 그때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며 살기로 했다고 말하며 사람들과의 작은 갈등과 오해에도 여과없이 감정을 즉홍적인 말로 쏟아버려 물의를 빚곤 했다. 위에 인용한 저자의 말처럼 지인은 '하나의 편견인 책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것'이다. 독서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오히려 주관성, 즉 편견을 강화했던 것이다. 순간에 머무는 베스트셀러도 이럴진데 오랜 시간동안 화자되어온 고전에서 강화된 편견은 거의 철옹성에 가깝지 않을까...


편견은 수많은 편견을 접함으로써 해소된다. (생략)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내가 가진 편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 함께 살아가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 (p9)


한 권의 책만 읽고 그 책을 맹신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책의 정신’은 고전이 위대하고 무조건 옳다는 편견에 다른 편견을 제시해서 고전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책에 맞서는 책을 제시한 책이자 책에 대한 책, 즉 ‘메타북’이다. 이 책은 고전에 대한 철옹성 같은 믿음의 체계를 무너뜨리고 독서의 체계를 새롭게 쌓아올릴 수 있는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우리의 정신에 일침을 가하는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이 세상이 좋은 책을 통해 진보해왔다면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이었는지에 대해 묻는다. 여기서 로버트 단턴의 [책의 혁명]이 언급된다. 로버트 단턴은 프랑스대혁명을 가능케 했던 책이 우리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유명한 계몽사상가들의 저작물이 아니라 포르노소설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인권의 발명]의 저자인 린 헌트 또한 포르노소설이 인권의 발명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여기서 우리의 편견은 와르르 무너진다. 포르노소설이 당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하나의 공감대로 묶어주는 획기적인 매개체였다는 것, 자연스럽게 즐기고 읽던 포르노소설이 어느 날 갑자기 그런 것을 만들어 배포하면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포르노그래피’라는 부정적인 개념의 발명으로 금지법까지 만들어졌던 이유가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포르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이해를 제시해준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고도 세상을 바꾸었던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와 갈릴레오의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가 있다. 이 책들은 지구 중심의 우주관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신의 선택을 받은 왕이 국가를 다스린다는 전제군주제를 크게 뒤흔들었다. 당시 우주의 조화를 의심하는 것은 정치체제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해하기 그지 없어서 한 줌도 안 되는 전문가들만 이해할 수 있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해설판으로 먼저 출간했던 프랑스가 오랜 경쟁 상대였던 영국을 제치고 과학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와 뉴턴이 연금술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만유인력의 발견도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 번째 이야기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불리는 플라톤의 저작물에서 시작해서 공자의 [논어]로 이어진다. 소크라테스에 관해 남겨진 저작물 중 플라톤의 저작물만 고전이 되고 크세노폰의 저작물은 알려지지 않은 이유,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를 완성했던 페리클레스나 노예제를 없애려 했으며 민주주의에 초석을 놓은 솔론과 달리 독재정치를 지지했다는 사실, 마찬가지로 공자의 [논어]도 성인의 독재를 이상적인 정치로 보았으며 지배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적인 책이며 민주주의에 가까운 생각을 펼친 사람은 묵자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보수적인 내용을 담은 [논어]와 공자에 대한 이야기가 줄어야 진보적인 [묵자]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며 묵자를 우리 삶속에서 살려내려면 묵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심이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네 번째 이야기는 ‘한 인간을 결정하는 것이 본성인가 양육인가’에 대한 오래된 논쟁의 역사와 내용을 다룬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과히 그 분량만큼이나 편견에 지진이 일어나고 수많은 편견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편견을 해소하는 충격을 맛볼 수 있는 장이다. 마거릿 미드의 [사모아의 청소년]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부터 시작해서, 8개원 된 남자 아기가 포경 수술을 받다가 성기를 잃는 사고 때문에 존 머니의 극단적인 양육론에 따라 여자로 길러지는 사건, 배다른 사촌형인 찰스 다윈의 저작물에서 받은 영향을 받아 ‘우생학’을 탄생시킨 프랜시스 골턴과 존 왓슨의 ‘아기 앨버트 실험’,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읽었던 과학책의 지식이 유발하는 편견의 위험성을 소름 돋을 정도로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책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학살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극단적인 정권들은 자신과 신념이 다른 사상을 없애는 방법으로 책의 학살을 자행해왔다. 여기서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라는 책이 나오는데 나치가 어마어마한 규모로 책을 불태웠다는 소식을 들은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생각을 없애려면 사람도 불태워야지.” 프로이트의 말처럼 책의 학살은 홀로코스트와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며 책의 학살은 인종말살 사건의 전조로 먼저 일어나기도 하고, 함께 벌어지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이 책의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가 아니라 독후감을 끝낼 때다.(p7)라는 저자의 말 때문에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고전에 대한 편견을 수많은 편견으로 해소해주고 있지만 이 책 역시 하나의 편견이기도 하다. 세상은 그렇게 수많은 책들이 이루는 편견이 모여서 진실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헤세의 [데미안] 속 유명한 구절이 떠오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Abraxas).” 책의 정신은 바로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기 위해 투쟁하는 압락사스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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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0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에 대한 감상이 정리되지 않으면, 안 읽는 걸로 칩니다. 그러면 몇 달 지나고 나서야 다시 읽습니다. 그러다가 읽다가 마는 경우가 있는데, 다시 처음부터 읽어요. 이렇게 무한 루트에 빠지게 됩니다. ㅎㅎㅎ

원더북 2016-05-01 16:50   좋아요 1 | URL
모든 책에 감상을 다 정리하진 못하지만 메모라도 정리하지 않은 책은 저도 안 읽은 걸로 치게 되더라구요. 몇 달 지나면 정말 거짓말처럼 홀랑 잊어버려서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해요 ㅎㅎ;; 근데 정말 좋은 책은 감상을 정리해도 거기서 끝나지 않고 무한 루트로 읽게 만드는 것 같아요^^
 
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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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저자가 짧은 간격으로 책을 내면 괜스레 의심과 기우가 생긴다. 저자의 진정성과 열정이 상업성과 타협을 해서 변절된 것은 아닌지, 내용의 깊이가 떨어지고 구태의연한 글을 써내서 식상해진 건 아닌지…? 정여울은 내가 손에 꼽을만큼 좋아하는 국내 저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갑기도 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이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여울에 대한 나의 애정은 이 책을 읽고도 유효하다는 것과 나는 또 이 저자의 책을 기다리겠구나 하는 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영재원에 들어가기 위해, 중학교 때는 특목고와 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해,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대학교 때는 취업을 위해, 취업을 하면 승진을 위해, 재취업을 위한 재교육까지…. 대한민국의 공부는 끝이 없다. 이 땅에서 공부는 철저하게 생존을 위한 ‘의무’의 형태로 존재하며 이 의무를 행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다. 평생에 걸쳐 공부를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열정은 고갈되고 정신은 피폐해지며 삶은 더 팍팍해진다. 이쯤되면 공부의 의무 따위는 떨쳐버리고 공부의 노예를 벗어나 자유인이 되라고 조언을 해주는 책이 나올 법한데 저자 정여울은 공부만이 잘 사는 길이라고 공부를 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다만 공부는 의무가 아닌 ‘권리’임을 내세우면서.


이 책은 저자가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존엄을 지켜 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문학과 철학과 역사, 심리학과 신화학에 관한 공부를 통해서 얻어낸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다. 책을 읽으면 저자가 걸어온 공부의 길에 새겨진 발자취가 오롯하게 드러난다. 그 길에는 그리스 고전과 비극과 신화도 있고, 심리학의 대가인 카를 구스타프 융과 아들러도 있으며, 성경이 인용되고, 마르크스와 장 뤽 낭시와 지그문드 바우만이 있고, 고전 문학 작품과 다양한 저자들의 책이, 그리고 영화들이 나온다.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이 깔려 있는 책이지만 인문학적 지식이 부족한 독자라도 저자의 글은 조곤조곤 따뜻하게 공부의 길을 안내하기 때문에 읽기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한 독자라면 저자가 가진 지식의 연결과 뜻밖의 조합들이 빚어낸 사유의 결과물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다루는 내용 중 심리학자 로버트 A.존슨의 [내면의 황금]이라는 책이 소개되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은 대부 혹은 대모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증언하는데, 저자는 대모나 대부를 실제 세상에서 만나거나 찾지 못한다면 너대니얼 호손의 소설 [큰바위 얼굴]에서처럼 사물을 통해서 찾을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면의 황금을 ‘큰바위 얼굴’이라는 이상적인 사물에서 찾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저 거대한 바위산일 뿐이지만 거기에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했지요. 즉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정수인 내면의 황금을 맡김으로써 큰바위 얼굴은 한 시대의 뜨거운 상징이자 인류 보편의 ‘내면의 황금’이 된 것이지요.

(p155)

저자의 책속에는 인류 보편의 ‘내면의 황금’이 된 여러 책들이 소개된다. ‘큰바위 얼굴’에서 사물을 통해 멘토를 찾은 것처럼 진정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실제 세상에서 만나지 못한 진정한 공부의 멘토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 또한 그런 멘토의 역할을 해주는 책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상처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일이었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스스로 마취약도 없이 내 상처를 꿰매는 멋진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삶은 아직 더 살아야만 풀어지는 아름다운 신비’임을 깨닫게 한 것이 나에게는 공부였습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공부가 필요한 이유를 이보다 더 가슴에 와닿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공부할 권리는 살아갈 권리이고 행복할 권리이다.




* 해당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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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벌써 16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추천 페이퍼라니요~ 추천 페이퍼를 작성하는 동안 어떤 신간들이 나왔는지 살펴보고 고르고 좋은 신간을 만났을 때 기뻐하는 일들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간 개인적으로 읽어 보고 싶은 사심 가득한 책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그중에서도 함께 읽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책들을 고르려고 노력했고, 미처 제 관심이 닿지 못했으나 다른 분들이 추천해주신 책들을 통해서 좋은 책을 발견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페이퍼도 애정과 관심을 듬뿍 담아 작성해봅니다^^










1. 교양의 효용 (리처드 호가트 / 오월의봄 / 2016-03-31)

북펀드 할 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책이어서 북펀드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시기를 놓쳐버려 아쉬워했던 책입니다.^^;;;  이 책이 3월의 마지막 날에 출간되어 마지막 페이퍼에서 간발의 차이로 추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문화연구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호가트는 이 책에서 노동자계급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노동자계급의 문화가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발전하며 변화하는지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미디어 연구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책 속의 호가트의 분석은 시대를 관통해서 지금의 현실에도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고 하니 일독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요.









2. 감정의 항해 (월리엄 M. 레디 / 문학과지성사 / 2016-03-16)

최근 "감정 연구에서 혁명이 발생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고, 우리나라에도 마사 누스바움의 [감정의 격동]을 필두로 감정에 대한 연구 성과들이 속속히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듀크 대학의 역사학 및 인류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이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감상주의'가 수백 배, 수천 배 증폭되었던 프랑스혁명 시기를 풍부한 역사적 사료로 활용하여 감정과 역사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옮긴이인 서양사학자 김학이 교수는 이 책이 학문적인 관심을 떠나서라도 독자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재미있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하니,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가진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가 싶어서 추천해봅니다~









3.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안토니오 그람시 / 바다출판사 / 2016-03-30)

204페이지라는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의 곳곳에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고 가슴을 후벼파는 화두를 던지는 그람시의 발언은 지금 이 시대와 이 나라에도 꼭 필요한 질문과 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를 깨어있게 만드는 그람시의 글들을 많은 분들이 함께 읽어보셨으면 해서 추천해봅니다. 이런 책은 구구절절 긴 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안토니오 그람시잖아요. 걍 읽어봅시다! 읽어야만 합니다! 하고 짧게 추천...^^)/ 









4.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스르자 포포비치 / 문학동네 / 2016-03-02)

요즘 이런 책 추천하면 잡혀가는 거 아니죠?? 그런 시대라면 더더욱 이 책을 추천해야겠죠? ^^;; 선거철이라 그런가 부쩍 정치적인 책에 관심이 가네요. 제가 좋아하는 저자들의 추천사는 이 책에 대한 옵션일 뿐. 추천이 없더라도 "인류에게는 의문의 여지없이 정말 효과적인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웃음이다. 웃음 공격은 아무도 막아내지 못한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는 이 책을, 마법도 못 쓰고 강한 힘도 없으며 무기도 잘 다루지 못하지만 절대 반지를 옮길 수 있었던 용감한 호빗들처럼 누구도 아닌 우리가 호빗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저자의 책을 어찌 읽어보고 싶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이 책은 피를 흘리라고 주문하는 책이 아닙니다. 심각해지거나 불행해질지도 모르는 행동을 주문하는 책도 아닙니다. 유쾌하고 즐겁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비둘기 걸음과 같은 변화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5. 렘브란트 (게오르그 짐멜 / 길 / 2016-03-15)

16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는 동안 예술 분야의 책은 한번도 선정된 적이 없어서 골라봤습니다. 분명 예술 분야에서 골랐는데 저자가 게오르그 짐멜이다 보니 인문 분야의 책을 추천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책이 출간된 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책소개도 없고 목차도 상세 목차가 없어서(네이버 책정보에서 상세 목차 확인) 뭘 보고 추천하나 싶겠지만, 화가의 명성과 저자와 역자에 대한 신뢰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드는 책이지 않나요?^^;; 짐멜이 많은 예술가들 중에서도 왜 화가를, 화가들 중에서도 굳이 렘브란트에 대해 저술을 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예술에 대한 심미안은 곧 삶에 대한 심미안을 길러주기에 짐멜이 저술한 렘브란트,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으왓. 페이퍼 작성한 다음날에 상세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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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음사입니다.

신간 도서 『공부할 권리』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진정한 자존감을 지키는 공부의 힘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인문학 강의


헤세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찾는 여정이 삶의 공부라고 말한다. 『안티고네』는 인간이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들, 이것들을 위대한 작가들은 모두 공부를 통해 실천했다. 공부는 읽기와 글쓰기를 넘어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부는 시인 네루다의 질문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학자들의 관찰과 인문학자들의 감수성을 통해 이 공부를 실천해야 한다. 『공부할 권리』는 이제 진짜 공부를 시작하려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하는 인문학 선언이 될 것이다.

긴 이력서는 진짜 나를 가리는 분장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문제 해결을 학벌에서만 찾으려고 한 것은 아닐까? 지금도 돈(실용성)과 가치(품위)라는 선택지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의 갈림길마다 때로는 처절하게 인생의 의미를 찾고, 때로는 아프게 삶의 가치를 고민하면서 그 해답을 책에서 찾아 온 작가의 혜안을 집약한 우리 시대 인문학자의 대표작!




"제게 공부란 ‘과거와 현재의 내 문제를 깨닫고, 미래의 내 삶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책들을 만나면 꼭 ‘과거의 자신’에게 선물해 주고 싶어지지요.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좀 더 힘을 내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좋은 책을 읽을 때마다 저는 ‘문제가 주는 고통에 짓눌려 문제의 핵심을 발견하지 못한 나약한 나’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당시의 나에게로 다가가 ‘지금의 나에게 용기를 주는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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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3월 25일(금) ~ 3월 31일(목)

   당첨자 발표  :  4월 1일(금)

   발송  :  4월 4일(월)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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