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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의 아주 특별한 문학 강의
테리 이글턴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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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 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다는 테리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을 6년 전에 호기있게 펼쳤다가 다방면으로 부족한 배경지식 때문에 다시 봉인해둔 기억이 난다. 언제고 다시 읽으리라 절치부심은 했지만 내 깜냥의 가능성만 타진하면서 계속 미루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테리 이글턴의 신간 소식을 접했고 이 책이 초보자도 문학 작품의 분석 기술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수준의 입문서로, 혹은 이미 문학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여가 시간에 문학을 즐겨 있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술한 책이라는 소개를 읽었다. 나의 목적에 딱 맞는, 내가 원하던 그런 내용이었다. 이제 [문학이론입문]에 다시 도전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직감했다. 일단 준비운동으로 이 책부터 읽고!


이 책은 ‘도입부, 인물, 서사, 해석, 가치’라는 키워드로 구성되는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진다. 각 챕터의 첫 부분에서 키워드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을 한 후, 해당 키워드에서 뽑은 몇 가지의 소주제를 가지고 좀 더 구체적으로 문학 작품의 분석을 시도한다. 여기서 다루는 문학 작품은 대부분 많이 알려지고 우리가 읽어보거나 들어봄직한 책들이라 접근하기 용이했다. 물론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번역이 안 된 책들도 몇 권 있었으나 작품 전체를 읽어보지 않아도 작품 소개와 발췌만으로도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자는 진지한 어조로 문학 전반에 걸쳐서 강의하듯 독자를 가르치지만, 센스있는 비유와 시의적절한 농담을 섞어서 자칫 딱딱한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설명들을 부드럽고 유쾌하게, 심지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준다. 문학 비평의 기본적인 방법 뿐만 아니라 문학 비평가가 되는 법을 배우는 자세부터 왜 문학 비평이 필요한지, 문학의 가치는 어디에 있으며, 위대하고 훌륭한 문학이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언급한다. 여기에는 답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답이 없다는 것은 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모더니즘과 사실주의 같은 문학 사조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이는 작품이라는 나무만 보아왔던 독자에게 나무가 속한 숲에 대해 더 크고 넓은 시야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까지....


점차 성장해가면서 우리는 자신이 아무리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라고 상상하더라도 실은 스스로를 창조하지는 않았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거의 통제할 수 없고 또한 거의 알지 못하는 역사가 우리를 어떤 특정한 위치에 처하게 합니다. 이 유산은 우리의 사회적 상황뿐 아니라 우리의 살과 피, 뼈와 기관에도 섞여 들어가지요. 우리의 생존 및 자유와 자율성 그 자체도 같은 종족의 다른 개인들과 사건들에 달려 있고, 그것은 완전히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뒤엉켜 있습니다. 모종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가 그것에 어떻게 끼어들 수 있을지 알기 어렵습니다. 자아의 근원에는 우리가 아닌 것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난제와 더불어 사는 법을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p289)


우리는 문학을 통해서 이러한 난제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더 나아가 문학 비평까지 관심을 기울인다면 비평의 기법이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문학 비평이 그렇듯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이 책은 문학을, 나와 타인을,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틀이 다양하게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이런저런 비평의 방법과 이론에 관심이 없더라도 읽었던 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통찰과 해석의 발견만으로도 충분한 기쁨과 만족을 준다. 테리 이글턴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서서 문학을 읽어보시라. 더 멀리 있는 행간의 의미까지 내다 보게 될 뿐만 아니라 문학 비평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도 비평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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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30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신비평’에 관한 내용이 책 속에 나옵니까? 최근에 신비평을 자세히 알고 싶어져서 관련 책을 찾고 있는 중이거든요. ^^

원더북 2016-03-30 14:30   좋아요 2 | URL
부분적으로 신비평을 통해 다루는 텍스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신비평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한 건 아니었어요. 신비평에 대해 알고 싶으시면 로이스 타이슨의 `비평이론의 모든 것`에서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cyrus 2016-03-30 15:03   좋아요 2 | URL
추천도서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