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혼자 활동을 하고?

- 아니요. 둘이.

- 네? 그럼 아기는?

- 저는 아기 돌보는 활동을 하죠.

 

  아기를 낳고 아기를 돌보면서 가끔 신랑만 경제활동을 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말귀 못알아듣는 이에게는 수긍을, 알만한 사람이 그러면 공격적으로 '나는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비경제 활동이지만 충분히 가치있는 '일'을 한다'고 얘기한다. 무얼 그리 공격적으로까지 얘기하나 싶고 나 혼자 자신하면 되는데 자꾸 알아먹게 알려주고 싶다. 돌봄/가사 노동도 인정해달라고 말이다.

 

 물론 아기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으로 일의 양을 정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사람들에게 감정노동을 하지 않고 실적이나 인정에 목맬 필요도 없다. 아기의 감정과 요구를 들여다보고 집안일도 요령껏 할 수 있다. 맞벌이 할 때와 다르게 집안일 구석구석 눈에 거슬리는 게 보이긴 하지만 대충 뭉개고 있어도 듣기 싫은 소리할 상사도 없다. 변수는 많지만 재량껏 실력발휘를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직장에 다녔다면 하지 못했을 취미생활도 할 수 있다. 물론 아기와 함께.

 

 돌봄/가사 노동은 일의 특성상 반복적이다. 시지포스의 형벌 같다고 하면 너무 가혹할까. 매일 기저귀 빨래를 하고 적성에 맞지 않은 요리를 해야 한다. 한창 기어다니는 아기 손에 집안 먼지가 덕지덕지 붙는걸 보지 않으려면 물걸레질은 기본이고 아기가 따라오는걸 피해 청소기도 돌려야 한다. 이유식을 만들고 우유통을 소독한다. 아기를 씻겼는데 똥을 싸면 또 씻긴다. 장염에 걸렸을 때는 시간 단위로 씻겼다. 의무는 당연하고 현실적인데 보람은 추상적이고 항상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고 인식하고 맘을 먹어야만 유지할 수 있다.

 

 돌봄/가사 영역에는 살림을 잘한다거나 아기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식으로 성공적인 롤모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될 뿐이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많긴 하지만. 개인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없다고 자식에게만 올인하면 공허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여성이 하는 일이라 가치는 저평가 되었고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대기조처럼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더 강하게 ‘나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어금니 깨물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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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8-1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 활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주 힘든 활동이지요. 갓난 아기일 때는 엄마의 수면시간이 보장되지 않잖아요 ㅠㅠ
저는 아치를 응원합니다.

Arch 2016-08-19 22:44   좋아요 0 | URL
아구 감사합니다!
다락방처럼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막 설명해야하는 고단함이 있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