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를 접하면서 그동안 나만 고민한다고 생각하고, 책에서만 봤던 일들을 같이 나눌 수 있고 공감하고 전복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물론 재미만 있는건 아니다. 아프고 속상하다. 하지만 꾹 눌러 참고 있던걸 상상하고 비트니 신난다. 그리고 점점 더 참을 수 없어진다. 강남역 여성혐오 범죄, 소라넷 사태 공론화, 여러 가수들의 여혐 가사 논란 등의 이슈에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고나니 미디어나 하다못해 라디오의 사소한 멘트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다.

 

 여자의 성기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에는 '실좆이나 6.9'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철없는 남자 프레임은 '공감할 필요가 없고 철이 안 들어도 된다'는 권력의 위계 문제로, 처녀막 어쩌고는 '처녀막이 있기는해? 처녀막이 뭐냐면이란 우먼플리인'으로. 섹스의 지난한 이야기들은 조근조근 '거참 이상하다. 내 욕망은 그렇지 않은데'로. 배운걸 써먹지 못하면 아치가 아니니까 언제 실력발휘를 하나 기다리고 있었다. 

 

 얼큰한 술자리를 빙자해 몇몇 남자들이 야한 얘기를 했다. 그것도 다른 모임의 자기들보다 조금 더 나이 많은 여자들(A)품평. 지들도 늙었으면서 A랑 놀면 우리가 자원봉사 한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가만히 듣다 언제 껴들어야되나 낌새를 살피는데 한남 자가 말을 했다.

 

- A는 디펜트 그런거 입지 않나? 막 새고?

지들끼리 까르르. 그래 이때다. 뭘 말해야지. 어떻게 한방을 먹이지.

 

- 아저씨 제가 한마디만 해도 돼요?

- (흥미를 보이며) 해봐요.

- 그러는 아저씨는 서요?

웃던 아저씨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뭐라고 할지 궁리를 한다.

- 서긴 서는데 금방 죽지 (지들끼리만 웃겨 죽는다.) 넣으면 나올 때 쫙 조여야 하는데 그냥 쓱 빠지지.

- 왜 그러는줄 알아요?

(흥미진진한 얼굴, 나를 보는 얼굴들이 하나같이 못생겼다.)

- 자지가 작아서 그래요. 자지가 크면 빠질 일이 있나. 그런걸 실자지라고 해요.

진짜 아무 말도 안 하고 느닷없이 건배를 하네, 안주가 더 있어야 하네 어쩌네 한다.

 

 또 다른 한방

 

 평소에 철없고 솔직한걸 빙자해 아슬아슬한 성희롱을 하는 남자가 있다. 한번은 같이 있던 여자분이 자리를 뜨자

- 근데 쟤는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되냐?

한다. 또 시작이구나 싶어 니 가슴이나 잘 챙기랬더니 대뜸

- 아치야, 너는 몇컵이냐?

한다. 집중하자. 생각을 해야해, 생각해, 똑바로 제대로 한방을 날려야 해.

- 부랄컵이다. 어쩔래.

그러는 넌 자지 크기가 얼마만 하냐.

사이즈 얘기는 안 하고 포경수술이 어쩌고 포경수술해서 성욕이 줄어들었네 어쩌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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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7-13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갈리아 보면서 속이 다 시원했어요. 그거 보고 그렇게 거칠면 안된다 훈계하는 남자들 보고 한심하기도 했고요. 아니, 왜 진작에 여자들 품평할 때 가만있었대요? 아치 써먹어서 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rch 2016-07-13 23: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전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말들 배우는게 좋았어요. 예쁘다, 미인이다란 말도(얼마나 들었겠냐마는) 은근 불쾌했는데 그 이유가 분명하잖아요. 지 얼굴이나 신경쓰지 지가 뭔데. 딱 이게 나오니까 뭔가 참 자유로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