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찌들과 알콩달콩 썼던 것을 들여다보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들과 지낸걸 어떻게 썼나 궁금해 육아일기로 검색을 해봤다.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걸 보다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가 눈에 띄었다.

정감 있는 그림과 정갈한 글씨로 쓴 육아일기만큼 맘에 들었던 것은 할머니가 결혼하기 전 남편과 주고 받은 편지였다. 길게 주고 받은 편지는 아니었지만 나를 소개하는 표를 만들고 자신의 특징을 적어 예비 신랑감에 주는 대목은 대범하면서 멋있었다. 그때가 60여년 전이었던걸 생각하면 대범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남편 역시 할머니가 보셨던 것처럼 느끼한 구석 없이 냉정한 듯 하지만 결혼을 비극적으로 만들만한 그 당시 흔한 남자는 아니었던지 곧이어 자기 소개표를 보냈다. 남편감에 대해 할머니의 아버지가 '궁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흔하게 살아온 사람보다는 낫단다'며 사람됨에 대해 더 믿음을 갖은 면도 맘에 들었다. 6.25 당시 아이를 키우며 힘들게 살았지만 가난한 남편과 결혼해 식구들 밥 먹일 때가 지금도 그립다는 할머니의 얘기를 읽다보면 맘이 참 착해진다.

 

 글쓰기와 더불어 출판 기획 책을 찾아보다 무슨천재 누구의 이야기를 읽다가 나는 절대 이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는데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는 기억이 어렵지 않게 떠올랐다. 다짐과 확신, 열정의 문장은 결기만으로 대단해서 세세한 결이 조잡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지만-그게 꼭 성공한 인생이거나 멋있는게 아니더라도- 그저 들여다보는걸로 만족하지는 않는다. 그 속에 자신을 대변하는 이야기가 있거나 아차 싶은 것, 그 자체로 아름다운게 들어있어야 한다.

 

 육아 일기에 이어 양육서도 살펴봤다. 다중지능, 애착 등 육아지침과 방법론이 아니라 양육자의 맘과 연결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그런 책이 있었다. 가끔 부모 자격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다녔는데 엄마 학교를 열면서 양육 Q&A 를 통해 엄마들과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펴낸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라는 책이 그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모성보다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생태적 감수성으로 아이를 키우기.

아이가 협조하게 하는 방법으로 내기와 놀이.

고집은 키워주되 짜증은 달래고 떼는 잡아야 한다. 

(아이가 대답을 안 한다고 답답해서 아이를 때렸다는 엄마에게) 대답 안 하면 왜 그런지 아이를 들여다봐야지. 그걸 살피는게 엄마 역할이다. 그러고 나서 엄마가 무얼 물으면 일단 대답부터 하라고 고운 말로 당부하는건 어떨까. 매는 아이를 비굴하게 만들어요.

어른은 독을 깨도 괜찮고 아이는 접시를 깨도 야단맞는다.

왜 이렇게 다그치고 화가 날까요, 그건 '아이가 잘 자라지 못할까' 하는 불안감 때문.

욕심내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에게 '너는 할 일 다 했어.', '충분해'라고 말했다. 

 

 '마음 다스리기 혹은 마음 공부' 같은 책을 읽을 당시에는 맘에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맘이 지옥처럼 변해버린다. 의기양양하게 자기기만 타령했던 나처럼. 이 책 역시 읽을 때는 남다른 여유와 다정함, 온화함에 감화되지만 과연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도 그렇지만 사람이 바뀌기는 너무 어렵다. 우선은 아이한테 화를 내지 않고 참다가 4일밖에 못참았다고 탓하지 말고 4일이나 참고 대단하다고 칭찬하라는 말부터 시작해야할 듯하다. 칭찬, 긍정의 힘은 여전히 어색하지만.

 

 아침에 늦잠을 잔 조카가 인상을 잔뜩 쓰며 식탁에 앉았다. 뭔 말을 할까 하다가 꾸욱 참고, 또 참았다. 기분이 풀렸는지 재잘재잘대는 조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 아들, 아침에 왜 그렇게 짜증났어?

- 잠이 덜 깨서.

 

 너무 단순하다. 잠이 덜 깨서, 아침에 좀 추워서, 입은 옷이 맘에 안 들어서.

그런데 내 반응은 '왜 잠을 빨리 못 깨', '추우면 옷을 입어야지', '그럼 저녁에 미리 옷을 준비해놔'였다.

진짜 자격증이 필요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3-11-0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쪽이네 이야기는 그냥 읽어도 참 재미있어요. 반쪽이가 쓴 여행기도 다 찾아 읽었지요.
엄마학교 책은 읽고서 급기야 서울까지 가서 엄마학교를 다니는 열성까지 보였답니다 ㅋㅋ
저도 지금 Arch님처럼 결혼하기 전부터 육아서에 관심이 많아 찾아읽곤 했어요. 의외로 육아서에서 육아에 대한 스킬만 배우는게 아니라는 걸 알고 좀 놀랐었지요.

Arch 2013-11-06 15:23   좋아요 0 | URL
아이를 낳지 않아도 육아서에 관심 있는 처자들이 꽤 있는걸로 압니다. 제 경우만 놓고보면 공감하는 능력이 좀 떨어져서 책을 통해서라도 좀 더 이해하고 생각하려고 자꾸 읽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다고 확 공감하는건 아니지만. 뉘우치고 4일 지나고 또 그러고... 이런 사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