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힘 -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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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의 생각'이 아니라 '안철수의 힘'이다. 안철수가 자신의 생각을 밝힌 내용만큼 강준만의 시선으로 안철수를 바라보는건 어떨지 궁금했다. 안철수가 대권주자의 행보를 걷는건 안철수 개인의 저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열망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도 한 몫할 것이다. 강준만은 안철수에 대한 우려와 비난 등에 대해 그가 오랫동안 해온 글쓰기 방식을 통해 변호하고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안철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공감하거나 반박할 근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에서 인상적으로 본 것은 1960년대 미국 운동권 학생들의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기상 나팔>-'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이란 제목으로 나와 있다'- 부분이었다.  알린스키는 그 당시 급진주의자에 대해 '그들은 사회를 바꾸는 데 관심이 없다. 아직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일, 자신을 발견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계시(revelation)일 뿐 혁명(revolution)이 아니다.'라며 한쪽으로 편향된 사고를 문제 삼았다. 원하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봐야 한다는 말은 '알린스키의 법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유명한 말이라는데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시각이 아닐까 싶다.


 알린스키의 말은 어떤 사안이든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치고 받고 싸우는 정치에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주문한다. 정치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네이버 사전) 나쁜 FTA와 더 나쁜 FTA는 없다. 어느 정권이 무상급식을 하든 결과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하는건 아이들에게 유익하다. 그런데 왜 그런 문제마다 서로 힘을 합쳐서 추진하는 대신 서로  말다툼을 하느라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걸까. 보수든 진보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는 정치집단은 요원한 일일까.


 나조차도 어떤 기사가 뜨면 저게 어느 당에 소속된 사람이 저지른 일인지를 먼저 본다. 사안의 호불호가 어느 당에 따라 달라지는거다. 진보쪽에 있다고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을테고 보수쪽이라고 모두 도덕성에 문제있는게 아닌데도 말이다. 이성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개별적인 사안에서 반응하는건 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떤 정치집단이 일을 추진하는가에 따라서 사안의 성격과 결이 달라질 수 있다. 복지 개념이 없는 주체의 예산 처리 방식이 오랫동안 복지 분야를 연구한 정치 집단과 다를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다시 알린스키의 말에 귀기울여보자. 


 '알린스키는 사회규범과 법질서라는 체제 안에서 사람들이 자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사회개혁이며 개혁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믿었다. 그는 시민들 스스로가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사회질서의 변화에 참여할 때, 많은 사회문제가 느리긴 하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해결되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활동가들에게 평범한 시민에 대한 믿음과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시민운동을 해 나가라고 부탁했다.' (알라딘 책 소개) 

 
 믿음 가는 정치 집단을 뽑아놓고 알아서 잘 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의 정책을 비판하고 옹호하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기, 언론과 사법의 공정하지 못한 태도에 대해 문제 제기하기, 어느 진영에 대한 편견으로 그들을 싸잡아 나쁘다거나 좋다고 생각하지 않기.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 실천법인데 두리뭉실한 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진영 논리로만 풀어가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물론 예쁜 놈은 울어도 예쁘다지만 그들의 소모적인 다툼이 우리 삶을 휘두르도록 앞으로도 놔두기만 할 것인가. 지나치게 뻔하고 시계추처럼 반복적이다. 


 진보측에선 신자유주의 경쟁을 저주하는 것이겠지만 진보가 기존의 경쟁관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사회를 약육강식형 경쟁관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넘겨주는 비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공정한 경쟁, 진정한 경쟁으로 경쟁을 선점해야 하는 게 아닐까.


 진보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안티 보수가 아니라 프레임을 선점하는 것이다. 그 프레임에 따라 사람들의 맘을 얻는 것이다. 혹여 보수쪽에서 그 프레임을 건드리면 그들의 지향하는 바가 단순히 선거용에 그치더라도 누가 먼저 선점했느냐를 놓고 싸우는 대신 프레임의 공정한 실천을 협력해야 한다. 어떤 열망을 등에 업은 것만으로 그 열망을 바라는 사람들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면 반열망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 그 열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게 맞다. 선후가 그렇다. 진보 진영은 '안철수 현상'에 편승해 대선 레이스에 이용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의 열망의 맥을 잡을 수 있을지 감을 잡았으면 좋겠다. 그게 비록 더디고 표 안 나는 일이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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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0-1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임을 만들어도 언론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개인이 알기는 퍽 어렵기도 해요.
그래서 적잖은 사람들은 ㅁㅈ당 같은 정당이 진보인 줄 잘못 알기도 하고,
선거 때가 아니면, 진보정당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기도 해요.

한국사회는 늘 인기투표로 모든 것을 갈무리하잖아요.
대통령이든... 가수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