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텔레비전 앞에서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한데 있지 않을까 싶다. 일하거나 운전하면서 듣는 배경 음악이나 드라마에서 내용과 상관없이 시도때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OST가 아니다. 아이돌의 화려한 의상과 발랄한 표정, 볼만한 군무나 몇천곡도 거뜬히 들을 수 있는 MP3에서 무한재생되는 '음악듣기'도 아니었다. 오직 노래를 듣기 위해 가수의 표정과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고 시간 맞춰 텔레비전 앞에 앉아 무대를 기다렸다. 그런 과정들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즐거움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음악을 듣는, 음악을 통해 위안을 받고, 음악을 통해 행복해진 경험 말이다.

 휴대폰 DMB의 작은 화면으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들었을 때 정말 행복했다. 알고 있던 노래였고 당장이라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였다. 가만히 노래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순간, 이소라가 큰 숨을 내쉬고 노래를 시작하려는 찰나는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을 것처럼 생생하다. 점점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작은 방에서 노래를 들었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어떤건지 모처럼 느꼈다. 누가 떨어지고 우승하는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가수'가 시청자들과 멀어져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불후의 명곡'은' 나가'수를 표방한 경연방식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재미없었다. 노래는 둘째치고 편곡조차 엉성했다. 내지르는 창법은 어느 방송국인지를 가리지 않고 여전했다. 게다가 출연하는 가수들도 얄팍하게 느껴졌다. 무대는 조악했고 컨셉은 후져보였다. 그랬던 '불후의 명곡'이 달라졌다.

 여전히 잔뜩 폼잡는 '나가수'와 달리 신인(홍경민씨 미안)이지만 실력있고 진정성까지 갖춘 가수들이 나오고 순위보다 무대 자체를 즐기는 모습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살짝 장난스럽고 거칠 것 없는 무대는 다음주에 어떤 가수가 나올지,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기대하게 만든다. 고요히 앉아 이소라의 노래를 들었을 때 만큼 야식에 맥주 한잔 걸치면서 그들의 무대를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불후의 명곡'이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중에 최고로 좋다기보다는 음악을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별로 관심가지 않았던 린이란 가수는 음색뿐 아니라 풋풋한 예능감까지도 참 맘에 든다. 


* 다른 추천곡

존박 - 못잊어
노브레인 - 노바디
홍경민 - 핑계
울랄라세션 - G.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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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6-12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린 진짜 좋아해요. 불후의 명곡은 제가 나가수의 엄청난, 가히 광적이기까지한 팬이기 때문에 못마땅하게 지켜보고 있지만 린이란 가수는 참 좋아요. 목소리도 깔끔하고, 가창력도 좋고. 린 자기 노래 중에 실화, 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것두 좋고 자기야 여보야 사랑아, 인가. 이것도 좋아요. 들어보셨으려나.
요새 나가수는 정말 그들만의 무대예요. 선곡은 저 칠팔십년대 곡들만 하고, 편곡도 임팩트가 없어요. 국카스텐 들어와서 그나마 활기가 넘치긴 해요.
근데 저 윤하, 정말 좋아하는데 불명에 한 번 나왔다면서요. 아깝다. 흐.
또 근데, 이 편곡 정말 좋네요. 불명 한 번 봐볼까요 ㅋㅋ

Arch 2012-06-13 17:43   좋아요 0 | URL
린을 잘 몰랐는데 이 프로 덕분에 알게 됐고 좋아졌어요. 국카스텐 얘기는 익히 들었어요. 저는 실물로도 봤답니다. 하현우씨 귀엽게 생겼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