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윤성현 감독, 서준영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파수꾼은 익히 소문을 들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기대치가 너무 높아 영화 감상에 방해될까, 혹은 앞서 쉽게 이 영화를 평가한 말들로 나의 감상을 대신해버릴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파수꾼은 윤성현 감독의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물들의 심리며 컷의 전환, 분위기를 감지해내는 카메라의 시선이 참 괜찮은 영화였다. 물론 그럴듯함만으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딱 적당하게 자기 역량을 끌어내 연기하는 시퍼런 배우들뿐 아니라 선선한 영화의 공기에 대해 설명할 말을 좀 더 찾아봐야할테니까. 그럼에도 여러 면에서 회자되는 기태역 이제훈의 느낌은 정말 좋았다.


 남다은이 말했듯 폭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남자애들의 성장물이 아니란 점, 의도하지 않지만 어긋나버리는 진심과 어디서건 한명씩 있는 사회부적응자의 외향을 지닌 사람, 자신의 비겁함을 숨긴 채 최초의 발화자에게 죄를 묻는 순간 우정은커녕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자리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 직접 말할 수 없지만 빙 돌려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싶은 짖궂음, 이런 요소들을 선명하지만 구질구질하지 않게 표현하는 감독의 역량. 나는 결국 기태보다 희준이나 동윤이 옆에서 진심을 숨기고 심한 말을 뱉어버리는 위악을 봐버리고 말았다.


 오해는 잘못된 이해가 아니다. 기태도 친구들도 어떻게 하면 오해를 풀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오해를 풀려고 해도 맘처럼 될지는 알 수 없겠지만. 어쩌면 그들은 진심을 대신할 말을 찾지 못해 제 맘이 다치지 않으려고 더 기를 쓰고 오해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교훈을 찾기란 쉽겠지만 ‘파수꾼’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파수꾼’은 여리다고, 통통 튄다고, 찬란하다는 수식어로 감싸여 정작 그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들여다볼 생각을 못했던 그들의 감정을 차곡차곡 포개다 스르르 풀어놓는다. 나는 결국 ‘스르르’에서 예기치못하게 맘이 풀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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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1-2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수꾼, 제가 작년에 본 영화 중 최고! 이제훈 부디 연예인이 아닌 배우로 계속 가길 바라고 있어요.

Arch 2012-01-27 16:10   좋아요 0 | URL
저도 서재에서 보고 '언젠가 꼭 보리라, 불끈!'이랬어요. 이제훈 참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