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sec=voice1&a_id=2011092206371473731  

 시작은 이 기사였다. '안테나 뮤직의 라디오 스타'에서부터 글을 잘 써서 눈여겨본 김희주씨의 '우리에겐 '88만원 세대'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란 글. 
 88만원 세대론은 늘 있어왔지만 정말 그들, 혹은 내가 짱돌을 들고 맞서 싸우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최근 방영하고 있는 <하이킥>에서 백진희가 연기하는 88만원 세대가 지금의 20대를 보여준다면 희주씨 말처럼 '보스를 지켜라'의 은설은 20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낭만적이지만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녀(은설)가 잃지 않았던 건 '무엇'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지금껏 자신을 지탱해 온 삶의 자세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예컨대 돈과 권력 앞에서 비굴해지지 않는 것,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것 말이다.

 대학까지 나왔으면서 직장을 잡지 못하고 그렇다고 뭔가 하지도 않으면서 불안을 검은 거미처럼 키워갈 때가 있었다. 그때는 정말 '안정된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안정되지 않은 비정규직이 되어 이곳의 돌아가는 사정을 보고 있자니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내가 이곳을 뛰쳐나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김경의 시도가 아찔하지만 부럽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042022395&code=990000&s_code=ao059 


 

 

  

그리고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의 이야기였다. 주택 융자를 갚을 때까지, 혹은 그 집을 팔 수 있을 때까지만 버티자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무언가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열심히 사들이는 나, 그리고 본질적으로 남에게 소비를 권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매체에서 월급을 받기 때문에 그 시스템이 안겨다 주는 어떤 치욕도 참아왔던 나의 이야기. 자신이 살기 위해 남들을 밀어내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고 팔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운명임을, ‘마치 거대한 기계에 휘어잡’힌 개인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닌 채 살아가야 하는 시대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그리는 조지 오웰의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문득 깨달았다.

머지 않아 곧 내가 회사를 그만둘 거라는 사실을. 그래도 괜찮다는 사실을. 소설의 주인공은 그러한 자각에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현실의 중력으로 다시 끌려 들어가야 했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나에겐 우유값이나 학원비를 걱정하게 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없으니까. 천만다행이다.

아마도 다음 번 글은 ‘하퍼스 바자’의 김경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프리랜서 라이터 김경으로서 쓰게 될 거라고 믿는다. ‘군중이 개인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조지 오웰의 우려에 따라, 패션이라는 괴물에게 사로잡힌 군중과 억압적인 시스템에 나름대로 발랄하게 대항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명랑한 예비 소설가로서 말이다.


 구로사와 키요시 감독은 '밝은 미래' 감독 노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적어도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깔린 철로의 끝에 전세계의 미래가 있다고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 

 무라카미 류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선 재미있어야 한다고, 내가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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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11-09-2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 영원한 차도녀일 것만 같던 김경 씨도 마흔이 되니 전원주택에서 정원을 가꾸고, 흙집 지을 꿈을 꾸는군요.
브래지어와 하이힐에 대한 글을 쓰는 그녀보다, 다육식물 받침대를 손수 만들었다는 그녀가 훨씬 더 좋네요.
(지금 경향신문 링크 들어가서 지난 글들 몇 개 읽었어요.)
이 분, 애인 제대로 만나셨나 봐요. 역시 내 인생을 내가 못 바꾸면, 바꿔줄 사람이라도 만나야 한다는 진리.ㅎㅎ
에휴. 저도 흙집 짓는 게 일생일대의 꿈인데...



Arch 2011-09-30 10:02   좋아요 0 | URL
예전 김경 글에서는 멋부리는게 보였는데 지금은 부러 그러지 않아도 멋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냥 스르르 뭔가 변하는 것 같아요. 나도 그래야할텐데~
저는 흙집 만들기 수강 들으려고 막 알아보고 그랬는데 그럼 시골로 가야하고, 농사를 지어야하고, 이런게 나랑 맞을까 싶어서, 사실은 게으름 때문에 무한보류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