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 (메릴 스트립).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 도착한 줄리아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생활에서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요리 만들기에 도전, 마침내 모두를 감동시킨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가 되는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뉴욕의 요리 블러거 ‘줄리’ (에이미 아담스). 한창 잘나가는 친구들과 잔소리 뿐인 엄마 사이에서 기분전환으로 시작한 요리 블로그. 유일한 지원군은 남편 뿐이지만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을 보며 365일 동안 총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하는 그녀의 프로젝트는 점차 네티즌의 열렬한 반응을 얻게 되는데는 성공하지만... (네이버 영화 정보 중)

노 임팩트맨을 읽으며 시들해진 블로그 활동을 나도 노임팩트라는 목표를 갖고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봤다. 일테면 줄리&줄리아에서 줄리가 줄리아 차일드의 레시피대로 1년 동안 요리를 하는 것처럼. 몇 가지 문제되는건 집에서 인터넷이 안 되기 때문에 회사에서만 글을 올려야한다거나 콜린 베번처럼 작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깜냥이 내게 없다는 것 등이다. 물론 그것보다 더 문제되는건 내가 뭔가를 끝내거나 꾸준히 할 정도로 인내심이 없다는 것, 혼자 일을 벌여놓은 다음, 자멸할거란 것.
콜린 베번에게 누군가 지적했듯이 환경의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으로 실천하는건 조직적이고 거대한 기업이나 국가의 무신경한 활동을 잠재울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나처럼 살아라'는 것은 아니지만 블로깅 중에 누굴 가르치고 싶어하는 잠재된 근성이 안 나올지 장담할 수도 없다. 게다가 그냥 뭔가가 아까워서 덜 사고, 덜 버리는걸 당위 차원에서 하는건 만만치 않은 스타일 같다는 생각도 든다. 콜린 베번이 얘기하는 것처럼 추상적인 문제들에 대해 떠드는 것보다 좀 더 실감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어쨌든 아직은 보류. 사무실에서 넘쳐나는 이면지가 곧장 분쇄기로 들어가기 전에 나한테 주라고 하거나(거의 못쓰고 있다. 대체 이면지를 그토록 많이 쓸 일이 뭐란 말인가) 야채 포장한 스티로폼을 모아놨다 마트에 주는 것, a도 텀블러를 사용하는 점, 사람들 컴퓨터 모니터 끄고 돌아다니는 것(누가 자꾸 모니터를 끈다고 불평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변기에 물 채운 PT병을 넣어놓는 것, 물건을 사면 가방에 대충 우겨 넣는 것, 면생리대를 쓰고 손수건을 갖고 다니며 코를 푸는건 어째어째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 휴지를 한정없이 쓰는건 불편하지만 나도 여전히 화장실에선 휴지를 쓴다. 손수건을 놓고 나올 때, 걸레를 가지러가기 귀찮거나 걸레 빠는게 번거로울 때는 휴지를 쓴다. 커피 전문점에선 빨대로 음료를 먹는게 편해서 텀블러에 담아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변기의 물을 너무 자주 내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여전히 많이 버린다. 베이킹소다보다 치약이 좋고, 며칠 시도하다 머릿결도 거칠고 비듬이 생겨 빨래비누로 머리 감는건 그만뒀다. (전에 한겨레 신문 보니 메가쇼킹 만화가는 머리를 며칠마다 감는다고 하던데) 힘들면 걸을 수 있는데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끔은 귀찮고 나만 유별나게 굴거 뭐있나 싶어 전등을 안 끄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적도 있다.
어쩌면 나 정도 하는 것도 어딘데, 굳이 프로젝트로까지 할거 있나란 맘도 있다. 어쩌면 위험은 증언되고 문제는 지속되고 있는데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아서 점점 더 무감해지는지도 모르겠다. 다행인건 불꺼라, 물 많이 틀지 마라 등등의 잔소리를 영리하게 새겨들은 a 덕분에 나의 나태함을 지적받을 수 있다는 것.
이건 균형과 문화의 문제다. 만약 수도세가 비싸거나 일회용 용기가 분해가 안 돼서 안 좋아요란 경고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의약용품이나 몇몇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일회용품을 쓰는 행위를 유행에 뒤떨어지거나 세련되지 못한 태도로 본다면? 북극곰이 걸을 빙하가 녹고 있다는 말 대신 온실 가스의 직접적인 위험을 경험하게 된다면?
우리가 버린 검은 봉지는 바다에 떠다닌다. 바다거북은 비닐 봉지가 해파리인줄 알고 삼켰다가 숨이 막혀 죽는단다. 일회용품 쓰기, 물낭비뿐 아니라 나는 너무 많이 먹고, 많이 사며, 쉽게 버린다. 프로젝트를 할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