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밖에 옥찌들을 못본다. 옥찌들은 잔소리쟁이 이모가 없으니 신나겠지만 엄마랑 동생은 옥찌들이 말을 안 듣는다며 난리다. 며칠 전 집에 갔을 때였다. 짐을 풀기도 전에 엄마가 옥찌들의 죄상(?)을 털어놓았다. 동생은 옥찌들이 늦게까지 논다며, 나쁜 말을 한다며 고해 바쳤다. 그래서였을까. 잘 지냈냐는 말 한마디 없이 옷 정리 잘 해놓으라고, 이를 제대로 닦으라고, 그림 일기 안 쓴거 쓰라며 옥찌에게 잔소리만 했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 끼고선 공부 시키고, 지적인 자극인가 뭔가 준다는데 애들을 너무 놀게 하는건 아닐까. 자기가 해야할 일 하나 제대로 안 하면서 뭘 하겠다는건지. 그런데 이건 내가 늘 나 자신에게 했던 말 아닌가. 결국 나는 나란 거울을 통해 아이들을 보는데 내가 옥찌들보다 어질렀으면 더 어질렀지 깔끔한 편은 아닌데다 나 역시 내 일 하나 제대로 못하는데 고작 8살짜리 꼬마에게 책임감을 가지라는 꼴이었다.
옥찌는 처음 몇 번 살갑게 굴더니 잔소리에 지쳤는지 금세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또 마뜩치 않다고, 왜 인상쓰냐고, 인상쓰다가 우는거냐고 몰아세웠다. 울음이 많은 지희가 나약한건 아닐까, 우는 것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건 아닐까.(아이를 성인 대하듯이 하고 있다.)
그러다 울음을 참아서 목 언저리가 너무 아프다는 옥찌를 보고서야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오랜만에 이모 봐서 반가웠는데 이모가 잔소리만 했네.' 어쩌고 저쩌고 '이제 이모 안 와야겠다'에서 더 소리내어 우는 지희를 어쩌지 못하고 꼭 껴안아줬다. 품 안에 꼭 들어온 몸이 많이 야위웠다. 봐서 좋지만, 잔소리만 하는 이모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는 우리 지희. 지희 기분을 풀어준다며 우스꽝스러운 사람들 얘기도 해주고, 내가 요새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도 얘기해줬다. 그래도 힝힝하길래 내 방으로 데려가 촛불을 켜놓고, 꼬마 니콜라를 읽어줬다. 이름도 어려운 녀석들이 나와서 카우보이 놀이를 하는걸 열심히 읽다보니 지희의 잠자는 숨소리가 들렸다.
큰 이모, 엄마에게 내일 간다는걸 들었어요.
신종플류가 아직도 유행이래. 그래서 손 깨끗이 씻어야되. 나도 이모에게 전화도 하고 동생과 사이좋게 놀게.
3년 동안 동생과 사이좋게 못놀았지만 사이좋게 놀게. oo에 도착하면 전화해야돼. 그리고 사랑해.
이모께, 지희 올림
이 나이 먹도록 잘하는거, 잘한거 뭐 하나 있었을까 싶었는데, 옥찌 이모된거 하나는 참 잘 한 것 같다. 그럼 잘 해야할텐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