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촌 조카 중에 민 또래 여자 아이 J가 있다. 며칠 전에 J가 민에게 나중에 결혼하자고 했다. 민은 흔쾌히 그러마하고 약조를 했다. 집에 돌아와 민에게 물었다.
- 민아, 너 나중에 이모랑 결혼한다며.
그러자 민은 '아, 맞다' 하고선 딴청을 부리고, 옆에 있던 지희가 냉큼 말을 받았다.
- 이모는 지민이가 자라면 늙잖아. (흑)
라고 하길래,
- 그래도 이모는 계속 젊을건데.
그때 다시 대화에 끼어든 민.
- 점은 이모보다 엄마가 더 많지이~ (얘 뭐야!)
* 요즘 민은 자꾸 나를 안고, 껴안고 뽀뽀한다. 드디어 이모도 사랑을 받는 것인가. 이 사태를 옆에서 지켜보던 옥찌는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민이 꼭 이모가 좋아서 그러는 건 아니라고 했다.
- 왜왜, 이렇게 목을 꽉 껴안는데.
- 그건 목 조르려고.
- 왜왜, 이렇게 뽀뽀도 잘 해주는데.
- 그건 얼굴 울룩(퉁)불룩(불퉁)하게 하려고.
- 왜왜, 요렇게 꼭 껴안는데.
- 그건 숨 막히게 하려고.
힝~
* 옥찌가 자꾸 애교를 부리고, 혀 짧은 소리를 내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 옥찌, 왜 혀가 짧아진거야.
- 그냥, 해봤어. 오랜만에.
* 어린이집을 가는 동안 민은 파워레인저 엔지포스랑 뭐랑뭐랑 얘기를 했다. 물론 하나도 모르는 얘기다. 그러다 피카츄 얘기가 나와서 아는척을 했더니 녀석이 더 신나서 얘기를 하는거다.
- 피카츄에서 마이츄로 진화하는거야.
- 민아, 진화가 뭔데?
- 몸이 커지는거야.
- 음... 그럼 민에서 이모가 되는 것도 진화야?
- ...... 이모, 내가 또 다른 얘기 해줄까?
* 요즘 한창 언어감각이 발달(나 혼자만 그렇게 믿는)하고 있는 민. 앞말 잇기, 아무 단어나 대기를 거쳐 드디어 끝말잇기다운 게임을 해봤다.
- (세모로 생겨서 치면 소리나는거 있잖아.) 트라이앵글? (옳지)
- 음.. 글씨.
- (민, 다시 한참 생각하더니) 씨발놈
* 지희가 자기 무슨 혈액형이냐고 묻길래 말해줬더니 민도 와서 묻는다.
- 음, 민은 고집형, 땡깡형, 유머형, 재치형 그리고...
- 이모, 재치형이 뭐야.
-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재미난 말을 하는 사람?
- 아닌데. 깜짝 놀라면 친구들이 어 놀라고 나도 어어하고 놀라는데.
* 엄마랑 신데렐라 언니를 보고 있었다. 은조와 천정명이 밤에 숲에서 얘기하는 씬.
엄마- 걔(효선)가 보고 있을거야.
나- 밤인데
엄마- 걔는 밤에도 돌아다녀.
(그 장면이 끝나고)
나- 안 보이는데.
엄마- 좀 기다려봐.
나- 안 나오잖아. 노래만 나오네 뭐.
엄마- 자나?
* 지희 사랑 포에버 아빠가 비오는 날 학교 간 옥찌를 데리러 나가셨다. 한참 후에 옥찌는 왔는데 아빠가 안 오시는거다. 옥찌에게 할아버지 봤냐니까 못봤다고 한다. 아빠에게 전화를 했더니 안 받으신다. 둘이 길이 엇갈렸나보다. 한참 후에 돌아온 아빠. 반바지 차림으로 호기롭게 집을 나선 모습은 사라지고 인상이 안 좋으시다. 그리곤 내뱉은 한마디.
- 내가 30분 동안 개 떨 듯이 떨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