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부터 걸었다. 덕성여대를 지나 삼청동의 시네 코드 선재(행정구역상으로는 소격동)에 들렀다. 장기 상영 중인 '위대한 침묵'을 볼까, 유레루로 인상적인 라스트신을 보여준 니시카와 미와의 신작'우리 의사 선생님'을 볼까. 경계도시2에서 작은 연못까지.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았다. 보고 싶은 영화만 골라서 상영해주는 영화관은 얼마나 오랜만인지. 시간이 맞는걸 찾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상영 후 GV와 타바코쥬스의 콘서트도 한단다. 운이 좋다. 
 
 인디 밴드의 이야기를 만든 다큐멘터리라, 왠지 구린 느낌이 났다. 궁상맞은 얘기가 나올 것 같고, 우리 이렇게 힘들지만 재미있게 잘 지낸단 소리를 철지난 계절상품처럼 우격다짐으로 반복할 것만 같았다. 잘못된 선택일까. 나루토를 보며 '우린 안 될거야.'라고 말한 타바코쥬스 보컬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할까. 

 인천 부평구 모텔촌. 그곳에 루비 살롱이란 까페가 문을 연다. 까페 사장님은 까페만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루비 살롱이란 레이블을 차린다. 이 영화는 바로 루비 살롱의 소속 멤버인 타바코쥬스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모텔촌에서 시작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내가 섣부르게 상상했던 내용은 절대로 나오지 않았다. 세상에서 대빵으로 찌질한 남자들(타바코쥬스)과 우주의 혼을 받아 음악을 하는 깜장옷 밴드.(갤럭시 익스프레스) 키치적일까, 정말 찌질한게 다야? 게으른건 알아줘야겠군.(누군!) 영화를 보며 낄낄대다 과연 이 영화는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는 별개로 나는 오랜만에 영화보는 재미를 담뿍 느끼고 말았다. 와이드 스크린에서 뿜여져나오는 로큰롤 열정은 내가 로큰롤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그래, 저게 바로 로큰롤이야'라고 무릎을 칠 정도로 (아, 상투적이야.) 상큼하고 즐거웠다.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는데도 계속 키득거리게 만들고, 결국 이 밴드들을 좋아하게 만드는 힘도 이 영화의 아주 큰 장점 중 하나다. 나만 찌질한게 아니었어, 더 찌질한 사람이 있네에서 오는 위로감은 크지 않다. 결국 누군가는 찌질할 수 밖에 없다면 좀 더 재미있고, 엉터리로 찌질해진다면 괜찮겠네란 용기 정도. 이건 좀 위악인가.  

 GV에서 술에 취하지 않은 타바코쥬스의 수줍은 모습은 좀 귀여웠고, 노래 역시 좋았다. 원한다면 좀비떼 동영상을 보여줄 수도 있다.

 아무튼 리뷰를 잘 못쓰는 내가 영화 본지 무려 2주만에 이 영화의 리뷰를 쓰는건 뒷북이나마 입소문을 내기 위해서라는데, 글쎄 효과는 장담 못하겠다. 다만, 반드시 크게까지는 아니어도 좀 웃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홍대 상상마당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추신: 
* 왜 음악했냐는 질문에 '여자 따먹고 싶어서 음악했다'는 부분은 좀 그랬다. 그만큼 솔직하다는건데 솔직한 것과 다른 입장은 * 어떻게 봐야 할까. 결국 적당함의 문제인데.
소리가 뭉개져서 들릴 때가 있다. 
* 현재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루비살롱과 더 이상 같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rch 2010-05-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월미도다.

Forgettable. 2010-05-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미돈지 어케 알아요? 나 배경만 뚫어져라 봐도 잘 모르겠구만 ㅋㅋㅋㅋ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치는 기타는 촘 간지. 비록 좀비같더라도 멋지다...

메일 보냈어요 ㅋㅋ

Arch 2010-05-06 16:18   좋아요 0 | URL
난 딱 보니까 알겠더만. 노래보다 뮤직 비디오가 더 타바코쥬스 같아요.
메일 봤어요. USB 갖고 와서 저장해가야지^^
블로그에 포게터블 이름으로 사진 올려야지~

머큐리 2010-05-07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건 몰라도 사운드하고 노래 부르는 친구의 수염은 맘에 드는군요...
얼마전에 뽀님 보니 아치님도 보고 싶던데...자동연상의 법칙인가 봐요.ㅎㅎ

Arch 2010-05-11 09:39   좋아요 0 | URL
그래서 오랜만에 제 서재에 댓글을 남기신거로군요. 틈틈히 뽀님께 부탁 좀 해야겠어요. ^^
영화 보세요. 정말 재미있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