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른이었을 때, 옥찌는 아주 작은 아이였다. 혼자서 서지 못해 몇번씩 넘어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터무니없이 나약한 아이. 나는 나약해서 내가 아니면 원하는 곳에 닿지 못하고 혼자 바로 설 수도 없는 옥찌를 좋아했다. 벅벅 기어다니던 녀석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고, 말을 하고, 떼를 쓰고, 울다가 박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박꽃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아이의 웃음은 꼭 박꽃처럼 환할 것 같았다.
가방을 매고 유치원에 다니고, 친구 얘기를 늘어놓고, 동생이랑 투닥거리다 혼나서 눈물을 쏙 빼놓기도 하면서 옥찌는 나 모르게 쑥쑥 자랐다. 유치원에 갈 때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며 귓속말로 소근댈 때도 몰랐는데 예비소집을 갔다와서야, 우리 옥찌가 많이 컸구나 싶어졌다.
나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처럼 점점 철이 없어지는데 옥찌는 언제 이렇게 큰걸까. 언제 이렇게 커버려서 학교 갈 때 필요한걸 저렇게 적을 정도가 됐을까.
- 이모, 목요일이 입춘이었던거 알았어?
- 아니, 그런데 입춘이 뭐야.
- 봄이 오는거.
- 봄이 오는데 왜 이렇게 춥지?
- 겨울이 가기 싫나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