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른이었을 때, 옥찌는 아주 작은 아이였다. 혼자서 서지 못해 몇번씩 넘어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터무니없이 나약한 아이. 나는 나약해서 내가 아니면 원하는 곳에 닿지 못하고 혼자 바로 설 수도 없는 옥찌를 좋아했다. 벅벅 기어다니던 녀석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고, 말을 하고, 떼를 쓰고, 울다가 박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박꽃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아이의 웃음은 꼭 박꽃처럼 환할 것 같았다.
 가방을 매고 유치원에 다니고, 친구 얘기를 늘어놓고, 동생이랑 투닥거리다 혼나서 눈물을 쏙 빼놓기도 하면서 옥찌는 나 모르게 쑥쑥 자랐다. 유치원에 갈 때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며 귓속말로 소근댈 때도 몰랐는데 예비소집을 갔다와서야, 우리 옥찌가 많이 컸구나 싶어졌다.
 나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처럼 점점 철이 없어지는데 옥찌는 언제 이렇게 큰걸까. 언제 이렇게 커버려서 학교 갈 때 필요한걸 저렇게 적을 정도가 됐을까.

    

 
- 이모, 목요일이 입춘이었던거 알았어?
- 아니, 그런데 입춘이 뭐야.
- 봄이 오는거.
- 봄이 오는데 왜 이렇게 춥지?
- 겨울이 가기 싫나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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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2-0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아이 옥찌!
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 거리을 만들어올까요.
(학교에 갈때 '원피스'도 필요하군요 ^^)

Arch 2010-02-08 11:46   좋아요 0 | URL
저는 충실한 기록자가 되고 싶어요.
저도, 원피스에서 빵 터졌어요. ^^

순오기 2010-02-0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찌가 학교에 가는 군요. 축하해요~
1학년에게 샤프는 필요없고 4B연필로 준비하면 돼요.^^

Arch 2010-02-08 11:47   좋아요 0 | URL
옥찌에게 전해줄게요. 이 녀석은 샤프펜슬로 쓰면 대단한 글이 나올줄 알고 있어요.


2010-02-06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8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8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2-0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핸드폰은 무슨. 학교가서 비즈니스 하냐? 라고 전해주세요.

Arch 2010-02-08 11:49   좋아요 0 | URL
왜 이렇게 꼬였담. 꽈진 미남같으니 ^^

2010-02-09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