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갔다. 민은 기운이 넘치는지 팔팔 뛰어다녔고, 옥찌는 조금 걷자 힘들다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용돈을 모으는 조건으로 플레이 랜드에 가기로 약속을 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펄펄 날아다니는 옥찌. 옥찌가 머리를 쓴건지 내가 말린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우린 무척 씩씩하게 산에 갔다.
 우린 눈이 덜 녹은 산을 뛰어다녔다. 뛰니까 춥지 않았다. 뛰니까 아직은 내가 이 녀석들보다 달리기를 잘한다는게 왠지 뿌듯하고 그랬다. 히~ 어, 그런데 저건 뭐지. 나무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청솔모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데 보였다. 청솔모는 솔방울을 갉아먹고 있었다. 바로 위에서 이로 솔방울을 갉아먹는 소리가 나고, 솔방울 부스러기가 떨어지자 옥찌들은 신나서 어쩔줄 몰라 목이 넘어가라 나무만 쳐다봤다. 물론 나도 옥찌들보다 더 신났다. 갉아먹은 솔방울을 주워 이걸 먹은거라고 호들갑을 떨었고, 청솔모는 정말 부드럽고 예쁜 애라며 마치 잘 알고 지내온 것처럼 얘기를 했다.

 
 그런데 청솔모는 어떤 애일까. 산에 갔다와 친구에게 청솔모를 봤노라고 말했더니 걔네들은 황소 개구리처럼 수입됐는데 번식력이 뛰어나 토종 다람쥐들이 점점 없어진다는거다. 네이버 어린이들처럼 청솔모가 다람쥐를 잡아먹으니까 못됐다고 하는 것보다야 낫다지만 (나를 포함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청솔모는 청서, 한국 다람쥐라고 불리운다. 잣나무, 가래나무, 가문비나무, 상수리나무의 종자를 비롯하여 밤·땅콩·도토리 등의 나무 열매와 나뭇잎·나무껍질 등을 잘 먹으며, 야생조류의 알이나 어미새도 잡아먹는다. 늦가을에는 월동하기 위하여 도토리·밤·잣과 같은 굳은 열매를 바위 구멍이나 땅속에 저장하여 두는 습성이 있다. 큰 나무줄기나 나뭇가지 사이에 보금자리를 만든다. (네이버 백과사전) 청솔모가 조류를 잡아먹어 조류 피해가 있긴 하지만 다람쥐는 잡아먹지 않고, 수입된 것도 아니란다. 옥찌들한테 알려줘야지.
  새 둥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얘네들은 입으로도 정말 근사한 집을 지었다고 했더니 민은 나무로 톱으로 잘라서 새집을 봐야겠단다. 지희는 눈을 보더니 이번엔 꼭 눈 결정체를 봐야겠다고 입맛을(왜?) 다셨다. 민은 청솔모가 움직이며 떨어진 눈을 잡아왔다며 주먹을 꼭 쥐고 내게 다가와 보여줄까 말까 하면서 날 살살 약올리다가 짜잔하고 손을 폈더니 눈이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자 많이 아쉬워했다. 민은 청솔모를 먹고 싶다며 입맛을 다시고, 내게 다람쥐는 도토리묵을 먹는다고 알려줬다.

 산에 다녀와선 한상 차려 근사하게 먹었다. 옥찌가 말하길, 솔방울 된장국은 특별히 끓인거니까 호호 불어서 잘 먹어야한단다.

 민은 나랑 동생을 그렸다. 나는 왜 이렇게 목이 긴거냐고 물으니 아무말도 하지 않는 민. 오른쪽에 있는 색깔 예쁜 엄마 그림이 더 부럽다니까 민은 덤으로 토끼 이모를 그려줬다. 내가 이렇게 대우받는 이모다.
       내일 서울에 있는 막내를 만난다고 기분이 좋아진 옥찌가 그림을 그렸다. 내 생일 카드 저리가라고 할만한 솜씨를 보여줘 샘이나긴 했지만, 글씨도 잘 쓰고 색칠 잘 했다고 칭찬 받아서 괜찮았다.


 
막내 이모 여태까지 건강하게 살지.
보고 싶었어. 사랑하고 내인 온다고 엄마한태 들었지. 알라뷰.
올때 몸 건강히 왔으면 좋했어. (그 다음에 뭐 쓸지 물어보더니)
배 아픈건 괜찮아?
오늘은 큰이모랑 지민이랑 나랑 산 갔지.
그러고 나무에서 솔방울 갈갈 먹고 있는 청솔모 봤지.
우리 솔방울도 지민이랑 나랑 주었죠.
2010년 1월 24일 지희가 막내 이모 한대.

 아빠는 막내한테 보낸다고 김을 굽고 있고(무려 몇백장을) 옥찌들은 낮잠을 자서인지 아직까지 쌩쌩하다. 엄마는 아주아주 두서없는 내용을 아주아주 중요하단 표정으로 풀어내고, 동생은 미치도록 매운 국수를 만들고 있다.
 그럼 난 이만, 까무러칠 정도로 매운 국수를 먹으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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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4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10-01-25 15:59   좋아요 0 | URL
두개 다 맞는 말이래요.

무스탕 2010-01-2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무러칠 정도로 매운 국수는 뭘 어떻게 넣고 만드는거에요?
민이 간식거리 청솔모는 언제 잡을거에요? ㅎㅎㅎ

Arch 2010-01-25 16:05   좋아요 0 | URL
동생이 제조하는걸로 재료는 고추장과 열무 김치, 참기름이 다예요. 고추장이 매우면 국수도 매운걸로 알고 있어요. 고추장이 안 매우면 고추를 썰어넣음 되는데요. 고추까지 넣는다면 국수를 야식으로 먹고 밤새 잠못 이룰 정도로 속쓰릴 수 있어요. 히~
민이 먹을까요? 얘는 먹을 것도 많은데 왜 이럴까요. ㅋㅋ 무스탕님이 잡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