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때문에 서재 분위기가 한창 가라앉았을 때였다.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페이퍼를 올릴려다 침울한 서재 분위기에 몇번이나 글을 보류한적이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조악한 내가 맘 편하게 글 올릴려고 생각한건 '이제 그만 슬퍼하자'였다.
 그만 슬퍼하자고 말한건 당신들이 너무 아파해서, 나도 자꾸 목이 매어서, 아빠가 보고 싶다는 편지가 잊혀지질 않아서, 너무 억울한데 아무것도 변한게 없어서,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가 아니었다. 나 좋아하는거 못하니까 답답해서였다. 기억할런지 모르겠지만 서재인들은 영민한 사람들이라 내가 어줍잖게 구는걸 다 알았다. 아탁 활동가처럼 하긴 뭘해. 난 여전히 천둥 벌거숭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걸.

  가지 말라고 붙잡고, 당신들이 떠나면 어떡하냐고 으름장을 놓고 싶다.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만 그땐 또 다른 모습으로, 아무렇지 않게 인사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고 싶다.

 애인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서재는 아니 서재 사람들은 내게 애인 이상의 존재였다. 내가 꼼수를 부리면 무반응을 보여 바닥 뻔한 날 제대로 들키게 만들고, 사실 이런 얘기를 들어줄지 모르겠다고 주저하고 있으면 가만히 어깨를 토닥여주던 사람들이었다. 어느 한 사람이 아니었다. 각자의 말들과 몸짓이 새삼 정겨워지고, 중독 비슷한 것도 보이고, 안 보이면 심심하고, 너무 오래 붙어있는건 아닐까 싶어 미안해지게 만들던 사람들, 내 애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이다.

 내가 억지를 부리고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건 그만큼 그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정말 행복했고, 좋아서였다. 결국 나 좋으려고 가지 말하고 한거다. 그래서 더 이상은 가지 말라고, 같이 있자고 말할 수 없게 됐다. 
 언젠가 만난다면 반갑다고 말하지 않겠다. 배배꼬인 얼굴로, 이제 와서 응? 어디 갔다 이제 왔냐고 정말이지 배배꼬인 말투로 인사를 건넬거다. 
 

 자주 볼 수 없겠지만, 쑥쓰러운 농담도 건네지 못하겠지만, 어디에 있든 건강해요.
아프지 말고, 속상해하지도 말고. 그랬음 좋겠어요.

 

그리고 언제든 서재 사람들 보고 싶으면 당장 달려와요.
맨발로 달려가서 맞아줄테니까.
아까 배배꼬이게 말한다는거 다 거짓말이예요.  
난 여기서 남은 사람들이랑 정말 재미있게 놀거예요. 
언젠가, 당신이 서재에 슬쩍 들렀다가 가던 길에서 멈춰서고 싶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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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0-01-05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창 썼다가 쓱 지우고 갑니다.

오지랖 아치님.

좋은 꿈 꾸세요.

Arch 2010-01-06 23:42   좋아요 0 | URL
새해 계획은 오지랖 좀 집어넣기, 이런걸로 해야겠어요.

다락방 2010-01-0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그분들 역시 쉽게 결정을 내리신건 아니겠지만, 그 결정 뒤에는 고민과 서운함과 상처들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다들 가버리시는 건 너무해요. 남아서 불매하는 사람들이 서운하고 힘들고 속상하고 아플거 아녜요. 남은 사람들은 어쩌라고....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할텐데....그렇게들 가버리시면 어쩌라고......어휴......

기운내요!(토닥토닥)

저 역시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그래도 되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끙.

Arch 2010-01-06 23:43   좋아요 0 | URL
으음... 나 가요 하지 말고, 그냥 잠시 비워뒀다가 오셨음 좋겠어요.

난 달레랑스가 아주 미워져도 서재 헐거나 그러지 않을래요. 미잘이라면 좀 모르겠다. ^^

머큐리 2010-01-0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이 여기에 계속 있다는 것만 해도 위안이 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힘내요...

Arch 2010-01-08 10:55   좋아요 0 | URL
음.. 머규리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