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송년회를 하고 싶었다. 파티 룸을 잡아서 할까, 좀 먼 곳으로 떠나볼까. 1박은 당연하게 정해졌고, 장소만 구하면 된다는 열의로 12월 초부터 화르르 화르르 하고 다녔는데, 웬걸, 늦장 송년 준비는 안 써준다고 했다. 어쩌나, 어쩌나하고 있는데 다정한 푸하님이 배다리 공동체 얘기를 해줬다. 배다리 게스트 하우스나 오래된 책방과 영월 청산별곡의 청산님이 꾸민 앵두나무집도 있다는 소식. 영화를 볼만한 공간도 있었고, 지난번처럼 청산님의 손길이 닿은 공간에 묵을 수 있었다. 장소는 정해졌다.

  동인천역에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살을 에는 바람에 지하철역 가락국숫집에 들어가 회전이 되는 온풍기 앞을 빙빙 돌며 온기를 쬐었다. 기다림은, 초조하거나 답답하지 않았다. 평소 때라면 약속 시간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 나에게, 약속 시간을 늦췄는데도 늦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추운 날씨에까지 죄다 짜증이 났을 텐데……. 어쩌나, 난 기다림 자체가 여행일 수 있다는 것을 알라디너 때문에 알게 됐는걸.

  먼저 온 뽀님을 만나 텔레비전에서 쏟아지는 짐승남들을 곁눈질로 봤다. 이 아이들은 따로 누군가를 유혹하는 분위기를 풍기거나 자기 좀 봐달라며 떼를 쓰지도 않는다. 그냥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논다. 알아서 잘 노는 곳에 카메라 하나 놓았을 뿐이고, 그런 무심함은 때론 치명적일 정도로 사람들을 중독 시킨다. 뽀님이랑 난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대화도 건성으로 맞받아치다 저기서 오는 미사리를 맞았다. 흐! 짐승남보다 더 예쁜 우리 어줍 미사리. 뭐가 어쩌고 어째서 늦었다는데 어줍잖은 설명 때문에 무슨 소리인줄 하나도 모르겠더라.^^

  앉은 자리에서 봉선화님까지 기다렸다가 배다리 공동체에 있는 ‘나비 날다’-오래된 책집-로 이동했다. 잠깐, ‘나비 날다’의 자태를 한번 볼작시면,(얼쑤)









우리들, 미잘! 이렇게하면 되는건가요, 네? ^^ 싸이 들어가서 모자이크하는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어요. (뭐래)


 멋지다!


아,

 앉아 있지 못하고 자꾸 움직이는 우리들에게 미잘님이 추천 도서를 권하셨다.
 센스는 거저 떨어지는 게 아니구나.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나도 이런 가게를 차리고 싶다. 간식거리가 많고,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공간. 그곳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 낯선 사람도, 서로 어색했지만 몇 번 눈빛이 마주치면 금세 친해질 수 있는 사람도. 들 쪼잔 했으면 좋겠고, 들 계산적이었으면 좋겠다. 나누는 만큼 비워지는 대로 비워지면 알아서 채워지는 대로 살고 싶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자리를 찾아갈 즈음에 청산님이 오셨다. 청산님과 함께 스페이스빔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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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2-2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인천페이퍼군뇽! ㅋㅋㅋㅋ
그리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은 내 센스라구요 ㅠㅠ
나랑 미잘님은 왠지 샴쌍둥이 같다 ㄷㄷ;;;;;;

Arch 2009-12-23 17:03   좋아요 0 | URL
어디서 미잘이랑 엮어요, 뽀의 방패는 미잘인거에요? ^^
내가 가난하게 잘 사는 법 등등을 집어들었더니, 지금도 충분히 가난하다고 말하고 어쩌고 한게 자꾸 걸려서 죄다 미사리님이 한 말로 들렸나봐요. 아, 뽀도 한 쎈스 하는구나! 난 몰랐지.ㅋㅋ

Forgettable. 2009-12-23 17:12   좋아요 0 | URL
아 '우리들' 사진에서요. ㅋㅋ 등이 붙어있길래.. 우린 74프로니깐..... ㅎㅎㅎ
내 센스를 몰랐다니ㅡ 충격이군요 (..)

뷰리풀말미잘 2009-12-23 17:52   좋아요 0 | URL
미사리김입니다. ㅎㅎ 이 사람들!

그 작은 공간에서 쪼끄만 쏘니 사진기로 사진 예쁘게 잘 뽑았네요.

Arch 2009-12-24 00:11   좋아요 0 | URL
74프로가 뭐뭐 했는데, 아, 그 말만 하면 난 맥을 못추겠어요. 아무래도 주최측의 농간이 아닐런지^^

2009-12-23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4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