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은 방귀-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건 자전거 방향과 반대로 불어오는 바람이나 페달 구르기 몇 번에도 바닥나는 체력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경적과 보란 듯이 아슬아슬하게 나를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움직임은 자전거를 타는 매순간을 위태롭게 한다. 초보 운전을 할 때는 늦게 간다고, 빨리 간다고, 끼어든다고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려대는 주위 자동차 꼴을 보기 싫어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다녔다. 자전거로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는데는 한계가 있다.
 
경적 소리가 식은 방귀처럼 푸힉~하고 나오면 어떨까. 이곳 저곳에서 픽픽 소리가 나서 듣는 사람은 피식 웃고, 운전자들은 핸들에 분풀이를 할 수도 있고 괜찮을 것 같은데. 운전하는 사람들이 경적을 위급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쓰인다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눌러대길래 한번 해본 생각. 특허낼까?

*
휘파람 -

 
버스를 기다리면서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멜로디를 넣어서 다시 불었다. ~ 꽤 잘하는데. 음 변화가 많은 곡이 아니면 휘파람으로도 불러볼 수 있다. ~
 
집에 가서 아빠한테 불어드렸더니 텔레비전 볼 때만 와서 방해한다며 때릴려고 했고, 엄마는 뱀 나온다고 그만 불라고 했다. 그런데 어째, 휘파람 재능을 이제서야 알았는걸. 열심히, 휘 불어보는거지. 내 다정한 친구는 자긴 휘파람 부를줄 모르지만, 그렇게 자꾸 부르면 폐에서 바람이 다 빠질지 모르고(과학이랑은 상관없는 대화)힘드니까 그만 불라고 하고 옥찌들은 따라해보다가 안 된다며 성질을 냈다. (누구 닮았군, 닮았어) 그래도 어떡해. 무척 잘 부르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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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야, 아치야 부르는 -
 
 
최근에서야 서로 오해를 풀고 친해진 누구씨가 자꾸 나를 부른다. 가서 보면 별 것도 아니다. 옥찌 사진을 찍었는데 보라는 둥, 뭐 먹을게 없냐는 둥, 나는 세상에서 가장 독하지만 금세 잊어버릴만한 갈굼 목록을 제깍제깍 생각해내서 누구씨에게 얘기해준다. 누구씨는 이거, 이거 아치를 괜히 불렀네란 표정을 지은 후 갑자기 급일 모드로 돌변한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다시, 아치야 하고 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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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 아삭 -

 
고모네가 몇주 전에 빻은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궜다. 고추가 별로 맵지 않아 김치가 썩 맛있진 않지만 겉절이를 씹을 때 나는 소리가 좋다. 김장의 계절이 다가왔다. 일년 전 이맘 때 허리 끊어지도록 배추를 날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괜찮을까, 누군가를 섭외해야하는게 아닐까, 딱 이틀만 뿅~ 사라졌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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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오는 -

 
요즘 가장 많이 오는 문자는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오는 문자나 모임 등등의 공지 내용이 아니다. 내용도 다양하고, 스팸 문구를 이리저리 비켜가 걸러지지 않는 스팸 문자. 대출이나 싸다란 말은 들어가지 않는다. 고급스럽게 저금리라던가 상세하지만 윤곽 잡히지 않는 이율에 대해서 쓴다. 꾹꾹 누르고 꼭꼭 싸맨 문자 한통 오는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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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삐걱 -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뭔가를 치거나 정리되지 않은 책상에서 간신하게 찾아낸 손바닥만한공간에서 투닥거리고 있으면 의자에서 나는 소리.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의자를 놓고 다리를 펴고, 그래도 머릿 속처럼 뻐걱뻐걱. 묵직하고 점잖은 의자가 있었음 좋겠다. 다리를 촐랑거리며 흔들어도 기지개를 펴도 가만히 나를 받쳐주는 의자. 갑자기, 사람 의자가 생각났다.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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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는 -

 
바람이 차갑다. 콧물이 질질 새고, 손끝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다. 이 겨울에 먼 곳에서 손님이 오듯, 내게 무척 다정하고 소중한 사람이 왔다. 겨울이 오는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자, 내 주위를 서성이는 따뜻한 온기가 와락 달려든다. 꼭 끌어안고 놓지 않을테다.

겨울 포옹은 따뜻해요, 그럼 여름에 포옹하면 땀띠가 날까요, 안 날까요. (멋진 댓글을 달아주는 분께 책을 보내드려요. 겨울맞이 이벤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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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1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에 포옹하면 땀띠는 안나지만 겨드랑이 냄새가 간혹 나요. (음, 이건 멋진 댓글이 아니라 냄새 나는 댓글이구나. orz)

Arch 2009-11-17 12:30   좋아요 0 | URL
못살아~ 푸^^

현재까지 일등이에요!

2009-11-17 1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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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1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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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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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1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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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1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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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8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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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9 0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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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2 2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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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2 2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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