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쯤 써야하는 페이퍼를 이제야 쓴다. 바빠선 아니고, (바쁠 리가 없잖아.) 약간의 신비주의 전략?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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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길래 무릎 시려울까봐 담요를 덮어줬다. 책 놓고 보라고 베개도 놔주고. 옥찌가 두번이나 고맙다고 하면서 '아치도 쓸만하네'란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책 장판떼기
책으로 바벨탑을 세울 셈인지. 어떻게 키보다 한참 놓은걸 세웠냐고 물었더니 의자에다 소꼽놀이 상자를 받쳤단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 다음엔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그래도 멋있지 않냐고 물어본다. 멋지네.
그런 다음, 만들기를 했다. 종이컵 전화기!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종이컵에 붙인 후 실과 성냥개비로 연결하면 끝. 옥찌들이 뭔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만.
색칠을 해서 오린 다음에 풀칠로 종이컵에 붙이면 완료. 종이컵 전화기 성능은 좋지 않았지만 둘이서 아주 신이 났다. 방을 자꾸 돌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동 중에 전화를 받는다'는 것이다. 손전화를 아는거야?
옥찌들이 노는 사이 난 방정리를 했다. 예전에 선물 받았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 핸드폰줄, 오래 전에 받았지만 아직도 보지 못한 영화 CD, 몽당연필, 쓸일이 없을 것만 같은 콘돔(얜 할인할 때 사놔서 꽤 많다. 혹시 필, 요, 하, 신 분. 알아서 사서 쓰세요.) 온갖 잡동사니들이 숨어있다가 와르르 쏟아져나왔다. 아무것도 버릴 수가 없다. 필요할 때 눈에 띄기만을 바랄 수 밖에. 방정리라기보다는 물건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늘 학원 갔다가 집에 오니 지희가 엎드려서 책을 보고 있었다. 옆에 수첩이 있길래 봐도 되냐니까 흔쾌히 허락해줬다.
- 어어 옥찌 이거 일기야?
- 아냐, 내가 그냥 쓴거야.
- 아......
그런데 일기 같다. 특히 좋습니다, 부분은 꼭 어른들이 '누구네 거참 좋습디다.'투로 읽힌다. 그 투로 읽히든 말든 상관없이 옥찌는 막내 이모에게 저 편지를 전해주라는 당부를 남기고 책 속으로 빠져 들었다. 나한테도 편지 써주라고 졸랐더니 귀찮은 표정으로 알았다고 했다. 엄마가 '헨델과 그레텔'-우리 엄마식이다.-을 읽어주니까 누구한테도 방해받기 싫은건 알겠는데, 정말 '아치 하는거봐서'가 똑똑 묻어나는 표정은 치~
자야겠다. 이번주만 벌써 두번이나 내려야할 곳을 지나서 헐레벌떡거린데다 잠 안 잔다고 뾰루지까지 알차게 생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