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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를 듣거나 보는 것 말고 부르는건 어떨까.  

 나의 아버지는 일찍이 내가 언젠가는 노래를 부를 것으로 예상을 하셨던지 닭을 먹을때면 담백한 가슴살도 아니고, 뜯는 맛이 있는 날개도 아닌 목을 먹으란 지시를 내리셨다. 아버지의 말씀을 지고의 진리로 숭상하여 받드는 아치는 당연히 아니지만 닭 목을 많이 자주 먹으면 노래를 잘한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살도 없고 맛도 없는 닭 목을 뜯길 어언 몇 년. 노래 실력은 나아지질 않고, 닭을 먹을 때면 잔반 처리기처럼 돌아오는 '목은 아치꺼'에서 벗어나고 싶어 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다. 

- 아버님. 제가 닭 목을 복용한지도 어언 10여년이 넘어가는데 어찌 제 노래 실력은 이 모양입니까. 

- 허허, 그러하느냐. 너는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으나, 네가 닭 목을 안 먹었다면 이 정도도 힘들었을 것이다. 

  장성한 아치는 이 정도가 어디냐며 오늘도 부실한 성대를 가지고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는디,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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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듣거나 보는 것 말고 내가 직접 불러보는거지.  

 자전거를 탈 때나 혼자 있을 때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산이나 조용한 곳은 괜찮은데 자동차 경적 소리에 사람들 소음에서 비껴나고 싶을 때는 몸이 간지러울 정도로 음악이 듣고 싶었다. 하지만 MP3라는 요물은 나와는 원거리에 존재하는 행성처럼 고고하게 자신의 궤도만을 돌고 있었고, 선택에 있어서 가장 큰 좌절은 선택한 그 물건보다 좋은건 항상 그 다음에 출시된다는 것. 이용할줄도 모르고, 사고 싶지도 않은 MP3대신 입을 쓰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불러봤다. 태연하게 녹음을 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노래 잘 한다고 개뻥을 치고 다니기도 했다. 

 *  

 무언가를 부르는건 예술가만 하는 일이 아니니까. 

 나는 내가 가끔(그렇다, 꽤 자주) 터무니없이 멍청한 소리를 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다른 누군가가 앞서 현상을 분석해 결론을 내리고 현실에 적용을 시키고 독보적인 활용까지 하고 있는 내용을 마치 나 혼자 알았다는 듯이 설레발을 쳐가며 환호할때가 있는거다. 노래 역시 마찬가지다. 듣거나 감상하거나 보는 것 말고 내가 직접 한다는건 예술사나 철학적, 인간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를 해왔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노래를 불러요라고 말하는건 좀 그렇단 생각을 안 한건 아니다. (이게 뭔 말이냐!)

 그렇지만 무척 즐거운걸, 게다가 난 언제나 페이퍼가 고픈걸, 나도 질보다 양인걸. 흐~ 그리고 당신들도 몇곡의 노래쯤은 흥얼댔으면 하는걸. 자작곡도 아니고 누군가가 그 곡에 맞는 목소리와 분위기로 불러놓은 노래를 부르는, 창작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저 흥얼흥얼 수준이긴 하지만 취미 중에 '노래 부르기' 하나 정도 있는건 왠지 노래방에서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고 바이브레이션을 죄다 끌어모아 몸을 뒤흔드는 것보다 몇배는 짜릿한 일이니까.  

 자전거를 타고 아직 건물이 들어서기 전의 도로를 돈다. 바람이 불고, 헐렁한 티셔츠 사이로 바람이 비집고 들어오고, 노랫 소리가 들리고, 다리 근육이 팽팽하게 움직인다. 내가 멋대로 지어부르는 가사 대신 다른 누군가가 몇백번씩 입으로 달싹이며 만들었을 가사를 외워보고 오호 이건 당김음이라며, 당김음을 알아본 내 센스에 흐뭇해지기도 한다.  
 
 노래를 한다. 으흠. 어린 옥찌를 꼬옥 껴안고 아기 분냄새를 맡는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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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07-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은 아치꺼였군요. ㅎㅎ

Arch 2009-07-28 00:13   좋아요 0 | URL
으응^^

무해한모리군 2009-07-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전요 오늘 감기로 기침을 많이 해서 목이 쉰 참에, 그동안 못불렀던 허스키 보이스의 노래를 불러 보러 노래방에 갈려고 해요~
아치는 거기서 난여기서 불러요

Arch 2009-07-28 00:13   좋아요 0 | URL
그래요, 히~

2009-07-28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9-07-28 12:50   좋아요 0 | URL
ㅋㅋ 나도 사람들 앞에서 부른다고는 안 한거 같은데요~

2009-07-28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