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을 처음 봤을 때 난 전에 만났던 울퉁불퉁하게 생긴 남자가 떠올랐다. 국장은 과거의 남자와 골격도 비슷하고, 흥분할때면 하이톤으로 변하는 목소리며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완력까지 구석구석 닮아 있었다. 어쩜! 산만큼 커다란 얼굴에 새겨진 주름의 골까지 비슷했다. 손을 뻗어서 얼굴을 더듬으면 완강하게 닮아버린 깊은 주름들이 와락 달려들 것만 같았다. 그러면 그동안 묻어놓은 그리움이라던지 아련함이 찰랑대며 귓속말을 해줄 것만 같았다.
그럼, 그와 국장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국장은 너무 늙어버렸고, 말이 많았으며, 끊임없이 떠들고 웃었지만 전혀 즐기지 않았다. 그는, 그래 그는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만큼 자신도 즐거워했지. 아, 그랬던 사람이었지. 노을 지는걸 보면서 이대로 사라져도 억울할게 아무것도 없겠다란 얘기를 하기도 했지. 그럴때면 옆에서 코를 손끝으로 톡 치면서 내가 있는데 어디로 사라지냐고 퉁을 주기도 했고. 아, 정말 그랬던가.
냄새. 코는 금세 알아챈다. 내 옆의 남자는 예전에 만나던 친구와 같은 향수를 쓰고 있었다. 난 단박에 남자의 몸에서 나는 향이 내가 막 샤워를 끝낼 때보다 백배쯤은 좋았던 그의 몸에서 나던 냄새임을 간파했다. 파란색이 감도는 느낌이 시원해서, 그의 맥박이 뛸때마다 톡톡 솟아오르는 향기가 무척 좋았다. 그에게 '그 향수'를 선물했을 때 난 자꾸 재촉했다. 또 뿌려봐. 내쪽으로 몸을 좀 기울여봐. 이렇게, 이렇게. 귀찮았던거야. 아무렴. 코는 더 기민하게 다른 남자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간파하는데 그는 이 자리에 없다. 언제라도 닿을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우린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노래방에 갔다. 왼쪽엔 바위처럼 우람한 얼굴의 남자가, 오른쪽엔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조일 듯 미혹하는 향기를 지닌 남자가 앉아 있다. 아, 나의 옛남자들은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뭐, 밤에 잠도 안 오고 누가 댓글놀이 하자고 꼬실까봐 기다린다고. 히~
아치는 페이퍼로도 댓글 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