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분을 자신있게 찍었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우리에게도 이런 대통령 한분쯤 있으면 참 좋겠다란 그저 순진한 생각으로 그분을 지켜봤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란 생각을 처음으로 불러일으킨 분이었고, 모든면이 흡족한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었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믿을 수 있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었다.
산골의 안 터지는 전화기로 굳이 당도한 문자 한통에 어안이 벙벙해서, 그런데도 잘 실감이 안 나서 뜬구름처럼 동네분들과 얘기를 하다가
관절염 때문에 잘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께서 고통받더니 참 힘들었나보네라고 하셨을 때도,
노부부가 번갈아가며 사람이 참 힘들었겠지 싶었다라고 할 때도,
여전히 실감할 수 없었는데
생전 그분 모습을 보니, 손녀딸에게 꽝꽝 얼은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말랑말랑하게 해주고, 차가울까봐 휴지로 싸주는 그 모습을 보니 이제서야 우리가 잃어버리게 뭔지 분명히 알 것만 같았다.
우리가 얻은건 정치적 우위도 아니고, 다시 투쟁할 수 있는 원동력도 아니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걸 물론 경계해야겠지만, 아직은 슬퍼할 때,
시골 촌부처럼 그저 당분간은 슬퍼할 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