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만들기 - 최고의 바리스타가 제안하는
가도와키 히로유키 지음, 김진경 옮김 / 우듬지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일하는 곳엔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 평소에 커피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커피 전문점에서 수증기를 피워내고, 휘소리를 내는, 뚝딱 커피 한잔을 만들어내는 기계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던지라 반가웠다. 다른 분이 알려준대로 포르타 필터에 갈아낸 원두를 수북히 담아 탬퍼로 강하게 눌러 머신에 장착, 내 생애 첫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봤다. 맛? 끝내줬다. 누군가 먹지 않는다면 장금이 부럽지 않을 요리솜씨이니 말 다했지. 

 무언가에 꽂혀 달아오름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같이 일하는 분 중에서 서비스란 이런거구나를 몸소 보여주는 분께서 책을 빌려주셨는데 그 책이 바로 '에스프레소 만들기'이다. 전일본 바리스타 챔피언인 저자의 커피 만들기는 생각보다 쉬웠고, 실용서적이 갖춰야할 디테일한 면에서도 기대치를 만족시켜줬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원두를 골라서 볶고, 갈고, 커피를 내리는 전과정과 저자만의 커피 레시피.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원두 갈기의 분쇄기 종류, 매시의 모양, 기구에 담기, 기계의 설정, 추출, 스팀밀크 만들기, 원두의 배합과 볶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커피란게 손맛이 발휘될 종목은 아니지만 커피 알갱이의 크기에서 갓 볶은 원두를 어떻게 보관하고 어떤 원두를 섞는지, 템퍼를 누르는 손의 힘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걸 보면 각 과정에서 저자의 개인적인 노하우가 들어있는건 시행착오를 겪게될 예비 바리스타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리라 생각한다.  

 실용서적은 책만 읽어서는 안 된다. 책의 정보와 실제를 같이 병행해야, 앎이 체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복합적인 상승체험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 역시 해봤다는거다. 저자가 일러준대로 조심스럽게 커피를 갈아 포르타 필터에 원두를 담은 후 탬퍼로 꾹 누른 후 톡톡 쳐서 가장자리에 남은 커피 가루를 내려주고 다시 평평하게 다시 한번 눌렀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버튼을 눌러 커피를 추출해봤다. 처음엔 신맛이 났고, 쌉싸름한 맛이 도드라지다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마지막엔 아련한 맛이라 일컬어지는 이 모든 풍미를 잠재운 후 나른한 감각을 깨우는 맛이 잠복해있다 도드라졌다. 아아, 신맛만으로 신이 났는데 이건 너무 좋잖아! 쌉싸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부드러운 까페라떼, 풍성한 스팀밀크와 계피 가루를 뿌린 카푸치노. 차가운 우유와 카라멜 시럽과 좀 더 진하게 내린 커피로 만든 나만의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까지.  

 '커피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는 평생동안 커피믹스를 드시던 아빠가 헤이즐넛을 드신 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말이다. 나 역시 먹는데 유난을 떨거 없다란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왕 먹을거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맛이 뭔지 알고 싶다면 유난떤단 생각은 잠시 접어둬도 된다. 게다가 이 맛들은 또 어떤가. 

 2001, 전일본 바리스타 챔피언을 따게 한 Mon Cheri(프랑스어로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 초콜릿과 핑크색 케잌 모양이 층을 이룸. 만드는 방법? 긴 유리잔에 화이트 초콜릿 소스를 넣는다. 스팀밀크를 붓고 잘 섞는다. 딸기 시럽을 넣고 폼드 밀크가 떠오르면 밑부분을 머들러로 살살 젓는다. 에스프레소 리스트레토를 넣은 후, 코코아 가루를 뿌리고 박하 잎으로 장식한다. 젤라토 콘 까페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넣어 만든거고, 모카치노는 에스프레소에 스팀밀크로 얼룩을 낸 듯한 모양을 보여주고, 칵테일풍의 카페 사게라토, 초콜릿 맛 술인 크렘 드 카카오를 넣은 카페 알렉산데까지. 

 디자인 카푸치노로 만드는 나뭇잎과 하트, 눈사람은 어찌나 해보고싶음을 충동질하는지. 

 나는 커피 주문이 들어올 때 가장 즐겁다. 특히나 에스프레소. 잔을 데운 후 다른때보다 더 힘껏 템퍼로 누른 후 정성껏 추출한 커피엔 크레마가 생긴다. 크레마는 커피가 식는 것을 막아주고 향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한다. 에스프레소에 각설탕 하나를 넣어 수저로 휘저은 후 잔을 입가에 갖다대는 손님들의 얼굴을 보면, 얼굴에서 이만하면 괜찮다란 표정이 떠오를 때면 난 서슴없이 뿌듯해져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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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9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9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5-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용서적은 책만 읽어서는 안된다' 음...
저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

Arch 2009-05-19 17:07   좋아요 0 | URL
우리에겐 드립과 커피믹스, 그 밖에 요상한 차들이 있잖아요. 라고 했는데
hnine님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면. 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