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친구는 에디오피아에서 왔다고 했다. 에디오피아가 어딜까란 물음이 '왔다'란 말을 들은 세명의 머릿 속에 떠올랐다. 잘 모르는 나라는 무조건 아프리카라고 우기고보는 밥 잘해먹는 '가'의 말에, 늙어서 나온 배라고, 운동 안 해서도, 많이 먹어서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종'이 수긍했고, 오늘, 무려 세번이나 예쁘단 소리를 들은 '예'가 의문을 품었다. 

 어디서 왔을까, 미국이나 유럽이면, 일본이나 중국이면 모르겠는데 아프리카면 어떻게 왔을지 모르겠다라고 멍청한 표정으로 '예'가 궁금해하자 '종'은 비행기 타고 왔지라며 썰렁한 유머를 했고, '가'는 '예'는 다른 것도 문제지만 뭐든 그렇게 심각하다며 타박을 했다. 어디서든 누군가 왔고, '예'는 한번도 생각지 못한 아프리카를 떠올려봤다. 아프리카란 말도 생각이 났고, 자신은 나중에 아이들을 사자랑 놀 수 있는 아프리카에서 키우는게 꿈이라던 언니의 말도 떠올랐고, 언젠가 비행기를 탈일이 있으면 한번쯤, 아, 고통없이 대면할 수 있다면 그곳에 가보고 싶다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에디오피아에서 온 그녀와 '하이'란 인사를 주고받고, 그녀가 핫핫하며 먹는 김치와 밥을 보고 기껏 'Are you spicy'정도만 생각하는 미천한 영어실력을 떠올리다 그만, 웃고 말았다. 멍청아. 그건 너는 매콤하냔 말이잖아. 그 음식이 맵니? 혹은 그렇게 매운데 괜찮아라고 물어야하는거잖아. 머리를 땋고, 얼굴이 까만, '예'보다 점이 많은 그녀가 한밤중에 주방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인도하면 카레, 일본하면 스시 정도는 알겠는데 에디오피아면 뭔지 몰라, 알아도 그걸 준비할 수 있는 부지런함도 맘도 없는 '예'는 가만히 다시 작별 인사인 '바이'만 건네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미천한 영어 실력으로 다시 뭔가를 묻거나 혹은 입 안에서 웅얼대는 말들을 붙잡아두고선 혼자 웃어버리겠지. 그런데 그저 새로운 사람 하나에도 갑자기 에디오피아가 궁금해지고, 그녀와 조금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그녀가 풍기는 외국인의 낯선 냄새 탓일까. 낯설고 설익지만 물컹하게 코 앞에 맡아지는 냄새와 생경한 이미지, 그녀가 들려줄 조금 빠르고 적절하게 들쑥날쑥할 말들,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직접적이고 또렷한 시선에 대한 궁금증?  

 이러니저러니해도 하이와 바이밖에 모르는데 뭐, 궁금증 오만톤이래도 뭐, 몸으로 밖에 얘기다 더 되겠어. 영어 잘하는 총각이 있다는데 '종'이랑 같이 솰라솰라라도 배워야겠다. 아, 누가 말했던가. 언어를 배우는건 그 나라를 온몸으로 느끼는거라고. 에디오피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그 날이 온다면 아마 처음 건네는 말은 아마도 

'what's your name?' 그러게 한번 말이라도 걸어볼걸. 그렇게 매울땐 마요네즈랑 같이 먹으면 좋아요, 당신이 매워하는 모습이 은근히 귀여운거 알아요? 나는 매운걸 좋아하는데 당신 나라는 어떤가요.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예'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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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3-1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인사도 못하고 ;;; 저도 일행 쫓아댕기느라;; ^^;;

Arch 2009-03-21 00:39   좋아요 0 | URL
^^ 얼굴 뵌것만으로 영광인걸요. 무려 주미힌님인걸요. 하하(호탕한척 웃지만 혼자 계단으로 올라가며 흑흑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