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멀리 아나까나 또깔라니 별에서 온 안아주세요란 이름의 외계인이야. 원래는 우리 별에서 뽀뽀해봐랑 손잡을래랑 같이 신나게 놀았는데 어느 날, 좀 더 진한걸 해봐가 우리 별을 싹쓸이 해버린 탓에 지구에 놀러온거야. 난 지구에 있는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었는데 젠장,(아, 미안. 나 좀 거친애야) 삼성어린이박물관에 처박혀 버렸어. 지구에는 인간으로 규정되지 않은 종은 죄다 동물원에 가야한대잖아. 그렇다고 밀림이나 초원에서 살 자신은 없고, 하는 수 없이 내 특기인 안아주세요를 어필해서 간신히 박물관에 들어왔지.
박물관에서 내가 뭘하는지 궁금하지?
너희도 기억하고 있을거야. 러브 액츄얼리의 감독이 공항에서 포옹하는 사람들을 보고 영감을 얻어서 영화를 만들었대잖아. 내가 하는 일도 그거와 비슷해. 영감을 주는건 아니고 포옹을 해주는거지. 나는 이렇게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로 삐딱하게 사람들을 둘러보다 한번씩 그들을 안아주지. 그리곤 말해줘.
음, 너 냄새가 참 좋구나.
네 품은 참 따뜻해. 난로가 들었나봐. 호호
아, 기분 좋아라. 히히
그럼 아이들은 신이 나서 날 더 꼭 껴안아줘. 아이들에게 내가 외계인이란걸 알게할 수는 없잖아. 그럼 그 아이들은 깜짝 놀라서 다시는 날 안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배꼽에 센서 비슷한걸 달아놓긴 했지. 하지만 그걸로 소리가 나는건 절대로 아냐. 내가 다 말해주는 거거든. 말했다시피 난 외계인이니까.
오늘은 아치란 이름의 정신없어 보이는 친구가 왔어. 그 아인 사진으로 나를 찍고 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라고. 그리곤 다른데로 갈 것처럼 굴다가 냉큼 나를 껴안지 뭐야! 아이들만 날 껴안아왔는데 말야. 아치에게선 바람부는 날 온 동네를 샅샅히 뒤지고 다닌 개털 냄새가 났어. 그런 냄새를 맡아봤냐고? 아니. 그런데 그런 느낌이야. 맡아보지 않았는데도 그 냄새를 알 것 같은거지. 그래서 아치에게 말했지.
음, 너한테 나는 냄새가 좋아.
아치는 깜짝 놀라더니 나에게서 떨어져 내 몸을 천천히 살펴봤어. 나는 정말 배꼽을 가리고 싶더라고. 아치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 아치는 센서를 발견하곤 다 알겠다는 듯이 무릎으로 톡톡 센서를 누르기 시작했어. 난 조금 자존심이 상했지만 건성으로 대답해줬지. 아치가 눈치를 채고 깜짝 놀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거니까. 아치는 한참 센서를 조물락대다 다른 곳으로 가더군. 그래서 내가 마지막으로, 그 아이가 누른 센서가 버벅대다 이제서야 말하는 것처럼 작게 속삭였지.
이리와서 나 좀 한번 더 안아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