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랑 찜질방에서 밥을 먹으며 역시 찜질방에서 먹는 미역국이야말로 최고라고 신이 나서 떠든적이 있다. 오뎅조림이었던가. 반찬 하나가 깨끗이 비워지자 반찬 그릇을 들고선 그녀는 선뜻 주인 아줌마에게 갔다. 그런데 그녀는 내게 뒤통수만 보이며 자신의 가슴 높이에 있는 주방과 식당의 칸막이 앞에서 까치발을 세우며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그녀가 빈그릇을 갖고 다시 돌아왔다.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바쁜 것 같아서 차마 반찬을 더 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찜질을 하면서 눌린 머리와 땀이 나서 뽀얘진 얼굴. 그날처럼 그녀가 그녀 자체로 느껴진적이 없었다. 

 어제는 

 꼭 누가 욕실에 들어가야만 씻고싶어지는지 내내 가만히 있던 그녀가 내가 욕실에 들어가자마자 누구누구야 나도 이 좀 닦자며 문을 두드렸다. 욕실로 들어온 그녀가 욕실 바닥이 차가운지 발을 오므리며 칫솔에 치약을 묻힌다. 머리를 감으며 난 그녀의 오므린 발을 보았다. 나보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 작은 그 발, 그녀의 발을 난생 처음 본것처럼 낯설었다. 

 나는 이제 그녀의 반복되는 말보다 가끔씩 보여주는 엉뚱한 행동 -밖에서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남편에게 우유를 주길래, 왜 그러냐니까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하는거며, 뭔가를 계속 말하다보니 말실수가 늘고 말실수의 꼬리를 잡고 주책도 한바가지면서도 여전히 귀여울 수 있다는 것 등등- 이 더 눈에 보이는 나이가 됐나보다. 다른 그녀들처럼 상냥하지도, 억척스럽지도, 소녀같지도, 멋있지도 않은 그녀.  

 내가 그녀의 딸이라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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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1-1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찜질방 가고 시퍼효! ^^ 막달이라 목욕탕도 못 가는데. 크크

Arch 2009-01-12 17:52   좋아요 0 | URL
^^ 얼른 몸풀고 같이 가요~ 몸푼다는 말 어색하다.
희망이가 곧 태어나는군요. 아기를 배고 낳고, 키우는건 참 낯설어요.